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북극에 생긴 일 ② 온난화로 북극곰 유전 변이까지?

기후변화에 영향 받는 생물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무엇이 생각나시나요? 저는 북극곰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이지만 기후변화 앞에선 무기력하기만 합니다. 국제자연보호연맹 IUCN(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and Natural Resources)이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보존 상태를 정리한 '적색 목록'을 발표하는데, 북극곰은 '취약종'으로 분류됐습니다. 야생에서 멸종될 위험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보호연맹에서 추정한 북극곰 개체수는 대략 26,000마리로 북극곰은 그린란드, 노르웨이 등 서식지에 따라 여러 아집단*으로 나뉘는데, 개체수가 증가한 아집단은 없었습니다. 특히 캐나다 개체군의 경우엔 지난 40년간 약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 북극곰들 모두 어느 정도의 빙하와 해빙 감소를 경험했는데, 이런 상황들이 북극곰 생존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개체군 (Population) : 같은 종이면서 같은 지역에 살며 서로 실제 교배하는 집단.
사라진 해빙, 북극곰에게 어떤 영향?
▶ [취재파일] 북극에 생긴 일 ① "북극 얼음 곧 다 녹아 없어져"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8445540]
북극곰은 사냥, 짝짓기, 휴식 등 삶의 대부분을 해빙에 의존합니다. 특히 먹이사냥과 관련해서 해빙은 북극곰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북극곰은 주로 물범을 먹이로 삼습니다. 물범이 해빙 구멍을 통해 숨 쉬러 나오길 기다리다가 나올 때 앞발을 이용해 물범을 사냥하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먹이가 풍부한 늦봄과 초여름에 집중적으로 사냥을 해 1년 필요한 에너지의 3분의 2를 얻습니다. 대신 가을과 겨울엔 대부분 금식합니다. 하지만 온난화로 봄철 해빙이 일찍 녹으면서 사냥할 시간이 줄고 있습니다.
토론토 대학교 연구팀이 북극곰의 금식기간과 그 한계치를 연구했습니다. 연구팀은 지역별 평균 체중, 체지방량, 활동량, 성장 단계 등을 기준으로 성체 수컷, 성체 암컷, 새끼 북극곰의 금식 기간의 한계를 설정했습니다.

Recruitment impact threshold 곰이 새끼를 성체로 키울 수 없는 금식일수
Survival impact threshold 생존이 어려워지는 금식일수
Adult males 성체 수컷
Solitary adult females 성체 암컷 단독
Adult females with cubs 새끼를 키우는 암컷
Adult females with yearlings 1년생 새끼를 키우는 암컷
체지방률에 따라 버틸 수 있는 금식기간이 달랐는데, 성체 수컷의 경우 약 200일 전후였습니다. 성체 암컷은 체지방률에 따라 최대 420일을 버틸 수 있지만 새끼 곰을 키우는 경우엔 67일까지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북극곰에게 체지방은 저장된 에너지원인데 해빙이 녹으면서 더 멀리 수영하는 등 과도한 활동으로 체중이 감소하고 생존율이 낮아지는 겁니다.

연구팀은 탄소배출 시나리오에 따라 북극곰 금식 한계를 분석했는데, 대부분 금세기 중반에 성체 수컷부터 새끼까지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연하게도 새끼 곰이 가장 금식에 취약했고 성체 암컷이 수유 등의 이유로 두 번째로 취약했습니다.
달라진 북극곰들

야생동물 보호구역 가이드 켄트 플래트는 2016년 처음 벨루가 사냥을 목격하고 복잡한 심경을 전했습니다. 사냥에 실패한 북극곰들은 풀을 뜯기도 하고, 해초를 몇 시간씩 먹는 모습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새로운 북극곰의 출현, 점핑 유전자
과학자들은 해빙이 거의 사라진 해당 지역이 미래의 북극 환경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그린란드 남동부의 북극곰들은 미래 기후변화의 결과를 미리 겪고 있는 사례라고도 평가했습니다.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교 연구팀이 이 개체들을 분석해봤더니 유전적 변이를 일으키는 '점핑 유전자', 즉 전이요소(transposon)가 활성화 된 것을 파악했습니다. 점핑 유전자는 우리 몸속에도 있는 유전자로 외부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가 강할 때 활성화 됩니다. 점핑 유전자는 세포 내에서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이곳저곳 자유롭게 움직이며 다른 유전자를 활성화 또는 유전자 중간에 삽입돼 유전적 변이를 일으키는 물질입니다. 우리의 유전자 중에도 45% 정도가 점핑 유전자이고, 식물에도 점핑 유전자가 많습니다. 옥수수의 경우 점핑 유전자가 80%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옥수수 낱알이 모두 노란색이 아니라 각각 색깔을 띠는 경우도 이 점핑 유전자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그린란드 남동부 북극곰들은 에너지 대사를 관장하는 Foxo 유전자, 또 그와 관련된 유전자들에서 많은 전이요소의 활성이 발견됐습니다. 연구팀은 북극곰들이 상대적으로 따뜻한 그린란드 남동부의 기후, 해빙이 없는 환경 등에 적응하기 위해 에너지를 적게 소비하는 쪽으로 변이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위 그래프에선 전이요소 종류별(LINE, LTR 등) 기댓값과 관측값을 비교했는데, LTR에서 점선인 기댓값보다 훨씬 더 많이 관측됐습니다. LTR 전이요소가 많이 검출됐다는 것은 에너지 대사와 금식에 대응하는 핵심 유전자 스위치 근처에 유전적 변이가 있다는 뜻입니다.
기후변화 적응으로 볼 수 있나?
Dr. Godden l University of East Anglia, School of Biological Sciences
"This is evidence that they can adapt but the the availability of food and the habitat availability is is what's really going to potentially lead to their extinction.
So we have a small window of opportunity to reduce our carbon emissions to help slow that down enough to hopefully give the bears more time and let the ice recover and give them give them the time and space to survive"
"인류에 의해 인위적으로 배출된 탄소는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의 생명도 위협하고 있습니다. 북극곰들이 벌이는 사투, 그리고 그린란드 남동부 지역의 곰들처럼 기후변화에 적응하며 생존을 위해 벌고 있는 시간을 우리는 허투루 사용해선 안 되겠습니다."
인류가 배출한 탄소로 인해, 지구상 최상위 포식자의 힘겨운 사투는 오늘도 계속 되고 있습니다. 생존을 위해 몸의 설계도까지 바꾼 북극곰, 우리도 사활을 걸고 기후변화를 막는 노력을 기울여야 될 때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참고문헌>
Péter K. Molnár et al., "Fasting season length sets temporal limits for global polar bear persistence", nature climate change(2020) 10, 732–738, doi.org/10.1038/s41558-020-0818-9
Kristin L. Laidre et al., "Glacial ice supports a distinct and undocumented polar bear subpopulation persisting in late 21st-century sea-ice conditions", Science 376, 1333–1338 (2022), DOI: 10.1126/science.abk2793
Alice M. Godden, Benjamin T. Rix & Simone Immler, "Diverging transposon activity among polar bear sub-populations inhabiting different climate zones", Mobile DNA (2025) 16:47, doi.org/10.1186/s13100-025-00387-4
서동균 기자 wind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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