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시 진봉면 심포리 일대, 겨울철 검독수리 촬영지로 알려진 지역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삵과 수달 사체가 맹금류 유인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문가 확인 결과 현장에 놓인 개체는 삵(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과 수달(Ⅰ급·천연기념물)로 확인됐다.
김제시 진봉면 심포리 일대서 확인된 삵 사체. (사진 제보자 제공)/뉴스펭귄
수달 사체. (사진 제보자 제공)/뉴스펭귄
제보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서는 과거에도 동물 사체가 현장에 놓여 왔으며, 이번 삵과 수달 사체 역시 검독수리 촬영을 위해 인위적으로 투기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직접적인 훼손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멸종위기종 사체를 운반·제공하는 행위 자체가 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보자는 23일 오전, 검독수리 탐조 중 해당 행위를 목격했다. 제보자는 "차에서 사람들이 사체를 꺼내 던졌다. 이전부터도 고라니 사체를 사진찍으려고 두기로 유명했다"며 "로드킬 된 사체를 활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차 트렁크에서 동물 사체가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비닐봉투를 꺼내 들고 있는 사람들. (사진 제보자 제공)/뉴스펭귄
제보자는 "차에서 사체를 꺼내 던졌다"고 말했다. (사진 제보자 제공)/뉴스펭귄
현장에는 법정보호종인 삵, 수달뿐만 아니라 검은목논병아리와 멧비둘기 등 조류 사체도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보자는 "특별히 검독수리를 보호하려는 조치로 보이진 않는다. 더 가까이서 잘 나온 사진을 찍기 위해 이런 일들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4조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포획·채취뿐 아니라 보관·운반·유통 등을 금지하고 있으며, 사체 역시 예외가 아니다. 허가 없이 운반하거나 제공할 경우 수달(Ⅰ급)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 삵(Ⅱ급)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특히 수달은 천연기념물이기도 해 「자연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제17조에 따른 허가 대상이며,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전북지방환경청은 이번 사안에 대해 "계도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멸종위기종 사체를 인위적으로 옮기거나 훼손한 경우 법적 책임이 따른다는 점은 분명하다. 익명의 한 멸종위기종 전문가는 "자연스러운 죽음의 순환 과정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행위는 윤리적 문제를 넘어 생태적 교란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독수리 사진을 찍기 위해 늘어선 차들. (사진 제보자 제공)/뉴스펭귄
이 지역에서는 불과 1년 전에도 유사한 논란이 있었다. 2025년 2월, 같은 심포리 일대에서 큰기러기를 붙잡아 다리를 묶은 채 땅에 고정해 두고 검독수리 사냥 장면을 촬영하려 했다는 제보가 접수돼 <뉴스펭귄>이 보도한 바 있다. 당시 큰기러기 역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포획·훼손한 자는 위 법령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다. 해당 사건 역시 검독수리 촬영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유사 사건 보도 사진. 조류 사진을 촬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큰기러기를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도록 묶어 놓았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사진 제보자 제공)/뉴스펭귄
반복되는 논란은 특정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인위적 개입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검독수리는 수리과에 속하는 맹금류로 독수리(Vulture)와 달리 스스로 사냥이 가능한 종이다. 제보자는 "먹을 게 없으면 이동하는 것이 자연의 순리"라며 촬영을 위한 인위적 먹이 제공이 자연 질서를 왜곡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작된 환경에서 얻은 장면이 계속 소비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