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승전길을 걷다] (2) 거제 옥포해전길
1592년 일본군 함대 진격
26척 침몰시켜 포로 구출
임진왜란 첫 승리 이끌어
옥포항~조각공원 해안길
효충사·옥포루 등 곳곳에
정자 찾으면 길 찾기 쉬워
일부 지점 승전길 조성 중
별개 코스와 혼돈 우려도
안내판·전시물 보완 필요

거제 팔랑포마을에서 옥포항으로 이어지는 해변길에는 나무 데크가 설치돼 바다를 조망하며 걸을 수 있다.
◇첫 출전, 태산 같은 진군= 1592년 4월 13일 부산에 상륙한 왜군은 이틀 만에 부산진성과 동래성을 함락한 후 파죽지세로 북진했다. 전쟁이 발발한 지 보름 후인 4월 28일, 선조에게 상방검을 하사받고 삼도순변사로 임명된 신립 장군의 정예병마저 충주 탄금대에서 대패했다. 이에 4월 30일 밤, 선조는 한성을 버리고 북으로 몽진을 떠났고 조정과 백성들의 희망의 불씨는 사그라졌다.
지상에서 활로가 사라졌다고 여긴 선조는 전라좌수사 이순신에게 경상우수사 원균을 도우라는 명을 내리며 관할 해역을 벗어난 출격을 허가한다. 이때 이순신의 전라좌수영은 출격 대비를 마친 후였다.

거제 옥포대첩기념공원에서 팔랑포마을 구간의 전망대에서 기자가 옥포만을 바라보고 있다.
5월 4일, 이순신의 지휘 아래 전라좌수영 함대는 여수에서 닻을 올리고 거제도로 출격했다. 전투선으로 주력함 판옥선 24척과 협선 15척, 전투를 보조하는 소형 쾌속선인 포작선 46척으로 구성된 함대는 5월 6일 당포 앞바다에서 원균의 경상우수영 함대와 합류한다. 당시 원균은 판옥선 4척과 협선 2척만을 이끌고 등장했다. 전쟁이 발발한 후 적의 함선 탈취를 우려해 함대가 보유하던 함선들을 대부분 자침시켰기 때문이다.
지휘권을 넘겨받은 이순신과 연합대는 거제 남단을 돌며 송미포(현 동부면)에서 밤을 지냈다. 이튿날인 5월 7일 정오께, 척후 부대가 옥포만에 상륙해 약탈 중이던 30여 척 규모의 왜적 함대를 발견해 신기전으로 알린다. 이를 본 이순신은 “가벼이 움직이지 말고, 침착하게 태산같이 무겁게 행동하라(勿令妄動 靜重如山 물령망동 정중여산)”는 명을 내리고 진격한다.
기습적인 공격에 당황한 도도 다카토라의 부대는 곧바로 배에 올라타 탈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왜군들은 조총을 쏘아대며 반격했지만, 사거리가 100m 정도밖에 되지 않던 조총으로는 수백 미터 밖에서도 위력을 내던 조선의 총통을 당해낼 수 없었다. 도도와 일부 왜선은 가까스로 해상으로 도망쳤고, 일부는 배를 버리고 육지로 도망쳤다.

거제 옥포대첩기념공원 내 옥포루에 오르면 옥포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옥포해전의 발자취가 담긴 4.6㎞ 해안 길= 경남도는 옥포해전의 환희를 기리기 위해 해전이 펼쳐진 일대에 승전길을 조성하고 있다. 지난 9일 옥포대첩기념공원에서 해안선을 따라 옥포항을 지나 옥포조각공원으로 이어지는 4.6㎞가량의 길을 직접 걸었다.

거제시 옥포동에 세워진 거북선 옆 깃발이 찢어진 채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김승권 기자/

임진왜란 첫 승전으로 꼽히는 1592년 옥포대첩을 기념해 옥포대첩기념공원에 세운 기념탑./김승권 기자/

거제옥포대첩기념공원내 충무공 이순신의 위패와 영정을 모신 효충사./김승권 기자/
기념공원 입구로 나와 데크길을 따라 10분 정도 걷다 보면 좁은 해안 길로 이어진다. 이곳을 따라 팔랑포마을까지 20분 정도 가면 마을 끄트머리의 작은 정자 옆으로 보이는 산길로 들어선다.
좌측으로는 새파란 바다가 보이고, 우측으로는 산림을 만끽할 수 있는 길에는 풀 내음과 파도 소리가 어우러진다.
산길 중간중간 갈림길이 나오는데, 승전길을 따라 걸을 가장 쉬운 방법은 정자를 찾는 것이다. 코스 중간중간에 있는 정자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코스로 이어진다.
산길을 30분 정도 걸으면 우측으로는 옥포공원으로, 옥포해변 둘레길 전망대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그중 좌측으로 향하면 옥포해전길 핵심 구간인 해안 데크길이 나온다.

임진왜란 해전 첫 승전지 표지석.
어선들이 즐비한 옥포항을 지나 옥포항 수변공원에 가면 ‘임진왜란 해전 첫 승전지’라고 적힌 비가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임진란 거북선 모형이 있는 길을 지나 차도 옆 오르막을 오르면 옥포해전길의 끝부분인 옥포조각공원에 도착한다. 기념공원을 둘러본 후 승전길을 천천히 걸으면 2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어디가 길인지 분간 안 가…직관적인 조성 필요= 아직 조성 단계인 이순신 승전길은 대부분 구간에 안내판이 없고, 일부 지점에선 ‘길’이 조성돼 있지 않아 지도를 따로 지참하지 않으면 직관적으로 코스를 확인하기 어렵다.
옥포해전길 중간중간 배치된 이정표 말에 1~3구간으로 나누어 ‘충무공 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이라는 안내가 붙어 있는데, 이는 현재 조성되고 있는 ‘이순신 승전길’과 별개로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가리키기에 관광객으로 하여금 혼돈을 줄 우려가 있다.
또 옥포항부터 옥포조각공원까지 이어지는 길은 이전의 해안 산책로나 데크길과 달리 직관적으로 구간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옥포항을 가로지르는 길은 항구 내 방파제 옆길로, 별다른 안내가 표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후 옥포항 수변공원을 가로질러 거북선 모형을 지나는 길 또한 도로 옆 인도를 걷도록 조성돼 있기에 이순신과 옥포해전을 떠올릴 만한 요소는 없었다.
특히 옥포조각공원과 그 옆으로 조성 예정인 옥포대첩계단(가칭)의 경우 위치상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고, 옥포해전과 관련된 전시물이 없기에 향후 옥포해전과 관련된 요소들을 첨가하는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이순신의 첫 승전을 기념하는 옥포해전길이 옥포해전의 환희와 희망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관광객들이 바다와 산림의 평온함과 전투의 웅장함을 한눈에 담아갈 수 있는 관광지로 조성되길 기대한다.
글= 진휘준 기자·사진= 김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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