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이제 누가 보나”…소아과 의사가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이유?

김용 2026. 2. 24. 14:0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용의 헬스앤]
소아과 전공의들이 줄어들고 동네 소아과 의원이 경영난으로 자꾸 사라지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동네의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또 문을 닫았다. 초등학교가 옆에 있어서 어린이들이 많은 곳인데도 '경영난'으로 폐업을 했다고 한다. 소아과는 어린이 감기 환자만 보는 곳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혈관, 심장, 신경 질환 등 위중한 병을 빨리 알아채 우리 아이가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어린이의 몸과 어른의 몸은 크게 다르다.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소아과 진료 경험이 충분해야 아이의 미세한 몸을 관찰할 수 있다. 저출산 현상이 심각하지 않던 과거 소아과는 의대 우수 졸업생이 지망하던 인기과였다. 결국 시대의 변화를 이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소아청소년과 의원 폐업 속출...주요 진료 과 중 가장 많아

지난해 전국에서 소아청소년과 의원 89곳이 폐업했다. 전체 의원 과목 중 신규 개원 대비 폐업률이 가장 높았다. 2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신규 개업 59곳, 폐업 89곳이었다. 신규 대비 폐업 비율이 151%에 달했다. 주요 진료과 가운데 가장 높다. 힘들게 개원 해서 왜 문을 닫을까? 소아과는 다른 진료 과에 비해 비급여(건강보험 미적용) 진료가 적다. 아이에게 보험이 안 되는 '00 주사'를 권할 수도 없다. 출산율 감소 영향도 크다. 산부인과도 신규 46곳·폐업 35곳으로 신규 대비 폐업률이 76%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었다.

힘들게 소아과 전문의 됐는데...80대 노인 돌보는 경우?

그렇다면 폐업한 소아과 의사는 어디로 갔을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3명 중 1명은 소아과와 관계없는 진료를 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특히 24명은 요양병원에서 일하고 있다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도 있다. 어렵게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소아과 전문의가 된 의사가 80대 어르신들을 돌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나온 국제학술지 '대한의학회지'(JKMS)에 실린 논문의 내용이다. 2020~2022년에 379곳의 소아과 의사가 폐업 신고를 했다. 그러나 소아과 관련 다른 의료기관에 재취업한 사람은 35%(127명)에 불과했다. 102명이 다른 진료과에서 근무 중이었는데 74명은 일반 의원, 24명은 요양병원 취업 상태였다. 조사 시기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소아과 폐업이 많을 때였지만, 지금도 병원 경영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아이 수술 담당하는 소아과 전문의가 사라진다면?

가뜩이나 소아과 전공의를 지망하는 젊은 의사들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소아과 의사가 자꾸 사라지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우리 아이가 응급 상황인 경우를 생각해보자. '응급실 뺑뺑이'를 거쳐 응급실에 들어가도 문제다. 수술 등을 담당하는 소아과 전문의가 없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소아청소년과는 감염, 심장, 신경, 신생아 등 각 세부 분과로 나누어 전문의가 따로 있다. 밤에 응급실에 도착하면 응급의학 전문의가 응급조치를 한 후 해당 전문의가 보는 '배후 진료'로 넘겨야 한다. 하지만 소아과 세부 전문의가 없는 병원이 상당수다. 당연히 밤에 어린이 환자가 응급실에 실려오면 난감할 수밖에 없다. 어른 몸과 다른 어린이의 신경 등을 함부로 보다가 의료사고 위험이 있을 수 있다.

이는 '남이 일'이 결코 아니다. 우리 가족에게도 닥칠 수 있다. 우리 아이, 우리 손주가 아파서 병원에 가도 소아과 전문의가 없다면? 경험 많은 동네 소아과 의사는 어린이 몸을 잘 관찰해 큰 병을 일찍 발견할 수 있다. 어린이의 혈관, 심장, 신경 등은 숙련된 소아과 전문의가 봐야 한다. 수술도 이들이 담당한다. 큰 병 없이 초등학교를 마치는 것이 소원이지만, 아이의 몸은 알 수 없다. '필수 의료'는 이제 국민들이 공감하는 단어가 됐다. 우리 아이의 생명을 살리는 의료가 바로 소아청소년과이다. 이런 소아과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동네 소아과 의원은 경영난에 빠지고 대학병원은 세부 전문의가 없어 큰 수술을 못하는 곳이 적지 않다. 소아과 전문의만 있으면 우리 아이를 살릴 수 있는데...

소아과는간호사 등 의료진 구하기도 힘들다...왜?

요즘 초등학교 교사의 어려움이 부각되고 있다. 부모의 지나친 관심으로 마음 고생이 심하다고 한다. 소아과 의사도 마찬가지다. 아이는 성인과 달리 고혈압 등 기저 질환 없이 상태가 갑자기 나빠질 수 있다. 이를 모르는 부모들이 항의를 하고 법적 조치까지 하는 경우가 있다. 간호사 등 의료진 구하기도 힘들다. 우는 아이를 달래는 등 다른 진료과에 비해 일이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진료과에 비해 돈도 못 번다. 비급여 진료가 적으니 수가(건강보험에서 받는 돈)를 대폭 높여줘야 하는 데 매번 찔끔 인상에 그친다.

과거 우수 의대생들이 물려가던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가 기피 과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 의료의 기둥 역할을 했던 중심 진료과가 흔들리고 있다. 요즘 저출산 현상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동네마다 아기 울음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아이를 돌볼 소아과 의사가 없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아이를 너무 좋아해서 소아과 의사가 됐지만, 경영난 끝에 요양병원 의사로 전직한 경우도 있다. 정부, 지방자치단체들이 필수의료 살리기에 더 나서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의사가 없어 수술을 못 받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소아과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Copyright © 코메디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