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지 않는 역류성 식도염, ‘의료 쇼핑’이 병 키운다
8주 이상 치료에도 지속되면 난치성 의심
병원 옮겨 다니는 ‘의료 쇼핑’ 진단 왜곡 우려
내시경 시술 선택 주의해야

한국인 10명 중 1명이 앓는다는 흔한 질환이 바로 위식도역류질환(역류성식도염)이다. 그러나 환자가 많은 만큼 질환에 대한 오해도 적지 않다.
이달 1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만난 박성수 난치성 위식도역류질환센터장(위장관외과 교수)은 “전체 환자의 30~40%가 위산분비억제제(PPI) 등을 복용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난치성’으로 분류되지만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대로 배·등 쪽 통증이나 구취 같은 위식도역류질환과 크게 관계없는 이유로 병원을 찾는 이들도 상당수”라고 덧붙였다. 식도 점막 손상이 반복되면 출혈과 식도 협착 등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이를 간과하거나 위장 질환을 다 위식도역류질환과 연관 짓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지난달 고려대 안암병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관련 전문 센터를 개소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박 교수는 “난치성 위식도역류질환은 증상 양상과 약물 반응을 장기간 관찰하며 단계적으로 치료 방침을 정해야 하는 질환”이라며 “병원을 자주 옮길 경우 정확한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일부에서 시행하는 내시경 고주파 시술에 대해선 “고주파로 식도점막을 지져 딱딱하게 만드는 식으로 식도를 좁히는 것은 역류를 막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좋은 의료 접근성이 오히려 병을 키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난치성 위식도역류질환은 보통 8주 이상 약물 치료를 해도 차도가 없는 경우를 말해요. 전체 환자의 30~40%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의료 접근성이 좋다 보니, 환자들이 이 병원에서 약을 1~2주 먹어보고 효과가 없으면 다른 병원으로 가서 또 비슷한 약을 처방받는 식의 '의료 쇼핑'을 하는 경우가 잦아요. 환자는 병원을 바꿔도 낫지 않는 질환 때문에 고통받고, 의사는 환자가 다시 오지 않으니 나았다고 착각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겁니다. 위식도역류질환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을 위해선 한 병원에서 꾸준히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해요.”
-환자 스스로 난치성 위식도역류질환이라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난치성 위식도역류질환이 의심된다며 찾아온 환자의 40% 안팎은 해당 질환과 상관없는 이들이에요. 배에 가스가 차거나, 설사를 하거나, 입 냄새가 나는 등 다른 위장 질환이나 스트레스성 증상을 모두 위식도역류질환으로 지레짐작하는 경우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입니다. 배가 아픈 곳을 짚어보라고 하면 명치 아래쪽이 불편하다고 한다거나, 식전에 배가 아프다고 말하는 환자들도 많아요. 위식도역류질환은 식후에 분비된 위산이 역류해 올라오는 것이니 이런 증상을 가진 환자들은 위식도역류질환으로 보기 힘듭니다.”
-난치성 여부를 판단하는 정밀 검사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24시간 식도 산도검사와 고해상도 식도내압검사를 시행합니다. 코를 통해 가느다란 관을 위식도 경계 부위까지 밀어 넣어 24시간 동안 유지하면서 위산이 얼마나 자주 역류하는지 객관적인 수치로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검사 자체가 다소 불편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소화불량이 아니라 일상생활이나 수면에 심각한 지장을 받을 정도로 증상이 심한 환자,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할 환자를 엄격하게 선별해 시행합니다.”
-수술적 치료인 항역류수술에 대한 오해도 많은 것 같습니다.
“수술하면 큰일 난다거나 아예 위식도역류질환 관련 수술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하지만 항역류수술(위저추벽성형술)은 의대 교과서에 실려 있고 의료 보험 급여도 적용되는 표준 치료법이에요. 약물치료로 해결되지 않거나 부작용으로 약을 먹기 힘든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는 방법입니다.”
항역류수술은 위산이 역류하지 않도록 헐거워진 식도 하부 근육을 다시 조여 주는 수술이다. 위의 윗부분(위저부)을 끌어와 식도 아래쪽을 넥타이 매듯 한 바퀴 감싸는 식으로 느슨해진 식도 끝에 새로운 ‘고리’를 만들어주는 원리다. 이렇게 만든 고리는 위 속 내용물이 거꾸로 올라오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수술 대신 내시경 시술을 찾는 환자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고주파로 점막을 지지거나 절제해 인위적으로 딱딱하게 만드는 식으로 식도를 좁히는 내시경 시술은 역류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습니다. 미국소화기학회에서도 권고하지 않는 방법이에요. 점막을 딱딱하게 만들어 버리면 나중에 항역류수술을 해도 효과가 떨어져요. 수술을 피하고 싶은 환자들의 심정은 알겠지만, 내시경 시술을 선택할 때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약물 치료를 시작했다면 증상이 조금 나아졌다고 마음대로 약을 끊지 말고, 염증이 완전히 가라앉을 때까지 의사의 지시에 따라 충분한 기간 복용해야 합니다. 병원마다 약제가 다른 것이 아니니 병원을 자꾸 옮기기보다는 한 의사에게 꾸준히 진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 과식, 늦은 밤 야식, 탄산음료와 커피 등을 피하는 생활 습관 교정이 필수적입니다. 아무리 좋은 약이나 수술도 나쁜 생활습관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으니까요.”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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