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삼희의 환경칼럼] 세계 동시 출생률 급락 뒤에 스마트폰이 있다

한삼희 환경칼럼니스트 2026. 2. 23.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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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도 북유럽도
선·후진국 가릴 것 없이
2015년 기점 출생률 ‘뚝’
스마트폰에 빠진
세계 젊은이들의
‘디지털 고독’ 때문 아닌지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 미국 뉴욕대 교수가 쓴 '불안 세대(The Anxious Generation)' 영문판 표지. 한 청소년이 스마트폰을 보며 '좋아요' 같은 이미지들에 포위돼 있다. /아마존

환경 이슈와는 좀 거리가 있는 주제지만, 출생률 급락에 관한 주목할 만한 관점이 있어 소개해 본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사회학자 앨리스 에반스 박사 생각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최근 10여 년 사이 전 세계적 출생률 동시 하락은 스마트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에반스는 작년 5월 뉴욕타임스와 ‘아이폰이 어떻게 남녀를 떼어 놓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인터뷰를 통해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을 쥐고 방 안에 틀어박혀 있고 그것이 결혼 감소와 초(超)저출생의 핵심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에반스 박사는 뉴스 사이트 복스와 인터뷰에선 각국 정부의 출생 장려책은 결혼한 부부가 아이를 갖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는 “말을 마차 뒤에 놓고 마차를 몰려 하는 것”이라고 했다. 돈을 퍼부어도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젊은이들이 더 쉽게 또래 집단과 어울릴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저출생과 인구 붕괴 위기는 선진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인 합계출생률이 2.1명은 돼야 인구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그런데 멕시코(1.55명) 스리랑카(1.37명) 콜롬비아(1.06명) 태국(0.98명) 등 중간 소득, 또는 저소득 국가도 출생률이 크게 떨어져 있다. 여성 지위와 경제 수준이 낙후한 중동, 북아프리카의 이슬람권도 출생률이 가속 추락 중이다. 여성 취업률이 낮으면 출생률은 높다는 것이 그간의 통념이었다. 그런데 이집트는 여성 취업률이 16%로 여전히 최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데도 2015년부터 돌연 출생률 그래프가 뚝 꺾여 3.5명이던 합계출생률이 2023년 2.8명까지 떨어졌다. 같은 이슬람권의 튀니지 역시 동일한 궤적(2015년 2.3명→2023년 1.8명)을 그리고 있다.

공공 보육의 천국이라는 북유럽은 여성들의 직장·가정 생활 양립이 가능해 선진국 그룹에선 비교적 출생률을 유지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북유럽도 2010년을 기점으로 스웨덴(2010년 1.9명→2023년 1.4명) 노르웨이(1.9명→1.4명) 핀란드(1.9명→1.3명) 할 것 없이 출생률이 급락했다. 한국(2015년 1.2명→2023년 0.7명), 중국(1.7명→1.0명) 등 동아시아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한국 출생률은 최근 살짝 반등했지만, 이건 더 떨어질 수 없는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에서의 정체가 아닐까.

에반스 박사 진단에 따르면 스마트폰 보급 이후 전 세계 젊은이들이 ‘디지털 고독’으로 숨어들고 있다. 스마트폰은 2010년께부터 급속도로 확산돼 2015년 연 보급대수가 14억대에 달했다. 그 시점을 전후해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같은 소셜미디어 사용자가 폭증했다. 이젠 세계 어디를 가도 젊은이들의 눈은 스마트폰에 고정돼 있다.

세계 청소년과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영국 프리미어 리그를 생중계로 보고, 유튜브로 블랙핑크의 스트리밍을 즐긴다. 방 밖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도파민을 분출시키는 자극적인 온라인 즐길 거리를 누릴 수 있다. 과거엔 친구, 동료들과 어울려 정보를 얻고 화제거리들을 찾았다. 지금은 필요한 정보 대부분을 스마트폰 속에서 구할 수 있다. 요리법, 가전제품 수리 요령은 유튜브로 습득하고 물건 구매, 음식 주문은 스마트폰 앱으로 해결한다.

평균적 미국인의 경우 깨어 있는 시간의 3분의 1은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고 한다. 젊은이들은 더 심할 것이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면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또래끼리 어울리는 시간의 길이는 짧아진다. 말 대신 메신저로 대신하면서 젊은이들은 점점 고립돼가고 사회적 관계망은 좁아지고 있다. 관계를 맺는 기술도 미숙해진다. 젊은이들이 잠재적 연인과 만날 기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의 2024년 결혼 건수는 2015년의 73%에 불과했다. 중국은 2010년대 초반 한 해 1200만쌍이 결혼했는데 2024년엔 610만쌍밖에 되지 않았다.

출생률 하락엔 물론 살인적 교육 경쟁, 감당 불능 집값 등 더 구조적인 요인들이 작용할 것이다. 그것들에 더해 최근 10여년 사이 스마트폰이 몰고 온 ‘온라인 고립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경청할 만하다. 스마트폰은 무수한 이점을 가져다 주고 있지만 그것이 초래하는 부작용도 가볍지 않다. 여기에 AI가 가세 중이다. AI와 감정적 교류까지 가능해지면 스마트폰이 오프라인 가족 관계도 대체하게 될지 모른다. 청소년, 청년들이 얼굴을 보면서 말로 소통하고, 서로 매력 있게 보이려는 동기를 갖게 되고, 교제의 기술을 체득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줘야 한다. 정부, 학교, 기업,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이다. 그건 인구 절벽 대책이면서 젊은이들 행복에도 기여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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