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애가 못 나왔어요”…잠옷 바람 엄마는 절규했다 [세상&]

이영기 2026. 2. 24.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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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가 못 나왔어요. 안 보여요."

24일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먼저 몸을 피해 나온 엄마 A씨는 이같이 절규했다.

민씨는 "불이라고 해서 1층으로 대피하니 모녀가 1층에 잠옷 바람으로 나와 있었다"며 "당시 외투도 걸치지 않고 엄마가 '애가 못 나왔다', '애가 안 보인다'가 발을 동동 굴렀다"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소방법상 스프링클러 설비 관련 조항이 의무화되기 전에 착공된 아파트 대부분은 화재 안전 사각지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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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시께 화재 발생해 1명 사망
“먼저 대피한 엄마는 딸 찾아 절규”
8층 위로 전부 그을려 피해 번져
최상층인 14층까지 재·연기 유입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검게 탄 8층 세대. 방충망이 녹아내려 넝마처럼 걸려있다. 이영기 기자.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우리 애가 못 나왔어요. 안 보여요.”

24일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먼저 몸을 피해 나온 엄마 A씨는 이같이 절규했다. 이를 본 주민은 A씨가 당시 큰딸과 함께 대피하지 못 해서 심하게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끝내 A씨의 10대 첫째 딸은 숨졌다. A씨는 얼굴에 화상을 입고, 둘째 딸은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이동해 치료받고 있다. 위층 주민인 50대 여성도 연기를 흡입하고 구조됐다. 부상자 3명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의 모습은 원래의 색을 가늠도 할 수 없을 만큼 검게 탄 모습이었다. 화재가 발생한 8층 위로 해당 동의 최상층인 14층까지 모두 그을려 있었다.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검게 탄 8층 세대. 세대 내부에서는 화재 원인 감식을 벌이고 있다. 이영기 기자.

특히 화재가 발생한 8층의 세대는 집 안 전체가 검게 타 있었다. 발코니에 붙였던 방충망은 녹아내려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넝마처럼 걸려 있었다. 바로 위층의 발코니까지 열기를 이기지 못 하고 창문이 깨져 있었다.

8층 복도에서는 매캐한 탄 냄새가 코를 찌를 정도였다. 복도는 화재 진압에 쓰였던 물과 재가 섞여 질척한 바닥이었다.

화재 세대의 바로 밑에 거주하는 7층 주민은 “지난 1월쯤에 8층에서 실내 공사를 한다고 시끄러웠는데, 그후 이사 온 집인 거 같다. 이사 온 지 한두 달이 되지 않은 집인데 안타깝다”며 “오늘은 소란스러운 소리에 6시쯤 깼더니 불이 났다고 해 대피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을 주민이 지켜보고 있다. 이영기 기자.

또 다른 7층 주민인 40대 민수진 씨는 대피한 모녀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민씨는 “불이라고 해서 1층으로 대피하니 모녀가 1층에 잠옷 바람으로 나와 있었다”며 “당시 외투도 걸치지 않고 엄마가 ‘애가 못 나왔다’, ‘애가 안 보인다’가 발을 동동 굴렀다”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같은 동의 최상층인 14층 주민 김모(75) 씨는 다급했던 당시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김씨는 6시 28분께 화재 신고했다. 당시 집에 있던 중증 장애인 아들의 대피를 위해서도 구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김씨는 “아들이 중증 장애인인데 아들을 데리고 대피할 수가 없어서 속이 탔다”며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대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24일 오전 발생한 화재로 14층까지 연기와 재가 유입됐다. 사진은 14층 주민이 사용했던 마스크와 물티슈. 이영기 기자.

김씨는 14층까지 재와 연기가 유입됐다고 화재 상황을 설명했다. 재가 너무 들어와서 흰 수건으로 얼굴을 훔치니 검정 재가 묻어나왔다고 설명했다. 사진을 보여주는 김씨의 손도 재가 묻어 검정빛이었다.

이날 발생한 화재는 오전 6시 18분께 최초 신고로 확인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오전 6시 48분께 불길을 잡은 뒤 화재 발생 1시간여 만인 7시 36분께 불을 완전히 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합동 감식을 벌여 화재 원인과 정확한 피해 규모 등을 조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방화 등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주민 70여명은 화재 경보와 안내 방송 등을 듣고 스스로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을 소방 대원이 감식하고 있다. 이영기 기자.

한편 ‘스프링클러 사각지대’가 화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법상 스프링클러 설비 관련 조항이 의무화되기 전에 착공된 아파트 대부분은 화재 안전 사각지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은마아파트를 포함해 의무화 이전에 준공된 아파트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은마아파트 관계자는 “소방 관련 법령에 맞게 점검을 규칙적으로 하고 있다”면서도 “관련 소방법은 소급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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