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잠만 자던 호텔, 이제 고객·지역 이어주는 플랫폼으로”

송수연 기자 2026. 2. 2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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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초대석] 백상석 라한호텔 부사장
백상석 라한호텔 부사장.

국내 호텔 산업이 단순 숙박 중심에서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관광지를 둘러보는 방식의 여행에서 벗어나 지역의 일상과 문화를 체험하는 ‘체류형 여행’이 확산되면서 호텔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 여행의 출발점이자 체류 거점으로 기능하는 호텔이 늘어나고 있다.  지방 관광도시에 위치한 호텔들은 지역 문화와 관광 자원을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좌우되기도 한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지역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라한호텔의 전략이 주목받고 잇다. 옛 호텔 현대에서 2018년 현재의 브랜드로 새출발한 라한호텔은 경주와 전주, 목포, 포항 등 역사와 문화 자원이 풍부한 도시 중심으로 자리한 입지적 특성을 브랜드 정체성으로 발전시키는 경영 전략을 펼치고 있다. 호텔이 지역과 공존하는 방식을 새롭게 설계하겠다는 시도로, 호텔을 여행의 거점으로 삼아 지역 경제와 상생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 목표다. 

브릿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백상석 라한호텔 부사장은 “이제 호텔은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라 여행을 설계하는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고객들이 여행을 계획하는 단계에서부터 호텔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숙박업의 경쟁력이 객실 수나 시설 규모가 아니라 여행 경험의 완성도에서 결정되는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라한호텔은 스스로 주인공이 되기보다, 지역이 주인공이 되는 무대를 만드는 기획자가 되고자 한다”며 지역 사회가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갖게 되는 선순환 모델을 완성하는 것이 ‘로컬 콘텐츠’의 포인트라고 재차 역설했다. 

백 부사장은 특히 지방 호텔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24년 라한호텔의 최상위 브랜드 라한셀렉트 경주를 시작으로 첫 발을 뗀 ‘로컬상생 프로젝트’는 이를 대표하는 콘텐츠다.  

지역 청년·예술가 등과 협업을 통해 지역 고유의 콘텐츠를 발굴하는 구조로 설계돼 현재는 굿즈, 미식, 체험 프로그램 등으로 확장됐다. 경주뿐 아니라 전주, 목포, 울산 등으로도 확산돼 지역 상생 모델로 발전 중이다.

백 부사장을 만나 라한호텔의 ‘로컬 콘텐츠’ 전략과 호텔 산업의 변화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백상석 라한호텔 부사장.

-호텔을 ‘지역 여행 설계 플랫폼’이라고 표현하던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에는 호텔의 역할이 비교적 단순했다. 고객이 예약을 하면 객실을 제공하고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도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행 방식 자체가 크게 달라졌다. 고객들은 단순한 숙박이 아니라 여행 전체 경험을 중요하게 본다. 풀어 말하자면, 어디를 가고 무엇을 먹고 어떤 활동을 할지까지 여행의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호텔은 더 이상 객실만 판매해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고객들이 여행을 계획하는 단계에서부터 호텔이 정보를 제공하고 경험을 제안해야만 차별화를 가질 수 있다. 지역의 관광지나 맛집, 체험 프로그램 등을 연결해 주는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는 이유다. 저희는 여행의 출발점이자 거점으로서, 지역 여행을 설계하는 플랫폼으로 빠르게 전환해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라한호텔이 지역 연계 전략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방 호텔의 가장 큰 경쟁력은 결국 지역에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호텔과 달리 지방 호텔은 지역 관광 수요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저희는 지역과 협력하는 방식을 선택하게 됐다. 지역 관광지나 문화시설, 식당과 협력해 고객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지역 호텔만의 장점을 부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요소기 때문이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지역만이 가진 고유한 콘텐츠 자체가 차별화 되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언제 어디에서나 하는 비슷한 경험 보다 그 지역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원하는데, 호텔이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면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최근 국내 여행지 선택기준은 ‘어디에서 묵느냐’보다 ‘지역에서 어떤 경험을 하느냐’가 하나의 척도가 되고 있다. 단순 객실이나 가격경쟁만으로 차별화가 어려운 호텔산업 환경 속 로컬 콘텐츠는 라한호텔이 선택한 브랜드 전략의 핵심 축이기도 하다."

-지역 상생 전략이 사업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나.

“그렇다. 로컬 콘텐츠는 브랜드 이미지를 분명히 하는 데 큰 역할을 해내고 있다. 고객 경험은 자연스럽게 재방문율과 체류 시간을 늘리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객실 외에 부가 매출이 점점 증가하고 있어 고무적으로 평가한다. 체험 프로그램과 연계한 패키지 상품의 경우 평균 체류 시간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단순 숙박 매출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긍정적 변화로 보고 있다.”

