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국밥 먹으러 배 타고 왔다"… 외국인 5명 중 1명은 부산 간다
부산 작년 외국 관광객 300만 명 돌파
유명 관광지 대신 마음 가는 대로 구경
도심 산, 전통시장 가고 요트 투어 즐겨

"어젯밤에 배 타고 그냥 왔어요. 숙소도 아직 안 정했어요. 돼지국밥이 유명하다고 하던데 국밥 먼저 먹을까요?"
지난 8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전날 일본 후쿠오카 하카타항에서 즉석으로 끊은 배를 타고 9시간여 만에 부산에 도착한 일본인 도시유키 무라타(38)는 무계획 여행을 즐기기로 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일하는 그는 "(일본에서)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유일한 해외가 부산"이라며 "비행기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여행해 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의 첫 행선지는 부산역 인근 초량 돼지국밥 골목. 무라타는 "김치, 부추, 새우젓, 마늘까지 넣으니 정말 맛있다"며 "고기도 듬뿍 들어가 푸짐하다"고 한 그릇을 싹 비웠다. 이어 편의점으로 간 그는 "한국 편의점은 아이스크림이 다양하고, 초콜릿이 저렴한 편"이라면서 "한국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걸 먹어 보고 싶다"고 했다. 부산역에서 지하철로 20분 걸리는 서면에 숙소를 잡은 그는 숙소까지 걷기로 했다. 도보로 1시간이 넘는 거리지만 그는 "부산을 제대로 구경할 수 있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독일에서 온 라스(29)는 부산에서 나흘간 머물며 백양산과 해운대 장산에 올랐다. 기차 운전사로 일하다 장기 휴가로 한국을 찾은 그는 한국 등산이 여행 목적이었다. 그는 "부산 지역 주민들이 즐겨 가는 곳이라고 해서 산에 올랐는데 도시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정말 좋았다"고 했다. 그의 여행 파트너는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다. 챗GPT의 추천으로 전날 그는 감천 문화마을, 해운대, 광안리 등을 구석구석 돌아봤다. 라스는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지만 챗GPT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도움으로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현지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매우 즐겁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꼽는 부산 여행의 묘미는 도시와 자연의 조화다. 산과 바다, 강이 도심 가까이에 있고, 대중교통만으로도 접근이 가능하다. 계획 없이 와도 걷다 보면 시장, 바다, 골목, 산책로 등 지역 문화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미군으로 대구에서 근무 중인 케이(24)와 리(27)는 "대구에는 바다가 없어서 쉬고 싶을 때 부산으로 온다"면서 "바다가 너무 예쁘고 자연 풍경이 좋다"고 말했다. 이들은 SNS에서 인기인 요트 투어도 추천했다. 둘은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 요트 투어가 유명해서 실제로 타 보니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부산의 다양한 관광 콘텐츠도 외국인들의 발길을 끌어모은다. 해운대와 송정 절경을 즐기는 해변 열차와 스카이 캡슐을 탈 수 있는 해운대 블루라이파크에는 지난해 30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 갔는데 이 중 절반가량이 외국인이었다.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광안대교를 오가는 요트 투어, 야간 전통시장 투어인 '나이트 마켓', 영화·공연·음악·미식 등 부산 전역의 축제와 행사를 한데 모은 '페스티벌 시월', 7개 해수욕장과 수영장을 활용한 사계절 해양레저관광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인 체험형 콘텐츠다. 인도에서 온 엔지니어 아디티야(27)는 "바다에서 도시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요트 투어가 가장 인상에 남았다"며 "서울도 가봤지만 자연 풍경과 높은 빌딩이 함께 어우러진 부산이 더 한국적 매력이 있다"고 했다.

지역 특화 관광 콘텐츠 개발과 크루즈 취항 등에 힘입어 지난해 부산 방문 외국인 관광객 수는 364만3,000명을 넘으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직전 최고치인 2016년 296만6,000명을 훌쩍 넘어 300만 시대를 맞이했다.
국적별로는 대만이 68만7,832명(18.9%)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 56만915명(15.4%), 일본 54만2,398명(14.9%), 미국 24만8,529명(6.8%) 순이었다. 지난해 한국 전체 외국인 관광객(1,893만6,562명) 수를 고려하면 5명 중 1명이 부산을 찾은 셈이다.
부산시는 2028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5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올해 체류형·체험형 콘텐츠를 확대하고 관광 인프라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나윤빈 부산시 관광마이스국장은 "야간 관광과 체험 관광을 선호하는 외국인 수요에 맞춰 이들이 편하게 여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며 "기존 해운대와 광안리 등 랜드마크 중심이 아닌 실제 부산 시민들의 삶과 연결되는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일상 속으로, K관광 2000만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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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부산= 김준형 기자 junb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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