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쿠팡 차별했나” 로저스 불러 7시간 캐물은 美의회

이혜영 기자 2026. 2. 24. 11:1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로저스 쿠팡 대표 비공개 증언…“한국이 부당 대우” 주장 가능성
美 하원 법사위 대변인 “모든 것 열려 있다”…입법 조치 시사
쿠팡, 韓 당국 겨냥해 “의회 증언으로 이어진 상황 유감” 성명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가운데)가 2월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연방 하원 법사위 회의장에 비공개 증언을 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미 의회에 출석한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가 7시간에 걸쳐 비공개 조사를 받았다. 하원 법사위원회는 로저스 대표를 상대로 한국 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차별적이고 불공정한 대우'를 했는지 여부를 집중 캐물은 것으로 파악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법원의 관세 위법 판결 이후 후속 대응 조치를 예고한 상황이어서 이번 증언이 향후 절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美하원 "공개 청문회 및 입법 조치, 모든 게 열려 있다"

로저스 대표는 23일(현지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7시간가량 워싱턴DC의 레이번 하원 빌딩 내 하원 법사위원회 회의장에서 비공개 증언을 진행했다. 이번 절차는 법사위 주관으로 증인을 불러 진행하는 비공개 조사로, 향후 입법을 포함한 후속 절차로 이어지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조사는 법사위 의원실 보좌진과 변호사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공화당과 민주당이 1시간씩 번갈아가며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저스 대표는 증언을 마친 뒤 '위원회가 어떤 질의를 했나' '위원회의 주된 우려 사항은 무엇이었나' '어떻게 답변했나' 등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채 퇴청했다. 

로저스 대표는 이날 한국 정부와 국회가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벌인 조사·수사 관련 내용을 설명하면서 쿠팡이 부당하고 차별적인 조치를 받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 의회는 조사에 앞서 청와대와 국회, 공정거래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한국 기관과 사측의 통신 내역 일체를 요구했는데, 쿠팡은 이에 응해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제출했다. 

해럴드 로저스 쿠팡 한국 임시대표가 2월6일 국회 '쿠팡 사태 연석 청문회'에서 허위 증언을 한 혐의(국회증언감정법상 위증)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공화당 소속 짐 조던 법사위원장과 스콧 피츠제럴드 행정·규제개혁·반독점 소위원장은 지난 5일 로저스 대표에게 소환장을 발부하면서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와 불필요한 장벽 생성을 피하겠다는 내용으로 최근 트럼프 행정부와 맺은 무역 합의에도 불구하고 표적 공격을 계속해왔다"고 적시했다. 또 "한국 정부가 쿠팡을 표적으로 삼고 미국인 임원을 기소하려는 움직임은 최근 약속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하면서 이번 조사가 의회 입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시사했다.

하원 법사위 대변인은 회의장 앞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번 조사가 미국 기업들에 대한 차별적 조치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가 공개 청문회 및 입법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모든 것이 열려 있다"(Everything is on the table)고 답했다. 쿠팡 외 다른 기업 소환 여부에 대해서는 "모든 옵션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한국 당국은 로저스 대표와 쿠팡을 상대로 정보유출 규모 축소 및 증거인멸, 국회 청문회 위증, 산업재해 은폐 등 혐의와 관련해 동시다발적인 수사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일단 한국 정부는 쿠팡에 대한 국내 수사와 조사 절차는 통상 이슈와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이번 증언 청취도 쿠팡의 로비 영향력이 발휘된 것으로,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미 의회 내에서의 절차를 유도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쿠팡의 글로벌 대외협력 최고책임자인 로버트 포터는 조사 종료 후 성명을 내고 "우리는 오늘의 의회 증언을 초래한 한국에서의 상황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건설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데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며 "더 넓게 쿠팡은 미국과 한국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며 양자 경제관계 개선을 돕고 안보동맹을 강화하며, 양국 모두에 도움되는 무역과 투자를 가속화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무역법 301조 꺼낸 USTR…"정당한 법집행 설득해야"

로저스 대표의 미 의회 증언은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과 무역법 122조·301조 등 대체 수단을 이용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관세 부과 시도 국면에서 진행됐다. 때문에 향후 한미 통상 관계에 어느정도의 영향을 끼칠 수 있을 지에 이목이 쏠린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대법원 판결로 무효가 된 상호관세를 대체하기 위해 무역법 301조 관세 조사를 개시한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의 무역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행동, 정책, 관행에 관세 부과 등을 통해 대응할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한다.

앞서 쿠팡의 미 투자사들은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부당하고 차별적인 행동"을 주장하며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에 무역법 301조 조사를 청원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301조 조사에는 미국이 대규모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국가들이 다수 포함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한국은 쿠팡 사태와 로저스 대표의 의회 증언이 함께 활용될 수 있다. 

이인철 참좋은경제연구소장은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 "쿠팡 사태가 301조에 따른 보복 관세의 빌미가 되지 않도록 리스크를 통상 이슈와 분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쿠팡에 대한 조사가 미국 기업 탄압이 아니라 한국 내 소비자 보호와 공정거래를 위한 정당한 법 집행임을 미 무역대표부에 명확하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입장을 바꿔서 '미국인의 정보 대다수가 빠져나갔다고 하면 가만히 둘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미국을 움직여야 하고, 특히 우리의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가 미국의 일자리를 만들고 안보를 강화한다는 점을 강화하면서 투자를 약속한 기업에 대해서는 포괄적 관세 면제 확약을 받아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