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도깨비' 보고 강릉까지 왔다… BTS 정류장 가고 길감자 먹고

박은성 2026. 2. 2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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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관광 2000만 시대]
드라마 '도깨비' 촬영 영진해변
K드라마 팬 발길 이어지는 명소
BTS 앨범 재킷 촬영 향호해변
완전체 복귀 투어 앞두고 관심
강릉 도심엔 요즘 뜨는 K푸드
7일 tvN드라마 '도깨비'의 배경인 강원 강릉시 주문진 영진해변을 찾은 중국인 유학생 리칭이 드라마의 한 장면을 재현하고 있다. 강릉=나민서 기자

"영진해변은 K드라마를 전공한 저에게 운명 같은 곳이죠."

중국인 리칭(20)이 지난 7일 강원 강릉 주문진 영진해변 방사제에서 이같이 말했다. 영진해변은 2016년 방영된 tvN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다. 이곳에서 빨간 목도리를 두른 지은탁(김고은)이 운명처럼 김신(공유)을 만난 장면을 촬영했다. 리칭은 '도깨비'에 푹 빠진 후 100편이 넘는 한국 드라마를 섭렵했다. 빨간 목도리를 챙겨 온 그는 '도깨비'의 한 장면이 떠올라 감정이 북받친 듯했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영진해변 일대는 6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조용한 어촌이었다. 하지만 드라마와 영화에 나온 영진해변을 보기 위해 연간 수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하는 한류 명소가 됐다. 리칭은 "스무 살을 맞아 10대 시절을 함께 한 드라마 촬영지를 직접 방문하고 싶었다"며 "낯선 강릉까지 오기가 쉽진 않았지만 마치 은탁이 된 듯한 기분이 들어 감동적이다"고 말했다.

7일 강릉 주문진 향호해변의 명물인 BTS정류장을 찾은 중국 유학생 르이샤(왼쪽), 박다나가 BTS 응원봉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BTS 2집(YOU NEVER WALK ALONE) 앨범 재킷에 등장한 이곳은 촬영 후 철거된 것을 강릉시 복원해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강릉=나민서 기자

주문진 향호해변 일대도 외국인 관광객으로 들썩이고 있다. 향호해변에는 세계적인 K팝 그룹인 방탄소년단(BTS)의 공식 팬덤인 아미(ARMY)의 성지가 있다. BTS 멤버들은 2017년 2집 앨범 재킷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멤버 7명이 향호해변 정류장에 나란히 앉아 봄볕을 쬐는 영상으로 K팝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중국인 유학생 르이샤(26)와 박다나(24)도 이날 영하 10도 이하의 한파에도 향호해변 BTS 정류장을 찾아 즐거운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찍기 바빴다. BTS 멤버인 지민, 슈가의 팬인 두 사람은 SNS에서 만나 BTS 공연을 함께 보며 가까워졌다. 둘은 BTS 활동과 관련한 장소를 찾아가는 성지 순례 중이다.

강원 강릉시 주문진 북쪽 향호해변의 ‘BTS정류장’. 앨범 재킷 촬영 후 철거했다가 강릉시에서 다시 세웠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강릉 안목항에도 외국인 관광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인 가오 유링(35)·웨이(26) 자매는 "SNS에서 '도깨비' 촬영지와 함께 가볼 만한 곳으로 안목항 커피거리, 카페 등이 나와 중국에서도 많이 알려져 있다"며 "차가운 동해에서 마시는 따뜻한 커피가 색다른 추억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4박 5일 한국 여행의 마지막 일정으로 안목항을 찾은 중국인 온로유(32), 미키(36)도 안목항의 매력에 푹 빠진 모습이었다. 이들은 "힘찬 파도와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소나무 숲이 더 푸르게 느껴진다"며 풍경에 감탄했다. 항구를 따라 늘어선 30여 곳 카페와 푸른 바다의 윤슬이 담긴 스티커 사진은 한국 여행의 한 페이지를 채우기에 충분했다. 이들은 "한국이 커피 주산지가 아닌데도 게이샤, 피베리, 예가체프 등 최고급 원두를 맛볼 수 있어 놀랐다"며 "눈과 입을 모두 즐겁게 하는 디저트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다"고 말했다.

