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묶인 경기북부…30년째 ‘뒷걸음질’ 치는 살림살이 [경기지역 재정 성적표④]

이호준 기자 2026. 2. 2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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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보호구역·수정법 등 규제 산단 조성 어렵고 지출 늘어
작년 대부분 20~30%대 그쳐...가장 높은 포천·구리 30%대
도내 평균 63% 한참 밑돌아...의정부는 역대 최저치 기록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를 통해 제작된 일러스트. 경기일보 AI 뉴스 이미지


경기도 전체 면적의 약 42%를 차지하고, 인구 360만명을 넘어선 경기북부지역은 단일 광역단체급 규모를 갖췄음에도 성장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군사시설 보호구역과 수도권 정비계획법, 개발제한구역 등 각종 규제가 중첩되며 기업 유치와 산업단지 조성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성장이 억제되는 사이, 각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표에서는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0년 간 경기북부 8개 시·군의 재정자립도는 예외 없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민선 1기 출범 당시인 1995년에는 일부 도시가 60%대를 웃도는 재정자립도를 기록했지만, 2025년 기준 대부분 지역이 20~30%대로 절반 가까이 낮아졌다. 인구 증가에 따라 예산 규모는 커졌지만, 자체 세입보다 중앙정부와 경기도에 의존하는 이전재원의 비중이 오히려 높아졌다는 평가다.

23일 경기알파팀은 경기북부지역을 남양주시, 의정부시, 양주시, 구리시, 포천시, 동두천시, 가평군, 연천군 등 8곳으로 분류해 분석했다. 이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지자체는 포천시와 구리시(31.9%)이며 가장 낮은 곳은 연천군(18.5%)이다. 이는 모두 경기도 평균(62.8%)은 물론 전국 평균(48.6%)과 비교해도 한참 낮은 수준이다. 북부 지역의 재정 부진은 개별 지자체의 정책 실패라기보다, 중첩된 규제가 지역 경제 전반의 활력을 제약한 구조적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규모 택지 개발로 외형을 키운 지자체들도 한계에 부딪혔다. 1990년대 후반 신도시 개발로 재정자립도가 상승했던 남양주시와 양주시, 구리시의 경우 이후 하락세가 고착화됐다. 인구 유입으로 행정 수요와 복지 지출은 급증했지만, 규제로 인해 기업 유치가 제한되면서 안정적인 세입 기반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군사 규제와 접경지역이라는 특수성은 재정 자생력 감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과거 경기 북부의 중심지로 1990년대까지 높은 재정자립도를 유지했던 의정부시는 최근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미군 공여지 반환 지연과 각종 규제에 묶인 동두천시와 최전방 접경지인 연천군 역시 장기간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정비계획법과 환경 규제가 중첩된 도농 복합 지역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군사 규제에 더해 성장관리권역과 각종 물·환경 규제를 받는 포천시는 2010년대 내내 재정자립도 하락세를 겪었다. 가평군의 역시 수십 년 간 큰 반등 없이 전국 최하위권에서 정체돼 있다.

재정자주도 역시 비슷한 흐름으로 하향세를 지속했다. 2025년 기준 각 지역의 재정자주도는 남양주 54.0%, 의정부 48.3%, 양주 55.5%, 구리 61.4%, 포천 65.1%, 동두천 57.0%, 가평 63.6%, 연천 68.2% 수준이다.

신유호 단국대 공공정책대학원 주임교수는 “경기 북부는 접경 지역이라는 특성, 각종 규제 중첩으로 민간 투자가 쉽지 않아, 자체 세수를 늘리기보다 국고보조금에 의존하는 사업 구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베드타운·안보희생의 그림자… 북부 8곳 재정위기 덮쳤다
경기 북부지역 시·군의 지난 30년간 재정 지표는 ‘성장’이 아닌 ‘퇴보’를 기록했다. 1995년 민선 1기 출범 이후 경기 북부 8개 시·군의 재정자립도는 전반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렸다.

■ 남양주·양주·구리: ‘베드타운’의 한계, 발목 잡힌 재정자립도
남양주시 재정자립도 추이를 정리한 그래프. 유동수화백


남양주시는 마석과 호평, 평내와 다산, 별내 등지에 신도시를 조성하면서 정부로부터 막대한 사회간접자본(SOC) 국비 보조금을 받았지만 자체 주 세입원은 소상공인인 탓에 불균형이 발생, 재정자립도 하락세를 겪었다.

또 일자리 수가 인구 증가분을 따라잡지 못하며 시민의 36%만이 지역 내에서 생산활동을 진행하고 반대로 복지사업비 지출은 증대하는 것 역시 재정 여력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1990년대 후반 60%대였던 남양주시 재정자립도는 2003년 42.1%, 2025년 30.0%로까지 내려앉았다. 2025년 기준 법인체 1만5천여곳이 총 356억여원의 지방소득세를 납부했지만 5억여원을 납부한 빙그레가 1위를 차지하는 등 대기업이 없고 중견기업 또한 여덟 곳에 불과하다.

2005년 71.5%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재정자주도도 2025년 54.0%를 기록했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세입의 증가 대비 복지비 등의 국·도비 사업 세출수요의 증가가 빠른 상황”이라며 “3기 신도시 첨단산업단지 구축 등을 진행 중이지만 지자체가 더 많은 세입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범위를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주시 재정자립도 추이를 정리한 그래프. 유동수화백


양주시는 2003년 시 승격 이후 옥정·회천 신도시 개발로 2009년 재정자립도는 55.2%, 재정자주도는 76.7%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이내 상수원 보호구역, 수도권 규제 등 중첩규제 탓에 기업 활동이 위축돼 세입원이 제한됐으며 복지 사업 확대로 보조금 유치 및 재정 지출 규모는 늘어갔다. 2025년 양주시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는 각각 28.0%, 55.5% 수준이다.

