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참다가 없던 심장병, 우울증 생길 수도” 

최지연 2026. 2. 2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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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병원 리더의 건강학] 여수애양병원 이의상 원장 
이의상 여수애양병원장이 통증 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승식 전문기자

"통증은 인체의 경고 사이렌이면서 그 자체가 병일 수도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여기저기 쑤시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통증을 억지로 참으면 인체의 다른 장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심지어 우울증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여수애양병원에서 공중보건의로 한센병 환자와 가난한 근골격계 환자를 돌보다 의대 교수의 꿈을 버리고, 30여 년 동안 10만 명이 넘는 환자를 돌본 이의상 원장은 "통증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미신과 맹목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증이 지속되면 신체에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심폐 기능이나 다른 장기에 영향을 미치며, 뇌에도 영향을 미쳐 우울감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몸이 안 좋을 때마다 병원에 갈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진통제를 자주 먹으면 내성이 생기거나 장기에 해로울 것 같아 아파도 꾹 참는 어르신도 많은데⋯.

"운동 후 혹은 자고 일어난 뒤 허리가 아프거나 팔다리가 저리는 등 급성 통증이 오면 일단 진통제를 먹는 게 좋다. 약국에서 살 수 있는 타이레놀 같은 진통제도 괜찮다. 그러나 통증으로 한숨도 못 자고 걷기조차 힘들 정도라면 절대 참으면 안 된다. 통증이 갈수록 악화되거나 일주일 이상 지속되면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한다. 특히 고열이 나면서 어딘가 아프면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 감염으로 염증 수치가 올라가면 고열이 나고 순간적으로 통증이 심해진다. 이는 응급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찌릿찌릿한 느낌이 오거나 대소변 시 감각이 둔해질 때, 손발가락이나 발목 등이 갑자기 안 움직이는 신경 마비 증상이 동반될 때도 꼭 병원에 가야 한다. 이때엔 엑스선(X-ray) 촬영이 아닌 신경을 직접 볼 수 있는 자기공명영상검사(MRI)를 받아야 한다."

-'이런 통증은 곧장 병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기준이 있을까.

"심장에서 오는 가슴 통증, 심장에서 어깨 쪽으로 뻗치는 통증, 대동맥 파열로 인한 통증은 초응급 상황이다. 대동백 파열은 칼로 찢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가슴에서 등, 복부 등으로 이동하기도 하는데, 즉시 치료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갑자기 가슴이 조여 오며 땀이 나고 숨이 멎을 것 같은 증상은 심근경색일 수 있다. 이 또한 응급 상황으로, 이럴 땐 지체 없이 119를 불러야 한다. 심근경색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 타임이 증상 시작 후 2~3시간 이내이다. 아무리 늦어도 12시간 이내엔 병원에 도착해 응급 처치를 받아야 한다. 갑자기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이 온다면 뇌에서 혈관이 터졌을 가능성이 있다. 이때도 빨리 119에 연락해야 한다."

-여수애양병원은수술 환자들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마취통증의학 전문의 출신 원장으로서 고령 환자들을 치료할 때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은?

"연세가 많거나 위중한 환자에겐 가능하면 전신 마취를 한다. 척추 마취가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분도 간혹 있지만 이는 오해다. 특히 노인 인공관절 수술에서는 전신 마취가 환자의 혈압과 호흡을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오히려 더 안전하다. 개인적으로 전신 마취가 척추 마취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령층 환자 중에는 '전신 마취를 하면 치매가온다더라'며겁을 먹는 분도 많다. 전신 마취를 하면 정말 기억력 감퇴나 치매에 걸릴 확률이높아지나.

"미국마취과학회(ASA)나 마취 관련 논문 등에 따르면 '전신 마취가 치매를 유발한다'는 근거는 없다. 물론 전신 마취는 척추 마취에 비해 약이 좀 더 투여되고, 인지 능력에 조금 더 영향을 미칠 순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치매가 생기는 건 아니다. 자기도 모르게 치매가 있었거나 우울증 등으로 신경 안정제를 많이 복용했던 환자들은 증상이 악화될 순 있다. 하지만 전신 마취 약 자체가 치매나 기억력 감퇴의 원인은 아니다."

-수술을 두려워하는 환자들은 소위 '뼈 주사'로 불리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많이 찾는다. 하지만소셜미디어(SNS)엔 '뼈 주사를 많이 맞으면 뼈가 녹는다'는 주장도 들린다. 스테로이드 통증 주사를 맞을 때 권장되는 횟수나 주기는?

"스테로이드 제제는 잘 쓰면 명약이지만, 오용하면 건강을 해칠 수도 있으므로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어도 전적으로 기대는 것은 곤란하다. 의사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인 권장사항은 1년에 4~5번 정도다. 보통 일주일 간격으로 3번 정도 주사한다. 만성 통증 환자는 주사 한두 번으로 좋아지긴 쉽지 않겠지만, 한 번 맞아서 효과가 있었다면 그 이상 더 맞을 필요는 없다. 여행을 앞두고 예방 차원에서 주사해달라고 부탁하는 환자도 가끔 있는데 그럼 절대 안 놔준다. 스테로이드제가 예방약은 아니기 때문이다. 진통제로 가장 많이 쓰이는 약 '덱사메타손'은 앰플 1개 용량이 5mg이다. 나는 덱사메타손 사용 권장량을 1년에 50mg로 잡고, 마취 때 이 용량을 넘기지 않는다. 진통제는 적게 사용하면서 효과가 클수록 정확한 진료가 이뤄질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진통제는 일주일 간격보다 한 달 간격으로 3번 정도 맞는 게 도움이 된다고 본다."

-통증 관리와 치료에 도움이 되는 유용한 팁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린다.

"환자들에게 그간 병원을 다니며 받았던 진료 기록과 증상 등을 꼼꼼히 기록해 가져오라고 말한다. 이 문서를 나는 '의사 사용 처방전'이라고 부르고 있다. 다른 병원에서도 '의사 사용 처방전'을 적극 도입해 활용할 수 있다면 유용할 것이다. 병원에 가면 진료 일정이 너무 빽빽해 환자들은 의사와 1분도 제대로 이야기 나누기 힘든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려면 환자와 충분히 상담하고 그간의 진료 내역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의사 사용 처방전엔 통증의 종류와 증상 발생 기간, 신경주사를 맞은 빈도, 다른 병원에서의 진료 기록, 기타 보유 질환 등을 꼼꼼히 기록해야 한다. 처방전이 있으면 그 내용을 기록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내과적으로 복용하는 약도 잘 점검한다. 예를 들어, 콩팥이 안 좋은 환자에게 소염 진통제를 투여하면 콩팥이 순식간에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는 이 처방전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발바닥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던 한 환자는 그간 당뇨성 통증이나 말초 신경염, 허리에서 오는 방사통 쪽으로 증상을 의심했다. 하지만 그분의 그동안 진료 이력을 보니 목 사진을 찍은 기록이 있었다. 검사 결과 목에 있는 신경이 눌리면서 발이 저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환자분은 조금 더 늦었으면 마비가 올 수 있던 상황이었지만 정확한 원인을 발견한 덕에 곧바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이 원장은 "만성통증에 시달리는 분 중엔 간혹 여러 병원을 쇼핑하듯 다니는 분도 있다"면서 "이분들에겐 '통증일기'를 쓰기를 권장한다"고 소개했다. 자신의 통증에 대해서 좀더 객관적으로 알 수 있고, 주사나 약을 과도하게 처방 받는 것을 방지할 수도 있으며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지연 기자 (medlima@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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