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생필품 파격 할인·情은 덤…중구 신포동 '현대판 사랑방'

전민영 기자 2026. 2. 2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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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도깨비경매장 인천점' 가보니

음식·화장품 등 '리퍼 상품' 판매
보고 쟁이는 재미…어르신들 북적
매출 부진 탓 장터 운영 축소키로
내달부터 주3일만 열어 '아쉬움'
▲ 지난 22일 인천 중구 신포동의 만물도깨비경매장 인천점에서 생필품 경매가 진행 중인 모습.

"고추장 한 통에 1만원! 아무도 없어? 아, 아버지 사실 거야? 저 뒤쪽 파란색 모자 쓴 아버지 갖다 드려요."

"이 화장품은 원가 3만 원짜리예요. 몇 개 안 남아서 그냥 드릴게. 3개에 5000원!"

지난 22일 오후 3시쯤 찾은 인천 중구 신포동의 만물도깨비경매장 인천점은 활기로 가득 찼다.

이곳은 단순 변심 등으로 반품됐거나, 유통기한이 임박하는 등 사용에 문제가 없어 재판매할 수 있는 일명 '리퍼 상품'을 저렴하게 파는 경매장이다.

원가보다 저렴하게 팔다 보니, 2023년 문을 연 후 단숨에 원도심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젊은 층 데이트 장소로도 꼽힐 정도다.

경매 방식은 투박하지만 정겹다. 대형 트럭이 통째로 들어오면 상자 속 물건이 하나씩 베일을 벗는다.

가격도, 수량도 판매자 마음이다. 시중가 3만원대 화장품이 '3개에 5000원'이라는 파격가에 낙찰되자 장내엔 부러움 섞인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 역시 오전 11시쯤부터 오후 6시까지 약 7시간 동안 경매가 진행됐는데, 좌석은 거의 만석을 유지했다. 자리를 잡지 못한 이들이 경매장 내부를 빙 둘러싸고 서서 구경할 정도로 붐볐다.

경매장을 지키는 이들의 80%는 동네 어르신들. 단 돈 1000원에 산 젤리와 과자를 옆자리 이웃과 나눠 먹으며 안부를 묻는 '현대판 사랑방'이다.

이곳을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찾는 박용태(74)씨는 "반값은 물론이고, 3분의 1정도 가격도 많다"며 "오늘은 8000원 하는 크래커를 4000원에 샀고, 개당 3000원 하는 질 좋은 공업용 장갑을 10개에 5000원에 샀다"며 웃었다.

70대 신모씨 역시 "식용유, 부침가루, 된장 등 필요한 식자재들을 싸게 자주 사 간다"며 "필요 없는 물건들만 안 사면 된다. 경매 보는 재미에 오래 앉아 하나씩 쟁이다 보면, 금세 5만원을 다 쓴다"고 말했다.
▲ 인천 중구 신포동의 만물도깨비경매장 인천점에 폐업 정리 안내가 붙어 있는 모습.
▲ 인천 중구 신포동의 만물도깨비경매장 인천점에 폐업 정리 안내가 붙어 있는 모습. 내부에선 온라인 경매가 진행 중이다.

다만 최근 업체에서 '폐업 정리'를 선언하면서, 단골손님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했다. 주중 오프라인 경매의 매출 부진 탓에 다음 달부터 규모를 대폭 줄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주 7일 운영하던 오프라인 경매는 3월부터는 금·토·일, 주 3일만 진행된다. 주말을 제외한 주중에는 온라인 경매만 진행할 계획이다. 이미 좌석도 250석 규모는 100석 규모로 줄였다.

도깨비경매장 관계자는 "항상 물건을 값싸게 제공하다 보니, 어르신들께서 많이 오는 걸 알고 있다. 다만 오프라인 매출 감소와 온라인 수요 급증이라는 흐름을 무시하기 어려웠다"며 "완전 폐업은 아니지만 효율성을 위한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사진 전민영 기자 jmy@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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