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매수부터 입주까지…재개발·재건축, 언제 어떤 대출 받나[3월, 재테크의 변곡점]

김태림 2026. 2. 24. 06:0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월, 재테크의 변곡점 : 재개발·재건축 대출]

그래픽=박명규 기자

재개발·재건축 투자는 ‘언제 돈이 필요한지’ 흐름을 알면 전체 구조가 훨씬 쉽게 보인다. 조합원은 사업 기간 동안 기존 주택을 떠나 임시 거처를 마련해야 하고 세입자가 있는 경우에는 임대차보증금 반환 부담도 함께 떠안게 된다. 여기에 분담금과 각종 금융 비용까지 더해지면 개인이 감당해야 할 자금 부담은 상당히 커진다.

사업이 진행될수록 개인과 조합, 시공사를 오가는 금융 구조도 복잡해진다. 최근 이주비 대출 규제까지 겹쳐 현장의 자금 압박이 커진 상황에서 재개발·재건축 단계별 금융 구조와 변화한 시장 상황을 짚어봤다.

정비사업 ‘돈 흐름’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일반 아파트 매매와 달리 사업 단계마다 필요한 자금과 대출 구조가 크게 달라진다. 사업이 길게는 10년 가까이 이어지는 만큼 조합과 조합원, 일반 수분양자가 각각 어떤 시점에 어떤 대출을 이용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의 한 재개발 구역에서 조합원으로 참여한 40대 직장인 A 씨의 사례를 보면서 흐름을 살펴봤다.

A 씨는 정비구역 지정 이후 노후 주택을 매수하면서 일반 아파트와 동일하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활용했다. 사업 초기에는 일반 아파트 매매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조합을 설립하고 사업이 본격화하면 자금의 주체는 개인이 아닌 ‘조합’으로 넘어간다. 

이 시기에는 설계비·용역비·각종 행정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조합 명의로 운영비 대출이나 초기 사업비 대출을 진행한다. 조합원 개인이 직접 대출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으며 개인 단위 금융 부담은 이후 이주 단계나 분담금 납부 시점부터 본격화한다. 금융기관은 사업 위험을 고려해 보증을 요구하는데 대형 건설사가 시공을 맡은 경우 건설사가 보증을 서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을 활용하기도 한다. 어떤 보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금리와 금융 조건이 달라진다.

사업이 관리처분계획을 거쳐 이주 단계에 들어서면 조합원들은 기존 주택을 비우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이주비 대출’이다. 조합원이 일시적으로 거주할 집을 마련하기 위해 받는 대출로 정비사업에서 개인이 가장 크게 체감하는 금융 단계다. 이주비 대출은 ‘개인’ 명의로 실행하지만 조합이 금융기관과 미리 집단대출 약정을 맺고 그 아래에서 실행되는 경우가 많다. HUG 보증을 많이 활용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며 시공사 보증이나 사업성에 따른 금융 구조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A 씨도 이주비 대출을 받았다. 보증기관이 참여해 금리를 낮췄지만 사업 지연 가능성에 따라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도 함께 들었다. 실제로 공사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이주 기간이 늘어났고 그만큼 금융비용 부담도 커졌다.

추가 사업비나 예상보다 늘어난 공사비를 충당하기 위한 자금 부담도 이어졌다. A 씨는 추가분담금 납부 안내를 받았고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별도의 대출을 검토해야 했다. 

같은 기간 일반 분양이 시작하면 일반 수분양자들은 분양대금 일정에 따라 중도금 대출을 이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보증기관이 개입해 집단대출 형태로 자금이 공급되는 경우가 많다.

입주 시점이 가까워지자 A 씨는 이주비 대출과 각종 차입금을 정리하고 잔금대출로 갈아탔다. 일반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개인 주담대 구조로 전환, 금융 관리 방식이 일반 주택과 동일해졌다. 

