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민원에 외곽으로 지하로, 밀려나는 ‘폐기물 처리시설’···지하 26m 아래 사람이 있다

봉투에 넣어 배출한 쓰레기는 최종적으로 태워지거나 재활용되기까지 다시 한번 누군가의 손을 거쳐야만 한다. 꼭 필요한 작업이지만 환영받지 못하는 시설인 탓에 점점 보이지 않는 곳으로, 특히 최근엔 땅 밑으로 내려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 도심 한복판 서소문역사공원 아래에는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지하 자원재활용처리장이 있다. 1999년 준공된 중구 자원재활용처리장이다.
‘중구 서소문공원’이라고 써진 커다란 표지석 안쪽으로 풀과 나무가 심긴 걷기 좋은 공원이 펼쳐져 있다. 표지석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외부인 출입금지’라고 붙은 유리문이 보인다. 중구재활용처리장으로 내려가는 입구다. 지난 4일 방문한 처리장은 주변 민원이 우려돼 이렇다 할 간판도 붙이지 못한 채 존재를 꼭꼭 숨기고 있었다. 폐기물 수거차량이 오가는 통로를 지하주차장 입구로 오인하고 들어오는 차량도 있을 정도다.
겨울이라 인적이 드물고 고요한 공원과 달리 지하 26m 아래로 펼쳐진 처리장은 분주했다. 설비동은 지하3층으로 돼 있으며, 각 층의 높이는 7~9m다. 지하1층에서는 수거차량이 내려놓고 간 재활용 쓰레기들을 노동자들이 낫으로 일일이 파봉했다. 뜯어진 봉투를 로더(앞쪽에 큰 바구니가 달린, 주로 흙·모래·자갈 등 자재를 떠서 옮기는 중장비)가 컨베이어 벨트쪽으로 밀어 올리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쓰레기가 이동했다.
컨베이어 벨트는 선별공간으로 이어졌다. 컨베이어 벨트 위로 밀려드는 쓰레기를 총 10명의 노동자가 작업용 장갑을 낀 채 1초에 서너 개씩 손으로 집어내 분류했다. 비닐과 페트병을 먼저 걷어내고, 종이, 병, 플라스틱류를 골라냈다. 컨베이어 벨트 소리, 기계음, 쓰레기가 서로 부딪히거나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공간을 꽉 채웠다.
지하 2층과 3층에서는 종량제 봉투에 담겨 온 일반쓰레기를 처리했다. 2층에서 일반 쓰레기를 설비(호퍼)에 투입하면 3층에서 쓰레기를 압축한다. 압축한 쓰레기는 마포구 자원회수시설로 이동해 소각된다.

관계자에 따르면 재활용처리장은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다. 분진이나 악취를 제거하기 위한 설비가 설치돼 있기는 하지만 26년 전 기계라 낡았다. 처리장은 올 하반기 현대화 공사를 앞두고 있다.
중구에서 배출된 쓰레기는 음식물쓰레기, 공동주택 재활용 쓰레기를 제외하고 모두 이곳으로 온다. 매일 50t가량의 재활용 쓰레기, 100t가량의 일반 쓰레기가 처리된다. 이곳에서 공무원 23명, 공무관 12명, 선별원 25명 등 총 60명이 휴일 없이 교대로 일한다. 휴일에도 쓰레기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거대한 쇼핑몰 옆 공원 아래, 세계 최초의 복합 폐기물 처리시설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폐기물 처리 시설이라도 지하 공간에 지어지면 노동자에게 열악한 건 마찬가지다. 중구 처리장보다 16년 뒤에 지어진 하남 유니온파크를 지난 9일 찾았다.
유니온파크는 국내 최초로 하수처리장,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 소각장, 재활용 선별장 등 폐기물 처리시설을 전부 지하에 집약한 복합 환경기초시설이다. 약 7만9000㎡ 규모의 공원과 체육시설 아래로 지하 4층, 25m 깊이로 폐기물 처리시설이 존재한다. 소각장은 지하 1~4층, 재활용 선별장은 지하 1~2층에, 음식물 처리시설은 지하 2~4층에 마련됐다.
