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고 ‘던전’ 돌아보셨나요?”…청각으로 게임 즐기는 시각장애인들
시각장애인 4명 ‘디아4’ 플레이
화면·모바일 낭독 서비스 제공
길 안내 음성, 특정 구역선 ‘뚝’
기능성 게임 위주 한계 지적도
“문화콘텐츠 동등한 향유 원해”
“찾았어요!”
20일 오후 7시, 함께 게임을 하기 위해 모인 시각장애인 4명이 게임 ‘디아블로4’ 속 ‘던전’에서 다른 공간으로 넘어가기 위한 ‘포털’을 찾기 위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4명 중 유일하게 잔존 시력이 남아있는 저시력 시각장애인 서예림(31)씨는 이 중 포털을 가장 잘 찾아 ‘아비서(게임 캐릭터명 ‘아이린’+비서)’로 불린다. 서씨가 ‘포털을 찾았다’고 외치자 다른 플레이어들이 ‘파티원에게 순간이동’ 기능을 클릭해 찾던 공간으로 넘어간다.

◆‘접근성’만 개선되면 비장애인처럼 게임 즐길 수 있어
이 모임을 만들고 게임 유튜브를 운영 중인 김준형(34)씨는 “맹인이 사방으로 흩어져서 찾으면 누구 하나는 길을 찾는다”면서도 기능이 개선되면 더욱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함께 게임을 즐긴다는 장용전 종로인명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시각장애인이 게임을 할 거라고 생각을 안해서 이런 쪽으로 아예 신경을 안쓰는 것에 비해 블리자드에서 신경을 많이 써준 것”이라면서도 “시각장애인이 개발에 참여하지 않아서 그런지 미진한 부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게임이 처음 출시됐을 때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 편이다. 이 게임을 초창기부터 해왔다는 서씨는 “당시 스크린리더 기능이 있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사실상 작동이 안됐다”며 “문을 열라고 하는데 도대체 문이 어디있는지,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게임은 각별한 문화 콘텐츠다. 김씨는 “전맹이 아니라 시야가 좁은 시각장애인이었던 어린 시절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하는 건 힘들었는데 게임은 잘해서 동네 형들에게 예쁨을 받고 만족감과 자존감이 높아진 추억이 있다”고 추억했다. 함께 게임을 즐기는 박동희(40)씨도 “어린 시절 크레이즈아케이드 등 재미있는 게임이 많이 나왔고 게임 방송을 하는 채널도 많았다”며 “남들 하는 거 다 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다”고 했다.
시각장애인은 시각 대신 청각으로 길을 찾고, 그래픽 대신 사운드와 성우의 목소리에 감동하며, 조이스틱에 느껴지는 진동으로 게임을 즐긴다. 김씨는 “디아블로4를 처음 접속했을 때 한국어로 더빙된 웅장한 시네마가 나와 눈물이 났다”며 좋은 아이템이 나오면 전율이 일어난다”고 했다.

어릴 때 재미있게 했던 메이플스토리 같은 게임이나 배틀그라운드, 리그오브레전드 같이 대중적인 게임들도 하고 싶다는 게 이들의 소망이다.
국내에서도 장애인의 게임 접근성을 개선하는 ‘게임 배리어프리’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갈 길은 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10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장애인도 제약 없이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임 접근성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시각장애인 접근성을 위해 모든 메뉴와 알림에 대한 음성 안내 제공, 플랫폼 기본 스크린리더 호환을 개발 시 참고하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그러나 인기 게임 중 이런 기능이 탑재된 게임은 찾기 힘든 현실이다.
문체부는 또 장애인의 게임 접근성 관련 게임의 재미요소와 교육, 예방치료 등 사회적 기여가 결합된 ‘기능성 게임’ 제작, 전국 장애인 이스포츠 대회·이페스티벌에 올해 총 14억여원의 예산을 편성해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문체부가 지원하는 ‘기능성 게임’은 대부분 교육이나 의료, 사화공헌 목적의 게임으로 일반적인 인기 게임과는 거리가 있다.
김씨는 시각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게임이라는 문화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인식을 개선하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 첫걸음으로 디아블로4의 접근성 개선을 위한 제안서를 게임 개발사 ‘블리저드’에 제출하기로 했다. 제안서에는 △게임 내 스크린리더 시스템 전면 개선 △던전 내 음성 길안내 정상 작동 △대상 고정 상태의 명확한 사운드 피드백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씨는 “지난해부터 몇몇 게임사들이 시각장애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 있는 것 같은데 이번 제안서가 나비의 날개짓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디아블로4를 시작으로 배틀 그라운드,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게임 회사에도 개선 요청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글·사진=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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