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뒤 더 위험해진 혈관… 방치하면 심근경색·뇌졸중 부른다
고지혈증 10년 새 급증… 20~30대도 예외 아냐
혈관 속 지방 쌓이면 죽상동맥경화로 진행
폐경 여성·고위험군 정기검진 필수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전, 갈비찜 등 기름진 명절 음식을 즐기고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체중계 바늘이 훌쩍 올라가 있기 마련이다. 명절 직후 불어난 체중도 걱정이지만, 그보다 더 신경 써야 할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혈관 건강이다. 최근 건강검진 결과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조금 높다’는 소견을 듣고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면 지금이라도 생활 습관을 점검해봐야 한다. 아무런 징후 없이 다가와 심장과 뇌혈관에 문제를 일으키는 고지혈증의 방아쇠가 이미 당겨졌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소리 없이 혈관 조이는 고지혈증 3배 급증
고지혈증은 혈액 속에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등 지방 성분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져 혈관 벽에 쌓이는 질환이다. 서구화된 식생활과 잦은 배달 음식 섭취, 운동 부족 등으로 인해 국내 환자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2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4년 63만1,792명이던 고지혈증 환자는 2024년 185만3,024명으로 10년 동안 3배 가까이 급증했다. 50~60대 중장년층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지만, 자극적인 식습관과 스트레스에 노출된 20~30대 젊은 환자도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세대를 불문하고 주의가 필요하다.
고지혈증이 무서운 이유는 뚜렷한 초기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혈액 속 잉여 지방은 혈관 벽에 서서히 들러붙어 죽상경화반을 형성한다. 이로 인해 혈관이 좁아지고 탄력을 잃는 죽상동맥경화증이 진행된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내분비내과 유지홍 교수는 “심장으로 가는 혈류가 줄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이 발생하고, 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히면 신체 마비나 언어 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는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0년간 국내 사망 원인 2위를 차지하는 심장질환의 가장 강력한 위험 요인이 바로 고지혈증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12시간 이상 금식 후 혈액을 채취해야 한다. 혈액 내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일정 수준(200mg/dL) 미만이면 적정하다고 보나, 240mg/dL 이상은 위험 수치로 본다. LDL 콜레스테롤은 혈중 농도 130mg/dL 이상부터 관리가 필요하고 190mg/dL 이상이면 매우 위험한 상태다. 특히 여성은 폐경기를 기점으로 혈관을 보호하던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가 급감하면서 고지혈증 발병 위험이 덩달아 치솟으므로 더욱 주의해야 한다. 흡연자와 고혈압‧당뇨병 환자, 관상동맥질환 가족력이 있거나 위험 연령(남성 45세‧여성 55세 이상)에 해당하는 고위험군은 철저한 추적 관찰이 필수적이다.
스타틴 약물, 치매 유발은 오해
예방과 치료의 기본 원칙은 식단 조절과 운동이다. 포화지방 섭취를 전체 에너지의 7% 이내로 줄이고 트랜스지방은 피해야 한다. 탄수화물, 특히 단순당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중성지방이 늘고 HDL 콜레스테롤이 감소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과도한 음주 역시 중성지방을 높이므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단은 하루 25g 이상의 식이섬유 섭취를 목표로 통곡물과 콩류, 채소, 생선 위주로 꾸리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숨이 약간 가쁜 중등도 강도의 유산소 운동을 하루 30~60분씩 꾸준히 실천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런 노력만으로도 혈중 농도 등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약물 치료도 고려해야 한다.
고지혈증의 1차 치료제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약은 스타틴이다.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줄여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소화불량이나 복통 등으로 복용 환자의 4% 안팎에서 나타난다. 스타틴 복용 후 당뇨병 발생 위험이 소폭 증가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지만, 이는 주로 고령이거나 당뇨병 직전 단계였던 사람, 고용량을 장기간 복용한 경우에 해당한다.
일각에선 스타틴 계열 치료제를 장기간 복용할 경우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고 우려하나, 이는 근거가 부족하다. 오히려 지난해 1월 국제 학술지 ‘알츠하이머와 치매’에 발표된 대규모 메타 분석 연구를 보면, 스타틴을 복용한 환자군은 비복용군보다 모든 원인의 치매 발병 위험이 유의미하게 낮았다. 해당 연구는 기존에 발표된 55개의 연구, 700만 명 이상의 환자 데이터를 종합 분석한 것이다.
유 교수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서는 스타틴으로 얻는 예방 효과가 당뇨병 발생 위험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임의로 약을 중단하기보다는 생활습관을 함께 개선하며 치료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친 짓" 비판에도 친명 의원 105명 '공취모' 출범…당내 분열 가속-정치ㅣ한국일보
- '정청래 강퇴' 잼마을 운영자 "'빨아 쓰자' 했지만 번번이 대통령 발목 잡았다"-정치ㅣ한국일보
- 남창희 아내 윤영경, '한강 아이유'→"현재 동대문구청 주무관"-문화ㅣ한국일보
- 대기업 김 부장 월 800만 원 벌었다...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 '2배'-경제ㅣ한국일보
- "한국 사람처럼" 사주 보고, 물멍 하고, 편의점 먹방 찍는다-사회ㅣ한국일보
- '윤 어게인'은 반드시 실패한다-정치ㅣ한국일보
- 코스피 94% 오를 때 주식계좌 150% 늘었다… 개인 자금 증시로-경제ㅣ한국일보
- 민주 '사법개혁 3법' 단독 강행…법조계 "정치적 목표만 가득"-사회ㅣ한국일보
- 러시아 납치됐던 우크라 소년 “푸틴의 총알받이 될 뻔했다”… 한국 언론 첫 인터뷰-국제ㅣ한
- 도파민 대신 메시지… 김태호 PD는 왜 '마니또' 예능 내놨을까-문화ㅣ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