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사태 잊혀졌다고요?···시민들은 여전히 ‘탈팡’ 중

지난 1월 홍연정씨(44)는 뉴스를 보다가 충격을 받았다.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이 과로사로 숨진 고 장덕준씨와 관련해 ‘그가 열심히 일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모으라’고 지시했다는 보도였다. 홍씨는 2022년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50대 여성이 한파 속 근무 중 뇌출혈로 숨진 사건도 떠올렸다. 주 2~3회 이상 쿠팡을 이용해 온 그는 그날로 쿠팡 사용을 중단했다. 홍씨는 “내가 불매한다고 쿠팡이 망하진 않겠지만 잘한 선택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유출과 과로사 의혹 등 이른바 ‘쿠팡 사태’가 불거진 지 3개월째다. 김 의장 등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사태가 점차 잊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지만 일부 시민들은 여전히 ‘탈팡’(쿠팡 불매)을 이어가고 있다.

탈팡을 하는 시민들은 “쿠팡을 쓰지 않으면서 소비 자체가 줄었다”고 말한다. 지난해 11월 개인정보 유출 안내 문자를 받은 뒤 쿠팡 멤버십을 해지한 30대 A씨는 “탈팡을 해보니 생각보다 충동적으로 산 물건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며 “직접 가서 산다면 구매를 한 번 더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홍씨도 “다른 플랫폼은 배송료가 붙으니 살 물건이 정말 필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며 “막상 귀찮아서 사는 걸 미루다 보면 필요가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오프라인 매장 이용도 늘었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쿠팡 사용을 중단한 40대 B씨는 “집 근처 작은 마트를 더 자주 찾는다”며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아 오히려 놀랐다. 내일 아침 당장 필요한 물건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집이 높은 지대에 있어 주 3~4회 쿠팡을 사용했다는 40대 C씨는 “탈팡 이후 외출할 때 필요한 물건을 함께 사오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쿠팡의 대응이 충분하지 않다며 불매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수(가명·23)씨는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기업을 계속 이용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비윤리적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내 소비가 보태지길 원치 않는다”고 했다. C씨는 “쿠팡이 한국 노동자와 정부를 가볍게 여기는 태도를 보였다고 느꼈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계속 이용한다면 독점 구조는 더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어도 개인의 선택이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씨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내 삶의 태도를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완전히 끊기 어려운 사람이라도 이용 횟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씨 역시 “대체제를 찾는 일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불매는 기업에 분명한 신호를 주는 행동”이라며 “잘못에 눈감지 않는다는 사실에 의미가 있다”고 했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을 수사 중인 경찰은 김범석 의장이 입국할 경우 즉시 조사할 수 있도록 법무부에 입국 시 통보 조치를 요청한 상태다. 미국 국적인 김 의장은 국회의 출석 요구가 있을 때마다 해외 체류 등을 이유로 응하지 않아 왔다.
우혜림 기자 sa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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