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생필품 파격 할인·情은 덤…중구 신포동 '현대판 사랑방'
음식·화장품 등 '리퍼 상품' 판매
보고 쟁이는 재미…어르신들 북적
매출 부진 탓 장터 운영 축소키로
내달부터 주3일만 열어 '아쉬움'

"고추장 한 통에 1만원! 아무도 없어? 아, 아버지 사실 거야? 저 뒤쪽 파란색 모자 쓴 아버지 갖다 드려요."
"이 화장품은 원가 3만 원짜리예요. 몇 개 안 남아서 그냥 드릴게. 3개에 5000원!"
지난 22일 오후 3시쯤 찾은 인천 중구 신포동의 만물도깨비경매장 인천점은 활기로 가득 찼다.
이곳은 단순 변심 등으로 반품됐거나, 유통기한이 임박하는 등 사용에 문제가 없어 재판매할 수 있는 일명 '리퍼 상품'을 저렴하게 파는 경매장이다.
원가보다 저렴하게 팔다 보니, 2023년 문을 연 후 단숨에 원도심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젊은 층 데이트 장소로도 꼽힐 정도다.
경매 방식은 투박하지만 정겹다. 대형 트럭이 통째로 들어오면 상자 속 물건이 하나씩 베일을 벗는다.
가격도, 수량도 판매자 마음이다. 시중가 3만원대 화장품이 '3개에 5000원'이라는 파격가에 낙찰되자 장내엔 부러움 섞인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 역시 오전 11시쯤부터 오후 6시까지 약 7시간 동안 경매가 진행됐는데, 좌석은 거의 만석을 유지했다. 자리를 잡지 못한 이들이 경매장 내부를 빙 둘러싸고 서서 구경할 정도로 붐볐다.
경매장을 지키는 이들의 80%는 동네 어르신들. 단 돈 1000원에 산 젤리와 과자를 옆자리 이웃과 나눠 먹으며 안부를 묻는 '현대판 사랑방'이다.
이곳을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찾는 박용태(74)씨는 "반값은 물론이고, 3분의 1정도 가격도 많다"며 "오늘은 8000원 하는 크래커를 4000원에 샀고, 개당 3000원 하는 질 좋은 공업용 장갑을 10개에 5000원에 샀다"며 웃었다.


다만 최근 업체에서 '폐업 정리'를 선언하면서, 단골손님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했다. 주중 오프라인 경매의 매출 부진 탓에 다음 달부터 규모를 대폭 줄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주 7일 운영하던 오프라인 경매는 3월부터는 금·토·일, 주 3일만 진행된다. 주말을 제외한 주중에는 온라인 경매만 진행할 계획이다. 이미 좌석도 250석 규모는 100석 규모로 줄였다.
도깨비경매장 관계자는 "항상 물건을 값싸게 제공하다 보니, 어르신들께서 많이 오는 걸 알고 있다. 다만 오프라인 매출 감소와 온라인 수요 급증이라는 흐름을 무시하기 어려웠다"며 "완전 폐업은 아니지만 효율성을 위한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사진 전민영 기자 jmy@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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