각 지자체에서 ‘롤모델’로 여기고 견학을 오는 시설이지만, 이곳 역시 여름에 덥고 겨울에는 춥다. 유재웅 전국환경노조 하남지부장은 “지하라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덜 추울 것 같지만 현실은 정반대”라고 말했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며칠 전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 후 서서히 풀리던 날로, 수도권 기온은 평균 영하 5도 안팎에 머물렀다. 지하 폐기물 처리시설에는 곳곳에 흘러내린 지하수가 꽝꽝 일어있었다. 롱패딩을 입어도 한기가 느껴졌다.
여름에는 반대로 습하고 덥다. 음식물 처리기를 점검하고 관리하는 직무를 담당하는 유 지부장은 “여름에는 점검을 한번 할 때마다 옷을 싹 갈아입어야 할 정도로 땀에 흠뻑 젖는다”며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소금을 조금씩 챙겨 먹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가열해 사료를 만드는 기계에서는 습기와 열기가 뿜어져 나온다. 여름철 온도는 33~35도까지 이르고, 어떤 날은 설비 근처 온도가 45도까지 오르기도 한다. 안전 문제 때문에 긴소매 작업복을 입어야 해 온열질환 위험이 크다.
기온이 높아질수록 악취도 더 심해진다. 악취와 분진을 제거하는 급·배기 시설이 설치돼 있지만 지상에 개방된 시설이 아니다 보니 종일 일하고 나면 ‘냄새에 절은’ 느낌이라고 유 지부장은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대부분 자가용 자동차를 타고 출퇴근한다”고 했다. 일을 마치고 난 뒤 자신에게 냄새가 날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승객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다.
화재에 대한 위험도 항상 도사리고 있다. 유 지부장은 “가장 무서운 건 화재”라며 “지상에서는 대피로를 따라 이동하면 금방 살 수 있지만 여기는 불이 나면 연기 때문에 다 죽는다고 봐야 한다. 전기실 전원이라도 나가버리면 완전히 깜깜해져서 나가기 어려울 것이란 공포가 있다”고 말했다.
설치에 주민 반대가 높은 폐기물 처리 시설은 최근 지하화되는 추세가 뚜렷하다. 유 지부장은 시설 지하화에 “반대한다”고 했다. 그는 “환경 노동자들은 항상 위험과 악취, 먼지, 오염물질에 노출돼 있다. 지하에 시설이 들어서면 좋을 게 없고 나쁜 점만 커진다”고 말했다. 지자체와 시민들의 관심이 지상에 머물면서 쾌적한 환경과 안전으로부터 지하의 노동자들은 소외되고 있다고도 했다. “오염된 공기가 지상으로 나갈 때는 정화 장치를 거쳐 배출되지만 정작 지하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위한 환기·배기 시설은 미흡하다”는 것이다.
유니온파크를 운영 중인 업체 환경에너지솔루션의 김기수 소장은 “설비를 지하화하면 장단점이 있다. 지상에는 공원을 만들거나 토지 활용을 할 수 있으니 좋은 점이 있다”며 “아무래도 지하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에 대한 이해력은 조금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종사자들은 온종일 햇빛을 못 보는 지하에 있게 된다. 이들에 대한 이해와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하로 숨어드는 폐기물 처리 시설, 그곳에 사람이 있다
지하에서 일하는 폐기물 노동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수도권 매립지 직매립 금지 이후 폐기물 처리시설 확충이 더욱 필요해졌지만, 주민 반발에 부딪히자 지자체들이 ‘전면 지하화’와 지상 편익시설 조성을 내걸고 주민 설득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지상에 있던 시설을 보수하면서 지하화를 계획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서울시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는 주민 반대에 부딪혀 폐기물 처리시설을 ‘완전 지하화’해 건립됐다. 경기 의정부는 지난해 말 2030년 가동을 목표로 2028년 지하화한 소각장을 착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 송파구는 장지동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을 지하화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서울시 역시 마포구 상암동에 지을 신규 소각시설을 지하에 지을 계획을 추진 중이다.
폐기물 처리시설 지하화와 최근 수도권 쓰레기의 지역행은 맞닿은 측면이 있다. 여성환경연대는 “폐기물 처리시설은 혐오시설로 여겨져 더 먼 곳, 더 깊은 곳에 지어지고 있다”며 “시설을 지하로 옮기는 게 당장은 주민 갈등 해결책처럼 보이지만 지하 환경에서의 악취, 유해 물질 축적 등 노동자 건강과 안전에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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