[곤충의 은밀한 사생활] 유리산누에나방

지영군 2026. 2. 2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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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立春)이 지나고 우수(雨水)까지 요즘 산자락을 바라보면 금방이라도 봄이 올듯하다.

유리산누에나방은 고치를 짓는데 그냥 짓는 것이 아니라 나름 과학적이고 전략적인 방법으로 만든다.

유리산누에나방은 생태 환경이 잘 보존된 산림지역에서 서식하는 대형 나방으로 날개 중앙에 투명한 막이 있어 다른 산누에나방과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유리산누에나방의 투명한 날개가 아무리 정교하게 위장을 돕는다 해도 밤을 낮처럼 밝히는 인공 조명 앞에서는 무력해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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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立春)이 지나고 우수(雨水)까지 요즘 산자락을 바라보면 금방이라도 봄이 올듯하다.

요즘 산기슭을 걷다보면 연두색의 작은 주머니 같은 것이 앙상한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것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유리산누에나방의 번데기가 들어있는 고치다.

유리산누에나방은 고치를 짓는데 그냥 짓는 것이 아니라 나름 과학적이고 전략적인 방법으로 만든다. 고치를 나뭇가지에 고정시키는데 한 곳이 아니라 두 곳에 고정시킴으로써 이중으로 안전 장치를 마련한다. 전체 모양은 원통형이지만 윗 부분 안경집 모양의 입구는 일자형으로 나방이 우화할 때 쉽게 나올 수 있지만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렵게 함으로써 천적으로부터 번데기를 보호하도록 설계돼 있다.

아랫 부분은 둥글며 뾰족해 보이는데 배설물을 밖으로 배출하기 위해 아주 작고 섬세한 구멍을 만들어 놓는다. 고치를 자세히 보면 위, 아래 세로로 실을 여러 겹 덧대어 주름을 잡아 안에 있는 번데기가 다치지 않도록 고치를 아주 단단하게 만든다.

이뿐만이 아니다. 나뭇잎 색깔과 비슷한 연두색 실로 고치를 짓는 것은 여름철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고치 색깔은 또 왜 이렇게 곱디 고울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우리나라 나방의 고치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앙증맞은 고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 유리산누에나방 고치

유리산누에나방? 이 이름을 대하는 사람들은 ‘누에나방은 알겠는데 유리산이라는 말은 왜 붙었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유리산누에나방은 나방 무리중에 산누에나방과에 속하는 나방이다. 그러니까 산누에나방 앞에 ‘유리’라는 단어가 붙은 것이다. 유리산누에나방은 앞, 뒤 날개 양쪽 4곳에 유리처럼 얇고 투명한 막이 있다. 그래서 유리산누에나방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유리산누에나방은 생태 환경이 잘 보존된 산림지역에서 서식하는 대형 나방으로 날개 중앙에 투명한 막이 있어 다른 산누에나방과 쉽게 구별할 수 있다. 투명한 무늬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포식자의 눈을 혼란스럽게 하는 위장 전술의 하나로 해석된다. 빛이 통과하면서 배경과 뒤섞이기 때문에 새와 같은 천적이 정확한 윤곽을 파악하기 어렵다. 유리산누에나방은 생존을 위해 가장 세련된 디자인을 만들어낸 셈이다.

유리산누에나방이 낳은 알은 4~5월경 부화하는데 알에서 막 태어난 애벌레는 몸 전체가 검은색이지만 성장하면서 조금씩 노란색 옷으로 갈아입다가 세 번째 허물을 벗고나면 완전 노란 연두색으로 변한다. 몸 위쪽에 하늘색 돌기를 가지고 있어 다른 산누에나방 애벌레와 구별된다.

특이점은 애벌레를 건드리면 “찍찍! 찍찍!”하고 박쥐 울음소리와 흡사한 소리를 낸다. 왜 하필이면 박쥐 소리를 내는 걸까? 유리산누에나방 애벌레 시기는 박쥐가 한창 활동하는 계절로 곤충을 제일 좋아하는 박쥐를 흉내냄으로써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생존법으로 보인다.

미물인 유리산누에나방에게도 다 계획이 있다.

이 친구는 입이 퇴화해 먹이를 거의 섭취하지 않고 오직 종족 보존을 위해 짧은 생을 살아간다. 반딧불이와 똑같이 어두운 밤을 좋아한다. 최근 늘어나는 빛 공해는 유리산누에나방에게도 치명적이다. 불빛은 방향 감각을 교란시키고 번식 행동에 방해가 되며 포식 위험을 높인다.

유리산누에나방의 투명한 날개가 아무리 정교하게 위장을 돕는다 해도 밤을 낮처럼 밝히는 인공 조명 앞에서는 무력해질 수 밖에 없다. 우리가 한번 더 생각해야 한다. 1년에 몇 번밖에 이용하지 않는 곳까지 밤새도록 불을 훤하게 밝혀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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