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통합 특별법 초읽기…야5당·251개 시민단체 "당장 중단하라"
"'괴물 단체장' 탄생법…추경호·이진숙에 영리병원 개설권 주면 어찌 될까"
민주당 이날 처리 방침, 법사위는 회견 직후 법사위 광주전남 법안 의결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정부·여당이 올초부터 추진한 '행정통합 특별법'의 24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예고한 가운데 5개 야당과 전국 시민사회단체들이 국회에 법안의 원점 재검토와 주민투표 등 숙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을 비롯한 5개 야당과 251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통합 특별법 속도전을 당장 중단하고 모든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이날 법사위와 본회의를 연달아 열어 전남·광주, 대구·경북, 대전·충남 통합특별법을 우선 처리할 방침이다. 정치권과 언론에선 특별법안이 '5극3특 행정통합'이란 이름과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권한을 통합특별시에 부여한다'는 내용만을 중심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체적 내용을 보면 지방자치단체장(통합특별시장)이 광범위한 규제 완화를 가능케 한 조항과 특례를 둔 한편 법률이 규정한 중앙 부처의 견제 장치는 없애도록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각 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일부 야당이 반발해왔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지금의 행정통합, 시민 목소리 거세 위험”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5국3특 체제라는 큰 방향에는 원칙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정치 개혁이란 핵심 장치가 빠진 행정통합은 시민의 목소리가 거세된 관료 주도의 거대 행정기관만을 탄생시킬 위험이 매우 크다”고 했다. 그는 법안에서 우선 보완해 추가해야 할 세 원칙으로 △표의 등가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특별시의회 재설계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와 비례대표 30% 확대 △단체장 결선투표제 도입 등을 요구했다.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는 “지금의 특별법은 독소 조항이 너무나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취업 자유를 명목으로 지방의 환경 노동 기준을 대폭 풀어 기본권을 후퇴시키고, 영재학교와 과학고, 외국인학교 파격 특례로 특권 교육을 조장할 우려도 매우 높다”는 것이다. 그는 “단체장을 견제할 민주적 제도장치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는데 대체 누구를 위한 행정통합인가”라고 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자신도 광주·전남 행정통합 특별법안을 발의했다며 “그러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기본소득당 안을 비롯한 여러 발의안은 검토조차 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주민 우려를 경청하고 대안을 검토해 연휴 뒤 추가 심사하자고 수차례 설득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며 “숙의한다던 민주당 약속은 왜 지켜지지 않는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늦지 않았다. 3월 초까지 법안 수정 논의를 통해 여러 쟁점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지역 주민들을 동원 대상으로 여기는 정치가 민주당에서 똑같이 재현되고 있다”며 “특별법들은 수십, 수백 개 특례로 기업 규제 완화와 특혜를 완벽하게 확대할 뿐 주민자치와 기본권은 완전히 배제하고 무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충분한 숙의를 거쳐 주민투표로 행정통합 논의를 결정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자치분권 포장지 벗기면 '괴물 단체장' 탄생시키는 특례조항 가득”
각 지역 노동·시민사회 연대체 대표들도 법안 논의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김대희 전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시민의 삶을 결정하는 행정통합을, 민주당이 유일한 1당을 차지하는 민주주의의 성지 광주전남에서 주권자인 시민은 뒷전으로 사라지고, 정치인들과 지방 행정권력만 살찌우는 온갖 재정특혜, 개발특혜, 행정권한독점만을 정당화하고 있어 지금 광주전남 시·도민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김재섭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오늘 본회의에서 저 부실투성이 특별법의 방망이를 그대로 두드린다면 그것은 지역 주민 일상을 볼모 삼은 역사적인 직무유기로 기록될 것”이라며 “최초의 통합이라는 정치적 수사는 정치인들이 가져가겠지만, 지역의 시민은 그 짐을 지고 살아간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오늘 본회의 통과를 앞둔 저 특별법은 지방살리기가 아니라 통제 불능의 '괴물 단체장'을 탄생시키는 법”이라며 “자치분권이라는 포장지를 벗겨보면 그 속에는 견제 장치 하나 없는 제왕적 권력, 무소불위의 권한을 몰아주는 특례조항들로 가득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현재 논의 중인 행정통합특별법안에 책임성을 높이는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 반면 지역 발전을 명분으로 환경·노동·교육·보건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규제 완화 중심의 특례를 광범위하게 담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특별법은 개발사업 시 41개에 달하는 법률의 인가·허가·승인·협의를 모두 받은 것으로 처리하고, 환경기후변화, 건강영향평가 협의권까지 통합특별시장에게 이양한다”며 “환경파괴 난개발 면허증”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충남대전 법안은 법령상 교육감 권한인 이른바 특권학교의 설립 권한을 통합특별시장에 이양했다”며 “지방교육자치의 심각한 훼손”이라고 했다.
이어 “법안엔 충격적이게도 영리병원 설립을 쉽게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구·경북의 경우 통합특별시장이 '글로벌미래특구'를 지정하면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동일한 효과가 나도록 해 영리병원을 손쉽게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며 “만약 이진숙이나 추경호 같은 이들에게 영리병원 개설 권한이 주어지면 어떻게 될까. 한국 보건의료 체계를 뒤흔들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통합이 가져올 변화에 설명을 듣고 의견을 제시할 기회도 보장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법사위는 기자회견 직후인 오후 12시30분께 전체회의에서 전남·광주 행정통합 법안을 의결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를 열어 전남광주 통합특별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대구경북과 대전충남의 경우 국민의힘 반대로 처리가 보류됐다.
언론은 '더 많은 규제완화 요구' 국힘 법안 제동 중심으로 보도
대다수 언론은 행정통합 법안 통과를 서두르는 민주당과 규제 완화를 다룬 특례 부족을 이유로 반대하는 국민의힘의 대치를 중심으로 보도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24일 <대전·충남 행정통합법 처리 임박…지역 정치권 '벼랑 끝 대치' 격화>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역시당 간 갈등만을 다뤘다. 동아일보는 1면 머리기사 <지방선거前 시도 통합 '충남-대전' 막판 진통>에서 “첫 광역 통합지자체 출범이 초읽기”라며 “하지만 통합 3대 축 중 한 곳인 충남-대전 통합특별법이 국민의힘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막판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도 6면에서 <오늘부터 8일간 본회의 극한 대치 예고…대전충남 통합법은 일단 제동> 제목으로 보도했다.

국민일보의 경우 <통합반대론 확산…대전시민 10명 중 7명 “주민투표 필요”>에서 “대전과 충남, 대구 곳곳에서 통합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충남과 대구경북 지역 노동계, 교육계, 시민사회 단체들의 행정통합 추진 중단 요구와, 국민의힘 소속인 이장우 대전시장과 국민의힘이 대다수 의석인 대구시의회 등이 '핵심 특례가 삭제'됐다 등 이유로 법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함께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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