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370만, 뉴욕은 1500만...낮은 보유세의 함정
거래세 낮추고 보유세 강화... 세제 균형이 시장안정의 열쇠
세금 구조의 불평등... 근로소득과 자산소득 간 격차 심화
조세 정의 회복·실거주 중심 부동산 세제 개편이 과제
[지데일리] “부동산, 세금이 아닌 삶의 문제로 다시 바라봐야 한다.”

폭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집값의 변동 뒤에는 일반 시장 논리가 아닌 왜곡된 세금 체계가 있었다. 이제 조세정의의 방향을 바로 세우는 일이 대한민국 부동산의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양도·보유세 중심 논의,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발제를 맡은 임재만 세종대 교수(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는 우리 부동산 세제가 특정 부분에만 집중된 채 구조적 개선을 외면해 왔다고 직격했다. 그는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만 부각되면서 오히려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가 심화됐다”며, 세제의 구조적 균형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거래세는 낮추되 보유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단기 거래를 줄이고 실수요 중심의 시장 구조를 유도하기 위한 접근이다. 더불어 양도소득세를 종합소득세로 통합함으로써 자본소득과 근로소득 간의 과세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똘똘한 한 채’에 대한 특혜는 실거주자에 국한해야 하며, 현재 12억 원까지 비과세가 가능한 양도세 감면 기준은 근거가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택 중위가격의 일정 배수로 기준을 설정, ▲양도 비과세의 규모·횟수 제한, ▲다주택자 등록 의무화 및 보유 기간 내 세제 혜택 부여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결국 핵심은 “세금의 목적이 시장을 흔드는 도구가 아니라, 공정한 분담과 안정적 시장 운영을 위한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는 종합부동산세 또한 시장 대응 수단이 아닌 ‘중립적 제도’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제 축소·부부합산 전환…“공평과세로의 전환”
임 교수는 종부세의 과세표준 역시 국가가 아닌 ‘독립적 시장 기준’에 따라 평가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공시가격의 현실화, 고령자·장기보유 중복공제 제한, 인별 합산을 부부합산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불로소득 중심의 사회 구조를 개혁하고 혁신적 성장을 위해서는 소득·소비·재산 과세의 종합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세제가 오로지 세 부담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자산 불평등 구조를 바로잡는 핵심 수단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보유세 인상? 단정 어려워…전체 구조로 봐야”
김현동 배재대 교수는 보다 신중한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거래세 인하, 보유세 강화 방향 자체에는 찬성하면서도 “보유세 인상이 반드시 집값 안정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세금이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다수의 연구가 보여주듯 보유세의 임차인 전가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실질적 세부담 수준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매년 시세를 반영해 보유세 과표를 평가하지만, 현실화율의 격차와 각종 예외 규정으로 실제 시가와 괴리가 크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김 교수는 “다주택자 중과세율 조정은 보유세와 양도세의 정합성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1세대 1주택자 비과세를 절대적 원칙으로 삼기보다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뉴욕은 1500만원, 서울은 370만원”…보유세의 간극
삼프로TV의 김원장 진행자는 현실적인 통계로 한국 부동산 세제의 불균형을 드러냈다. “뉴욕의 20억 원대 주택 재산세는 약 1500만 원이지만, 서울의 동일 가치 주택은 약 370만 원에 불과하다.” 실효세율로 보면 0.19% 수준으로, 자산 보유 부담이 지나치게 낮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 자산의 83.66%가 부동산에 집중된 현상이 ‘부동산 공화국’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중앙과 외곽 지역의 세율 격차는 주택가격 격차를 되레 확대하고 있다며, “서울 핵심 부동산의 높은 수익률을 낮추지 않으면 자본이 건전한 산업·금융 부문으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김 원장은 보유 자산 구간별로 세율을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며, “세금은 벌칙이 아니라 구조 혁신의 신호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산 정책과 주거정책을 분리해야”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 세제 논의의 본질을 ‘조세 정의’로 되돌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1주택자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반복될수록, 주택가격 상승과 불평등이 다시 심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근로소득과 자본소득 간 세부담 격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를 제시했다. “동일한 10억 원 소득이라도 2년 거주 기준 1주택 양도소득의 평균 세부담률은 6%대, 반면 근로소득은 35% 수준”이라는 것이다. 같은 소득이라도 ‘돈을 버는 방식’에 따라 세금이 다르다면, 조세정의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는 주택을 ‘자산’과 ‘주거서비스’로 분리해 정책을 설계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인구 감소·고령화에 대비한 조세 기반 재구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제 개편은 단지 주택 문제 해결책이 아니라 미래 재정 구조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전제”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똘똘한 한 채의 역설”…부동산 조세 정의 향한 과제
‘똘똘한 한 채’는 불확실한 시장 속에서 생존 전략처럼 등장했지만, 이제는 조세 정의의 왜곡을 상징하는 말이 되었다. 여러 정부가 경기 부양과 민심 안정이라는 이유로 세제를 요동치게 만든 결과, 시장은 조정과 회복의 기회를 잃었다.
이번 좌담회에서 제시된 개편 방향은 모두 하나의 공통점을 향한다. “공평 과세, 조세 중립성, 실거주 중심의 구조 전환.” 이는 단지 세금을 더 내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세금의 본래 목적(사회적 비용의 공정한 분담)을 회복하자는 요구다.
부동산 세제 개편의 방향은 이제 뚜렷하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과세를 단기 경기 조절 수단이 아닌, 자산 정책의 큰 틀 속에서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기 거래세 조정이나 일시적 세 부담 완화가 아니라, 소득·자산 분배 구조 전반을 아우르는 조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근로·양도·보유 단계의 과세를 합리적으로 통합해 소득 원천 간 불평등을 줄이고, 실거주자는 보호하되 투기는 억제하는 균형 있는 세제 원칙 확립이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공평과세와 시장안정이 조화를 이루는 구조 개편이야말로 부동산 세제 정상화의 출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부동산이 더 이상 투기의 상징이 아닌 ‘삶의 터전’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세금의 철학이 달라져야 한다. 공평한 과세는 결국 시장의 안정이자 사회의 신뢰로 이어진다. ‘똘똘한 한 채의 역설’을 끝내는 길은, 세제 정상화의 첫걸음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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