A 씨는 “사업 단계마다 대출이 계속 바뀌어 예상보다 금융 부담을 세밀하게 관리해야 했다”며 “이주비 대출과 추가분담금 구간이 개인의 현금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노리는 투자자들은 사전에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픽=박명규 기자

이주비 대출 규제에 서울 재건축·재개발 ‘빨간불’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는 최근 이주비 대출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대출 규제 이후 정비사업장의 자금 흐름이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6·27 대책’과 ‘10·15 대책’을 통해 이주비 대출에도 주담대 규제를 적용했다. 담보인정비율(LTV·주택 가격 대비 대출 가능 금액 비율)은 1주택자의 경우 최대 40%(한도 6억원)로 제한했다. 중소형 아파트 두 채를 받는 ‘1+1 분양’ 조합원을 포함한 다주택자는 사실상 대출이 어려운 수준으로 규제를 강화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이주를 앞둔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43곳 가운데 39곳, 약 3만1000가구가 이러한 규제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고가 주택이 많은 강남권이나 한강변 정비사업장은 전셋값 자체가 높은 만큼 제한된 한도로는 이주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이어지고 있다. 

다만 자금 조달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시공사가 지원하는 ‘추가 이주비 대출’은 이주비 대출과 별개로 규제를 적용 받지 않는다. 이는 시공사의 신용 보강을 통해 조합이 받는 사업자대출에 속하기 때문이다. 

금리는 기본 이주비 대출보다 높다. 강남권 등 대규모 현장은 약 1~2%포인트, 중소 사업장은 3~4%포인트 정도 비싸다. 하지만 한도 제한이 없기 때문에 6억원 이상의 이주비가 필요한 조합원의 수요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올해 8개 사업장(5900가구)이 이런 이주 비용 증가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관측했다.

사업성이 높은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는 건설사들이 추가 이주비 대출을 놓고 경쟁적으로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롯데건설은 한강벨트의 핵심으로 꼽히는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성수 4지구) 재개발 사업 입찰 참여를 공식 선언하며 3년 만에 이주비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롯데건설은 2022년 한남2구역 수주전에 나섰을 당시 LTV 140%라는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성수4지구는 한강 수변 조망 길이가 성수전략정비구역 4개 지구 가운데 가장 길어 한강 조망권을 누릴 수 있는 독보적인 입지로 평가받는다.

서울 강남 개포권의 마지막 대형급 재건축 단지인 개포우성7차의 지난해 수주전에선 시공사들이 공사비와 금융 조건을 앞세워 경쟁을 벌였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조합 운영비와 각종 용역비 등 필수 사업비는 물론 추가 이주비와 임차보증금 반환 비용 등 사업촉진비까지 포함한 전체 사업비를 낮은 금리로 조달하겠다는 금융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사업비 전반에 대한 자금 조달 책임을 강조하며 조합의 금융 부담을 낮추겠다는 전략이었다.

대우건설 역시 사업비 전액 책임 조달과 함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0.00%’ 수준의 조달 금리를 내세우며 맞섰다. 특히 HUG 보증을 활용한 필수 사업비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증 수수료를 조합 대신 부담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해 금융 비용 절감 효과를 강조했다. 시공사는 삼성물산으로 최종 선정됐다. 

반면 시공사의 재무 여건이 취약한 사업장에서는 추가 이주비 마련 자체가 불투명해지며 사업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강북권의 중소 규모 정비사업장이 이런 문제에 직면한 사례가 많다. 총 23개 사업장(약 2만2100가구)이 이주 비용 증가와 일정 지연 위험에 동시에 노출된 상태다.

서울 관악구의 한 재개발 조합은 약 69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추가 이주비 확보를 위해 시공사와 보증 조건을 협의 중이지만 계약상 시공사의 지급보증이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인 만큼 사업 일정이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부 현장은 사업 중단 위기까지 거론된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한 모아타운 사업장은 시공사가 신용도 부담 등을 이유로 조합에 지급보증을 거절하면서 사업 추진 동력이 약화된 상황이다.

그래픽=박명규 기자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Copyright © 한경비즈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