2025년 가을 커피축제 기간 중 강릉 안목해변 커피거리 백사장에서 열린 '별이 빛나는 밤에' 이벤트에 많은 관광객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강릉시 제공
강릉 도심에 자리한 중앙·성남시장은 갖가지 먹을거리를 맛볼 수 있는 스트리트 푸드의 성지로 꼽힌다. 강원도 제공

강릉 중앙·성남시장, 월화거리 일원은 요즘 뜨는 K푸드 존이다. 시장에서 파는 길감자와 물회, 짬뽕빵, 순두부 등이 인기가 높다. 이들 맛집 역시 BTS, 베이비몬스터, 엔믹스 멤버들이 찾거나 SNS 후기를 남긴 뒤 외국인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K팝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레이지(24·말레이시아)는 "부드러운 순두부와 쫄깃하고 짭짤한 꼬막의 맛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며 "K뷰티 화장품처럼 한국 대표 관광 상품으로 손색없다"고 했다.

일본 이바라키현에서 온 다카(21)는 SNS에서 소문난 길감자를 맛보기 위해 1박 2일 일정으로 강릉을 찾았다. 그는 "강릉에 오려고 서울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먼 길을 왔다"며 "길감자는 전 세계 어디서도 먹어볼 수 없는데 먹어보니 긴 수고를 싹 잊게 해주는 맛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은 너무 유명하고 익숙하지만 강릉은 새로운 체험으로 가득한 여행을 선사해준다"고 했다. 시장에서 길감자 먹방을 찍은 다카는 인근 향수공방 등을 방문하기 위해 발길을 재촉했다.

강원관광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18만 명 증가한 336만 명이었다. 강원도 관계자는 "K팝 등의 영향으로 강원 지역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며 "KTX 동해중부선 개통 등 교통망이 개선되면서 개별 관광도 증가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강원도는 강릉, 양양, 동해 등 주요 관광 명소를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 홍보 활동을 적극 늘릴 방침이다.

 

일상 속으로, K관광 2000만 시대

  1. ① 두피 관리실, 점집까지 찾는다
    1. • "한국 사람처럼" 사주 보고, 물멍 하고, 편의점 먹방 찍는다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21515260001023)
    2. • 올해 '외국인 관광객 2000만 시대' 연다... 1월 방한 외국인 13% 증가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21318400001630)
    3. • "돼지국밥 먹으러 배 타고 왔다"… 외국인 5명 중 1명은 부산 간다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21313360005928)
    4. • 10년 전 '도깨비' 보고 강릉까지 왔다… BTS 정류장 가고 길감자 먹고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21111050001064)
  2. ② 외국인 관광객이 지갑 여는 이유
    1. • '최애의 나라'서 춤추고 꾸민다... 요즘 K팝 팬이 한국을 즐기는 법[K관광 2000만 시대]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22409380003263)
    2. • "개점 이래 이 정도 외국인 처음"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백화점 [K관광 2000만 시대]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22308450003256)
    3. • 몽골선 갑상선 들어낼 뻔, 한국 오니 "암 아냐"... 가로수길엔 '붕대쇼핑족' [K관광 2000만 시대]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22409370005646)
    4. • 외국인들, 올리브영 찍고 여기 간다… 반년 새 명동에 우후죽순 생긴 이 업종 [K관광 2000만 시대]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22009580003375)
  3. ③ 한국 또 오게 하려면 이걸 바꿔야
    1. • "정동진 카페서 두 시간 기다려 버스 겨우 탔어요" 외국인 관광객은 지쳤다 [K관광 2000만 시대]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21318210001580)
    2. • 바가지 씌우면 곧장 영업정지… 정부, 바가지요금 근절 대책 발표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22511290003574)
    3. • 공항·역엔 잘 왔지만 목적지 가기 막막… '라스트 마일' 빠진 지역관광 대책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22510460001174)
    4. • K관광 롱런하려면…"지방 소도시의 특색 살려야 외국인 다시 온다"[K관광 2000만 시대]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21205280001348)

 

강릉=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강릉= 나민서 기자 i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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