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대미 무역 회담 무기 연기…유럽의회 “비준 절차 중단을”

정유진 기자 2026. 2. 2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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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법원 상호관세 무효화 판결 후폭풍…각국 협상 전략 재고
중국은 ‘신중’…NYT “한국·일본 등 ‘양보’ 많이 한 국가 곤경”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화 판결로 인한 후폭풍이 일고 있다. 관세율을 낮추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한다는 자국 내 일각의 비판을 무릅쓰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무역 협상을 타결한 나라들이 곤경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도 무역협상단 관계자는 23일(현지시간)부터 사흘 일정으로 예정됐던 미국과의 무역 회담 일정을 기약 없이 연기했다고 CNBC에 22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인한 상황의 변화와 그 의미를 충분히 검토한 후 회담 일정을 다시 잡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도와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무역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정부에서 통상 협상가로 일했던 아제이 스리바스타바는 “양국의 무역 협상은 인도산 상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18%로 인하한다는 전제로 진행됐지만 전제가 바뀐 만큼 전략을 재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CNBC에 말했다.

유럽의회 내에서는 미국과의 무역협정 비준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소셜미디어에서 “미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새 관세는 합의 위반이 아닌가.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그걸 준수할지조차 아무도 모른다”며 “더 이상 누구도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유럽연합(EU)과 다른 미국 교역 파트너들에게는 의문만 남고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랑게 위원장은 “내일 열리는 긴급회의에서 미국 측의 명확한 약속과 적절한 법적 평가가 있을 때까지 (대미 무역협정과 관련한) 입법 작업을 중단할 것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의회는 24일 미국과의 무역협정 조항 중 미국산 산업재와 랍스터에 대한 관세 철폐 안건을 놓고 표결할 예정이다.

EU 집행위원회도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미국이 취할 조치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요구한다”며 “EU 기업은 예측 가능성과 법적 확실성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성명에서 “합의는 합의”라며 미국이 약속을 준수한다면 EU 또한 합의를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의 무역법 301조 조사 착수를 의식한 듯 신중한 반응을 내놨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3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입장문에서 “연방대법원 판결 내용과 영향에 대해 전면적인 평가를 진행 중”이라며 “우리는 또한 미국이 무역 상대국들에 대한 관세를 유지할 목적으로 무역 조사 등 대체 조치를 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국은 이를 긴밀히 주시하면서 중국의 이익을 굳건히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인 것은 상호관세를 낮추기 위해 경쟁적으로 대미 협상에 나섰던 아시아 국가들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일본·대만·베트남 등은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한다는 자국 내 일각의 비판 속에서도 무역협상을 타결시켰다. 이들 국가는 미국이 상호관세를 또 다른 관세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무역 합의를 지킬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NYT는 지적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센터의 일본 주재 객원 연구원인 폴 나도는 “승자는 미국과 무역협상을 하지 않았거나, 막대한 대미 투자금을 약속하지 않은 국가들”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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