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더 위험해’…중국 손잡는 유럽
러시아 관련 이견 등 동맹 한계 여전…NYT “중국의 상징적 승리”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유럽이 관세와 덴마크령 그린란드 문제로 미국과 갈등하며 ‘미국 의존 탈피’를 모색하는 상황에서 서방 주요국 지도자들이 잇달아 중국을 방문하고 있다. 이들의 방중이 서방의 대중국 ‘디리스킹(위험 회피)’ 전략의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23일(현지시간)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24~26일 중국을 방문한다. 메르츠 총리는 지난 18일 집권 기독민주연합 행사에서 방중과 관련해 “중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독일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준비가 돼 있으며 같은 생각을 하는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에 동의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메르츠 총리의 발언은 유럽이 미국과 관계를 재정립하는 상황에서 중국과 더 가까워져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코 후오타리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장은 로이터통신에 “메르츠 총리가 이번 방중을 통해 독·중관계에서 협력의 토대를 마련하는 ‘새로운 정상 상태’를 마련한다면 성공적인 방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에 손을 내민 서방 지도자는 메르츠 총리만이 아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지난달 16일 캐나다 총리로서는 약 9년 만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났다. 양국은 ‘새로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하면서 경제·무역·교육·문화·관광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지난달 29일 베이징에서 시 주석을 만나 고위급 안보 대화와 경제·금융 대화를 재개하기로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구 지도자들은 중국의 공급망과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디리스킹 방법을 찾고 있었다”며 “지금 그들이 다시 중국으로 향하는 이유는 중국보다 더 신뢰할 수 없게 된 미국에 대해 디리스킹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독일은 2023년 처음으로 국가안보전략을 발표해 중국을 협력자이자 경쟁자로 규정하고 디커플링(공급망 분리)이 아닌 디리스킹을 대중 관계의 전략적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제조업 대국인 독일은 디리스킹조차 쉽지 않다는 점을 체감했다. 지난해 독일의 중국산 제품 수입은 1706억유로(약 290조원)를 기록해 전년 대비 8.8% 증가했으며 대중국 수출은 812억유로(약 138조원)로 9.7% 감소했다. 대중국 교역에서 수입이 수출 대비 2배 이상으로 벌어진 것은 처음이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의 태도, 중국 내부의 인권·민주주의 문제 등을 고려했을 때 서방이 중국과 관계를 재정립하더라도 트럼프 정부 출범 이전의 미·유럽과 같은 동맹으로 발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측도 관계 재정립에 기대를 걸면서도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
NYT는 “영국·캐나다와 중국 간 정상회담 내용을 자세히 보면 실질적인 내용이 많지 않다. 이들의 정상회담은 단기적으로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면서도 “이러한 상징성 자체가 중국에는 거대한 승리다. 국제사회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내부 선전용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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