양주시 관계자는 “양주 테크노밸리, 은남일반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 자체 세원을 발굴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구리시 재정자립도 추이를 정리한 그래프. 유동수화백


구리시는 2002년 50.1%였던 재정자립도가 2025년 31.9%까지 떨어졌다. 신규 택지 개발과 맞물려 구리 월드디자인센터(GWDC)로 기업 유치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행정 수요 증대에 따라 정부 재원 의존도가 높아진 탓이다.

이에 2025년 구리시는 재원 부족으로 750억원 규모 역점 사업 추진 예산을 편성하지 못했고 지하철 8호선 역사 유지비 등도 홀로 감당키 어려운 상황이다.

구리시 관계자는 “많은 기업이 구리시에 창업·이전할 수 있도록 기업 유치 전략을 보완하는 등 기업 판로 개척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및 세수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고 전했다.

■ 의정부·동두천·연천: 안보 희생 후 산업 고도화 실패

의정부시 재정자립도 추이를 정리한 그래프. 유동수화백


의정부시는 2001년까지 60%대의 재정자립도를 유지했지만 2010년대 들어 미군 부대의 평택 이전 본격화, 행정타운 조성에 따른 지출 부담이 겹치며 2012년 37.9%, 2013년 33.3%로 급락했다.

의정부시는 전체 면적의 약 70%에 달하는 개발제한구역(GB)과 군사시설보호구역, 수도권과밀억제권역 등 중첩 규제가 법인지방소득세 확보를 위한 산업 유치를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민선 8기인 2022년 9월 의정부시는 최초의 기업 유치 전담 조직을 만들었지만 2023년 기준 법인지방소득세는 176억원으로 경기 북부 평균(242억원)을 밑돌았고 2024년 재정자립도는 24.1%까지 추락했다.

재정자주도 또한 2005년 76.3%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24년 48.0%로 우하향했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는 지방소득세 비중이 클수록 높아지는 구조”라며 “중첩 규제가 기업 성장에 우호적인 환경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LH 경기북부지역본부 유치 등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두천시 재정자립도 추이를 정리한 그래프. 유동수화백


동두천시 역시 2002년 미군 기지 이전과 통폐합이 가시화되고 주변 상권이 위축되면서 재정자립도가 하락했다. 2001년 44.4%였던 재정자립도는 2004년 20.2%로 폭락했다.

이후 중첩 규제로 인한 기업 유치 난항, 고령화로 인한 사회복지 예산 지출 증대, 지방소멸대응기금 등 국비 보조금 유입이 겹치며 재정 자율성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2025년 기준 동두천시 재정자주도는 57.0%로 2017년(67.3%) 이후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동두천시 관계자는 “사회복지 예산 비중이 40%에 달하며 부족한 재원을 보전하기 위해 국·도비 보조금 확보에 집중하다 보니 지표상 재정자립도가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 등 미군 기지 활용, 지원이 원활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천군 재정자립도 추이를 정리한 그래프. 유동수화백


연천군 역시 군사, 수도권과밀억제권역 등 중첩규제 탓에 낮은 재정자립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02년 27.5%였던 재정자립도는 2000년대 초 잇따른 호우 피해 복구비를 정부와 도에게 지원받으면서 2004년 15.3%까지 떨어졌다.
2025년 기준 재정자립도는 18.5%로 이후로도 뚜렷한 반등은 나타나지 않았다.

연천군은 그린바이오산업 북부 육성지구 조성을 추진 중이다. 연천군 관계자는 “기회발전특구 지정,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 추진, 기업 유치 등 인구 증대와 자체 세원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 포천·가평: 자연 보전의 대가는 경제적 소외

포천시 재정자립도 추이를 정리한 그래프. 유동수화백


포천시는 섬유·염색, 가구 제조업을 기반으로 1990년대까지 50%대의 재정자립도를 유지했지만 2003년 도농복합시 승격을 전후로 재정자립도가 하락했다.

8천여곳의 제조업체 대다수가 저부가가치 산업 구조로 법인지방소득세 등 세원 확보가 어렵고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세입 대비 복지 지출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2001년 40.0%였던 재정자립도는 2012년 처음으로 30% 아래로 떨어졌고 2020년에는 역대 최저치인 22.2%를 기록하기도 했다.

포천시 관계자는 “국·도비 보조금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규제 중첩 지역은 자체 세입 기반이 약할 수밖에 없다. 지역 발전 정체, 실질적 재산권 제한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토로했다.

가평군 재정자립도 추이를 정리한 그래프. 유동수화백


가평군은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휴양·관광 도시를 지향해 왔지만 재정 구조 개선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재정자립도는 2001년 28.5%에서 2025년 23.0%로 하락, 경기지역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관광 사업체 수는 꾸준히 증가했으나 수질보전대책지역 규제로 대규모 상업·숙박 시설 개발이 제한되면서 관광객 유입이 지자체의 세입 확대로 직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평군 관계자는 “자연보전권역 등 각종 규제가 겹치면서 토지 이용과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고 토지와 건축물 가치가 낮게 평가된다”며 “이에 재산세 등 자체 세입이 적어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규제로 인한 피해가 보통교부세 산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실제 지방 재정 여력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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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기자 hojun@kyeonggi.com
황호영 기자 hozer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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