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태의 신노인 산책] 황혼에 서울로 이사 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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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딸이 모두 서울에 사는데, 늙은 우리 부부가 대구에 떨어져 산다는 게 문제가 많은 것 같아. 건강이 더 나빠지면 병원에 데려가 줄 사람도 없는 형편이니. 곧 집을 정리하고, 자식들 가까이로 이사를 갈 수밖에 없어. 대구 집을 팔아서 조금 보태면 조그마한 전셋집은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80대의 친구가 함께 점심을 먹다가 넋두리하듯 하는 말이다.
2023년 말 현재 서울과 인천, 경기도를 합한 수도권 인구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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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딸이 모두 서울에 사는데, 늙은 우리 부부가 대구에 떨어져 산다는 게 문제가 많은 것 같아. 건강이 더 나빠지면 병원에 데려가 줄 사람도 없는 형편이니. 곧 집을 정리하고, 자식들 가까이로 이사를 갈 수밖에 없어. 대구 집을 팔아서 조금 보태면 조그마한 전셋집은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80대의 친구가 함께 점심을 먹다가 넋두리하듯 하는 말이다. 비슷한 처지인 나로서는 가까이 지내던 친구와 헤어지게 되었으니 못내 섭섭하다.
젊은이들이 일자리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것은 상식이 된지 오래다. 그런데 이제는 늙은이들도 서울로, 경기도로 자꾸 떠난다. 평생을 살아 정이 든 고향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가는 노인네의 심정이 얼마나 딱할까. 그래도 그렇게나마 서울 쪽으로 떠날 형편이 되는 사람은 다행이다. 수도권의 그 비싼 주거비를 감당할 형편이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늙고 병들어 자식과 한집에서 산다는 게 이상한 일이 된 세태이고 보니, 자식 가까이 거처를 마련하려면 상당한 재력이 있어야겠기에 하는 말이다.
교수 출신의 어느 지인 부부는 몇 년 전 가산을 정리하고, 경기도에 있는 실버타운으로 들어가 버렸다. 대구 가까이에는 적절한 실버타운이 없었기 때문이다. 금융인 출신의 또 다른 지인은 부인이 치매에 걸리자, 아들이 사는 서울로 이사 갔다. 아들 가까이에 전세 아파트를 구했다는 후문이었다. 인품이 좋아 친구가 많았던 그는 떠나는 것을 무척 망설였지만, 병든 아내를 혼자 돌보는 일에 무척 지쳐 있었다.
청년들뿐 아니라, 이처럼 늙은이들도 몰려드는 수도권에는 묘지도 만원일 수밖에 없다. 서울에 살면서 멀리 떨어진 지방으로 성묘하기가 어려울테니 아예 서울 인근에 가족묘원을 잡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지인은 가족묘원을 경기도에 잡아놨다고 했다. 대구 인근에 선산이 있지만, 서울에 사는 자식들이 관리하기가 어려울테니 아예 그쪽으로 가족묘지를 정했다는 이야기다.
일반 요양원 1인실 비용의 2~4배가 되는 프리미엄 요양원도 모두가 수도권에 지어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본격적으로 요양원 사업에 뛰어든 모양이다. 좀 더 나은 요양서비스를 원하는 지방의 노인 환자들은 어쩔 수 없이 수도권으로 가야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전체 인구는 줄었는데도,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의 인구는 해마다 불어난다. AI에게 물어봤더니, 2013년 이후 10년간 경기도의 주민등록상 인구는 150만 명이나 늘었다. 1년에 평균 15만 명씩 불어난 셈이다. 2023년 말 현재 서울과 인천, 경기도를 합한 수도권 인구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요즘은 명절에 서울의 자녀들이 지방에 사는 부모를 찾아오는 풍조도 상당히 바뀌고 있다. 지방에 사는 부모가 오히려 수도권에 사는 자녀들의 집을 찾아가는 이른바 '역귀성' 풍습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 서울에서는 명절에 차표를 구하기가 무척 어려운 반면, 지방에서 서울로 가기가 휠씬 쉬운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된다. 늙은 부모로서는 명절음식을 만들기도 힘겨울테니,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도 할 겸 잘된 일일 수도 있겠다.
이렇게 젊은이를 따라 늙은이들이 모여들다 보니 수도권은 갈수록 만원이다. 집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온다. 그러나 늙은이들까지 수도권으로 자꾸 몰리는 풍조가 계속된다면 집은 지어도 지어도 모자랄 것 같다.
김상태 신노인운동 활동가
김상진 기자 sjkim@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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