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사천서 꿈꾸는 양봉의 내일…사라지는 꿀벌 지키는 사람들

KBS 지역국 2026. 2. 23.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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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창원] 전국적으로 수십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지는 이른바 '군집 붕괴 현상'.

최근 기후 위기와 환경 오염 속에서 생태계의 파수꾼, 꿀벌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사라져가는 꿀벌을 지키기 위해, 또 미래의 양봉가들을 키워내기 위해 누구보다 뜨거운 봄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천의 한 농장에서 꿀벌과 함께 살아가는 꿀벌 전도사를 만나봅니다.

겨울의 끝자락을 보내고 있는 사천의 한 농장.

숲마저 겨울잠에 빠진 듯 적막합니다.

겨울을 지나고 있는 벌통들 역시 두터운 보온 덮개를 뒤집어쓴 채 고요하기만 한데요.

하지만 벌통 내부에서는 수만 마리의 꿀벌들이 서로의 몸을 부대끼며 뜨거운 온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겨울의 양봉장은 조심스러움의 연속인데요.

벌통을 오래 열 수도, 자주 건드릴 수도 없습니다.

[김보성/사천 ○○꿀벌농장 대표 : "2월이 중요하죠. 왜 그러냐면 지금 이 시기에 벌이 세대교체가 잘 안 되면 벌이 크지 못해요. 늘어나지도 않고. 그래서 지금 이 시기가 어찌 보면 봄벌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가장 또 중요한 시기다 이렇게 봅니다."]

이곳에서 꿀벌과 함께 동고동락한 지 20년.

사실 그 첫 시작은 예고 없이 찾아온 병마 때문이었는데요.

어느 순간, 김보성 대표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고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마땅한 치료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김보성/사천 ○○꿀벌농장 대표 : "제 몸이 그때 엄청나게 안 좋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어떤 지인의 연락을 받고 봉침을 맞아 보라기에 맞게 됐는데 한 몇 개월 맞아보니 몸이 그전처럼 돌아왔어요. 그래서 양봉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아픔을 견디며 배운 회복의 시간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바꿔놓았는데요.

부부는 이곳 농장을 꿀벌이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자, 사람과 자연이 함께 숨 쉬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적막했던 농장이 오늘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바로 ‘양봉인 양성교육’이 있는 날인데요.

위기에 처한 양봉업을 살릴 유일한 해법은 결국 '제대로 된 사람'을 키우는 것이라 믿고 부부는 매주 토요일마다 양봉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미혜/김보성 대표의 아내 : "주변에서 벌들이 죽어간다고 하는 것도 사실 농약 관련 문제도 있고, 지구 온난화가 심해지는 것도 우리가 환경 보존을 잘 못해서 그런 게 많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주변의 초보 양봉인들과 기존 양봉인들이 와서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하나 갖는 게 제 꿈입니다."]

두꺼운 외투 속에 양봉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품고 모인 예비 양봉인들!

성별도, 나이도, 살아온 환경도 제각각이지만 이들의 목표는 단 하나입니다.

기후 위기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꿀벌과 함께 상생할 길을 찾고, 지역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하경/광주광역시 광산구 신창동 : "양봉 같은 경우에는 꿀만 채집하는 게 아니라, 이제 프로폴리스나 화분떡, 또 벌을 늘려서 분양도 하는 다양한 분야가 있다는 걸 새롭게 알았습니다."]

김보성, 김미혜 씨의 발걸음은 양봉장 안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침체된 농촌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 또한 중요한 사명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매년 가을이면 조용한 시골 마을을 들썩이게 하는 특별한 축제도 열고 있습니다.

벌이 준 풍요로움을 지역민과 나누고, 자연의 소중함을 음악에 실어 보내는 나눔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김보성/사천 ○○꿀벌농장 대표 : "작은 시골 마을에 문화 콘텐츠가 사실은 부족해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문화적인 혜택이 조금 필요하다 생각해서 시작하게 됐고요. 그리고 이제 일 년 동안 수확된 우리 농산물을 서로 조금씩 나누어 주고 싶어서 그렇게 행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

모두가 절망을 말할 때 부부는 벌통 안의 작은 온기에 집중했습니다.

벌통 속에서 움트는 수십만 마리의 날갯짓 소리와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는 양봉인들의 뜨거운 열정이 이미 이곳 사천에 새봄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김보성/사천 ○○꿀벌농장 대표 : "지금 농촌의 실정이 다들 나이가 많아요. 70대, 80대 이렇다 보니까 앞으로 양봉에 대해 상당한 위기의식을 느낍니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 그래서 양봉 교육장을 만들어서 젊은 분들이 양봉을 조금 할 수 있게끔 그렇게 만들고 싶습니다."]

지역에서 20년간 지켜온 양봉업,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멈추지도, 타협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의 손에서 지켜진 작은 생명, 꿀벌이 산과 들을 오가며 꽃을 피워낼 때, 우리가 누리는 계절도 계속 이어질 겁니다.

["꿀벌 교육사업단, 파이팅!"]

구성:신미연/촬영·편집:김동민/내레이션:신유진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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