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의존도 61% 韓… 석탄발전 ‘제로’ 英과 청정에너지 손잡는다
47% 영국과 에너지전환 협력
LS일렉, 영국ESS 발전소 구축
유럽 전력망 안정화 사업 진출
두산퓨얼셀은 英 기업 기술로
세계 최초 전용 생산기지 구축
英 아럽, 서남해 해상풍력 참여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비중을 2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이조차도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제시한 세계 평균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60%)과 비교하면 크게 낮다. 전문가들은 서울·수도권 송전망 포화, 해상풍력 인허가 지연, 지붕형 태양광 보급 부진 등을 한국 재생에너지 확대의 구조적 한계로 지적한다.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 확대를 둘러싼 논의 구조도 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후 대응을 넘어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에너지 안보 차원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 의지를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영국은 이미 재생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믹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가까이 된다. 2025년 기준 영국의 에너지 믹스는 재생에너지 47%, 천연가스 28%, 원자력 11%, 전력 순수입 10%로 구성됐다. 2012년까지만 해도 전체 전력의 약 40%를 차지하던 석탄은 2024년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되면서 12년 만에 ‘0’이 됐다.
여기에는 영국이 세계 최초로 법적 구속력을 갖는 탄소 감축 목표를 설정한 ‘기후변화법(Climate Change Act)’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 법은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이 법은 5년 단위의 탄소 예산을 설정하고, 과학적 자문을 바탕으로 2050년 넷제로 달성을 위한 정책 경로를 제시하도록 설계됐다. 또한 현 영국 정부가 추진 중인 2030년 ‘클린 파워 미션(Clean Power Mission)’과 같은 중기 목표도 포함하고 있다.
2025년 영국 정부는 70년 만에 처음으로 국영 에너지 기업인 ‘그레이트 브리티시 에너지(Great British Energy)’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며, 기존 재생에너지 사업과 첨단 신기술 분야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개발사업자의 자본 비용을 낮추고,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시장 신뢰를 높이며 해당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영국 혁신 기술의 조기 도입을 지원한다.

LS일렉트릭은 2024년 10월 영국 보틀리 지역에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 발전소를 준공했다. 총사업비 1334억 원 규모로, 50MW급 전력변환장치(PCS)와 114MWh급 ESS 시스템을 구축해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을 영국 전력회사 내셔널그리드의 송전망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스마트에너지 분야에서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설계·조달·시공(EPC)을 맡아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앞으로 20년간 통합 운영·유지보수(O&M)도 수행한다. 영국은 유럽 ESS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으로, 넷제로 정책에 따라 신재생에너지와 ESS 수요가 가장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퓨얼셀은 영국 세레스 파워(Ceres Power)의 금속 지지형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전북 군산 새만금 산업단지에서 연료전지를 생산하고 있다. 연간 50MW 규모의 전력 생산이 가능한 이 공장은 세레스파워의 SOFC 기술을 전용으로 양산하는 세계 최초의 시설이다.

옥토퍼스 에너지는 명확한 넷제로 목표와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유연성과 전기화, 저탄소 난방을 중심으로 한 클린에너지 시장을 구축해 왔다. 옥토퍼스 관계자는 “영국은 전기화와 에너지 유연성, 저탄소 난방 분야에서 혁신을 뒷받침하는 정책 환경을 갖추고 있다”며 “이 같은 시장 구조가 LG전자와 같은 글로벌 파트너와의 협력을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는 LG전자의 고효율 히트펌프 냉난방 시스템과 크라켄을 연동한 솔루션을 영국을 비롯한 유럽 주요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영국의 소프트웨어 기반 에너지 시스템 역량과 한국의 하드웨어 기술력이 결합되면서, 가계 에너지 비용과 탄소 배출을 동시에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해법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양사는 히트펌프와 전력 수요 관리, 전력망 유연성 분야에서 장기적인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옥토퍼스 관계자는 “영국과 한국의 협력 모델은 양국 시장을 넘어 제3국으로 확장 가능한 구조”라며 “이미 유럽 주요 히트펌프 시장에서도 공동 솔루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럽은 유신엔지니어링 주식회사 및 코비(COWI)와 협력해 해상 변전소 상부 구조물, 하부 구조물 및 해저 케이블 설계를 맡는다. 현재 기본설계 진행과 터빈 선정 단계다.
400MW의 청정에너지를 생산할 예정인 2단계 사업은 2.4GW 규모의 야심찬 청정에너지 프로그램의 견고한 토대를 마련하고, 한국의 해상풍력 개발에 큰 진전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해상풍력 관계자는 “공공 대형 해상풍력을 추진하며 가장 어려운 과제는 접속 가능한 한전 전력망에 계통을 연계하는 것과 주민 수용성 확보“라며 ”무엇보다 전력공급계약 일정에 맞춰 계통을 연계하는 것이 해상풍력사업에서 가장 핵심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시범사업은 주민자문단을 운영해 지역주민·어업인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고, 민관협의회를 통해 사업 전반에 걸쳐 주요방향을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인허가 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해 공유수면 점사용허가 권리자 및 이해관계자에게 동의서를 확보해 2027년 상반기 전원개발 실시계획 승인 신청을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한국 산업 생태계(기자재·시공·O&M)의 참여를 넓히기 위해서는 영국을 비롯한 해외 청정에너지 기업들의 국내 해상풍력 산업 투자를 통해 기술 교류와 공동 프로젝트가 활성화될 수 있는 협력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 CfD AR7(Contracts for Difference Auction Round 7·발전차액계약 제7차 배정 라운드) 입찰을 성사시키며 영국 정부는 한국과도 이 같은 협력을 강화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는 분석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RWE, SSE 등을 포함한 사업자들과 총 8.4GW 규모로 조성한 해상풍력 발전 계약이다. 약 12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단일 라운드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이다. 영국은 2030년까지 43~50GW 규모의 해상풍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어 한국 공급망에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국의 누적 해상풍력 설비는 15GW를 넘어선 반면, 한국은 아직 0.5GW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2030년까지 이를 10.5GW로 확대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영국이 축적해 온 해상풍력 개발·조달·운영 경험과 함께 양국의 기술 협력과 공급망 연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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