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장 입지 선정 후 주민엔 통보… ‘無토론 정책’이 갈등 키웠다”
올해부터 수도권 직매립 금지… 5년간 주민 반발로 시설 못 지어
국회 보고서 “님비 아냐” 지적… ‘원정 소각’에 지역 갈등도 문제
EU는 계획 초기부터 주민 논의… 日, 시설 확충 전 설명회 1만 번

전문가들은 오염물질 배출 저감 등 기술적인 해결책을 강조하기보다는 재활용 시나리오별 환경영향과 비용을 공개하는 등 수요 정당성을 확보하고 소각장 건립이 ‘최후의 수단’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소각시설 건립 전 주민 참여하는 ‘숙의 제도화’
23일 국회입법조사처의 ‘소각시설 갈등 해소를 위한 절차적 정당성 확보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소각장 갈등은 주민의 집단이기주의(NIMBY) 결과가 아니라 현행 법제도가 숙의를 ‘사업의 부속 절차’로 취급해 발생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수도권 공공 소각장 부족으로 쓰레기 대란 우려와 이에 따른 지방 원정 소각 등의 문제가 불거지자 소각장 건설 기간을 대폭 단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현재 추진 중인 27개 공공 소각장을 2030년까지 짓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서울 인천 등 총 19곳의 소각장 건설은 아직까지 주민 협의 단계조차 넘지 못하고 있고, 시설 공사에 들어간 곳은 경기 성남시와 인천 옹진군 2곳뿐이다. 2021년 직매립 금지 정책이 발표된 뒤 5년 동안 주민 반대 등으로 수도권에 공공 소각장이 단 한 곳도 들어서지 못한 것이다. 서울시는 마포구 소각장에 1000t 규모의 소각장을 추가로 건립할 계획이었지만 반대 주민들과의 항소심에서 또 패소한 상황이다.
보고서는 “‘왜 우리 지역이어야 하느냐’는 주민 반발에 부딪히지 않기 위해서는 후보지 선정 이전 단계에서부터 주민을 참여시켜 폐기물 감량 방안 등 정책적 대안을 함께 물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립 지역을 정부가 선정해 통보하는 식이 아니라 폐기물이 급증한 지역의 주민과 함께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고 재사용 및 재활용 방안을 충분히 모색한 뒤 마지막 대안으로 시설 확충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 “배달-택배 쓰레기 먼저 줄여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은 24만7000t이다. 이 중 85%가 공공 소각장에서 처리됐고, 15%는 민간에 위탁 처리됐다. 충청권 위탁 처리량은 1.9%인 4800t이다. 가장 많은 폐기물이 몰렸던 충북 청주시에서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 예정자들이 수도권 폐기물의 청주 반입을 막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는 등 지역 정치권 이슈로까지 번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지역에서 수도권 생활폐기물을 받지 않겠다는 움직임도 나온다. 충북 제천시와 단양군, 강원 삼척시 등은 최근 수도권 생활폐기물을 반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서울 금천구는 당초 계약했던 충남 서산시와 공주시의 폐기물 처리 업체를 통해 생활폐기물을 처리하기 어려워지자 계약을 해지하고 경기 지역에서 새로운 업체를 찾고 있다.
배재호 인하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소각장 건설 기간을 줄인다고 해도 당장 수도권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충청권까지 동원해야 하는 상황에서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며 “최근 급증한 배달 음식과 택배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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