경주 지역에서 운영 중인 청년감성상점 프로젝트는 백 부사장이 꼽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이 프로젝트는 경주시와 협업해 지역 청년 작가들의 작품과 상품을 호텔 공간에서 소개하고 판매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젝트 도입 후 경주 지역 상품 매출이 증가하는 성과를 보였고, 현재는 상시 운영 체계로 확대됐다. 라한셀렉트 경주의 대규모 플리마켓 행사인 ‘라한 봄 페스티벌’도 봄에 즐기기 좋은 축제로 입소문이 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백 부사장은 “호텔이 고객과 지역을 연결하는 접점이 되면서 지역 안에 새로운 소비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어 소개하고 싶었다. 호텔이 지역 관광 생태계의 일부로 기능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큰 성과로는 ‘브랜드 인식의 변화’를 꼽았다. “고객들이 라한호텔을 단순 숙박시설이 아닌 ‘지역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듯해 흐뭇하다”며 웃음을 지었다.  

백상석 라한호텔 부사장.

-지역과 함께 하는 체험형 콘텐츠도 적극 운영하고 있는데, 기존 관광상품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일반 관광상품과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기존 관광이 유명 명소 방문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저희는 지역의 맥락과 이야기를 경험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지향한다. 단순히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일상과 감성에 스며드는 체류형 경험이 우리의 자랑이다.

예를 들어 목포에서는 청년 기업과 협업한 원도심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가이드의 시선으로 도시를 해석해 들려주는 방식이다.  저희는 호텔이 고객과 지역을 잇는 첫 관문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데,  바로 이 점이 차별화 포인트다.”

-라한호텔은 지역마다 콘텐츠 방향을 다르게 가져가는 것 같은데, 별도의 기준이 있는지.

"물론이다. 라한호텔은 모든 지점을 같은 기준으로 운영하지 않는다. 각 지역이 가진 매력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지역의 맥락에 맞춰 콘텐츠를 설계한다. 그 지역만의 고유한 특색과 차별화된 자산 이 가장 큰 기준이겠다. 지역 특색을 바탕으로 지점별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미식형 , 체험형 , 공간형 콘텐츠를 각각 기획하고 있다 . 

모든 프로젝트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과 장기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구조인지도 콘텐츠 운영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다.”

-그동안 로컬과 호흡하며 콘텐츠를 만들면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2024년 첫 발을 뗀 후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단계이기 때문에 확언하기 어렵지만, 그동안의 과정을 통해 배운 것은 로컬과의 협업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긴 호흡으로 이어가야 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다양하고 재미있는 스토리텔링형 컨텐츠를 기획•보완하고, 홍보•마케팅 등 아낌없는 지원을 해나가는 것이 라한의 역할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새롭게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지만, 올해는 울산처럼 관광지로서 매력이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을 재조명하는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지자체와 협업해 지역의 관광 가치를 높이는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또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미식 콘텐츠를 한 단계 확장할 계획이다. 각 지점 조식 레스토랑에 ‘로컬푸드존’을 구성해 지역 식재료와 맛집 메뉴를 소개할 예정이다. 경주와 울산 벚꽃앙금빵, 전주 비빔빙수, 목포 무화과 케이크처럼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도 지속적으로 개발할 방침이다."

호텔현대 바이 라한 목포에서 ‘괜찮아마을’과 함께하는 레트로 원도심 투어 중 여행객들이 찍은 사진. (라한호텔 제공)

- 향후 호텔 산업의 변화 방향을 어떻게 전망하나.

“앞으로 호텔 산업은 경험 중심으로 더욱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시설이 좋은 호텔보다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호텔이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특히 지역과 얼마나 잘 연결되어 있는지가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기에 호텔은 지역과 분리된 공간이 아니라 지역과 함께 움직이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결국 호텔은 머물다 끝나는 곳이 아닌 여행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할말이 있다면.

“라한호텔은 지역에는 ‘지속 가능한 활력 ‘을 , 고객에게는 ‘가장 로컬다운 여행의 기준 ‘을 제시하는 국내 대표 호텔 브랜드로서 그 실험을 멈추지 않겠다는 다짐을 브릿지경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다. 고객의 일상에 여행의 감동을 연장하는 라이프스타일 큐레이터로 진화해 나가는 라한호텔의 힘찬 도전에 많은 격려를 부탁드린다."

◇백상석 부사장은 
호텔 영업과 마케팅 분야를 중심으로 경력을 쌓아온 호텔 경영 전문가다. 현재 라한호텔의 전략과 사업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영업마케팅 부문을 거쳐 경영진에 합류했으며 브랜드 전략 수립과 신규 콘텐츠 개발을 주도해왔다. 특히 경주와 전주, 목포, 포항, 울산 등 지방 관광도시에 위치한 호텔의 입지적 특성을 브랜드 경쟁력으로 발전시키는 전략을 추진하며 라한호텔의 방향성을 구축해 왔다.

송수연 기자 ssy1216@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