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소송단, 국회의장 면담…“탄소중립법 개정 공론화 부실 우려”

국회에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공론화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헌법재판소로부터 이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결정을 이끌어낸 기후헌법소원 소송단과 대리인단이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공론화 절차에 대한 ‘부실’ 우려를 전달했다.
23일 국회의장실과 기후헌법소원 소송단·대리인단(이하 소송단·대리인단)의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소송단·대리인단은 이날 우 의장을 만나 “탄소중립법 개정 공론화가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충실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 2024년 헌재는 청소년·시민단체·영유아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을 받아들여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탄소중립기본법이 헌법에 불일치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2031~2049년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담기는 방향으로 이 법을 개정해야 한다.
국회는 ‘공론화’를 통해 법 개정을 하기로 하고, 지난 3일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공론화 절차는 300명의 ‘시민대표단’과 40명의 ‘미래세대 시민대표단’이 진행하는데, 시민대표단은 15살 이상 시민 300명, 향후 기후위기 대응과 감축경로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미래세대 시민대표단은 성별·권역별 분포를 고려해 15살 미만으로 구성된다. 또 31명으로 구성된 ‘의제숙의단’이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대표단이 토론할 의제를 제안한다. 시민사회(5명), 노동계(5명), 산업계(5명), 헌법·산업·주거·기후예측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14명)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를 고려한 미래세대 옴부즈만(2명·미래학자·인구학자)이 이를 맡는다.
의제숙의단이 오는 26~28일 2박3일간 워크숍을 개최해 시민대표단이 토론할 핵심 의제를 도출하면, 이후 분임토의, 전체토의를 거쳐 의제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한다는 것이 현재의 일정이다. 이후 3월28일, 29일과 4월4일과 5일 총 4차례에 걸쳐 한국방송(KBS)을 통해 공개 숙의 방식으로 본토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기후헌법소원 소송단·대리인단은 이런 방식과 일정이 불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이날 소송단·대리인단은 “현재 공론화 계획으로 ‘제대로 된 숙의’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강력한 우려를 표하며 개선방안을 담은 의견서를 우 의장에게 전달했다.
의견서를 보면, 일단 소송단·대리인단은 4월 중순까지로 예상되는 공론화 기간이 매우 짧기 때문에 충분한 숙의가 보장되도록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준비하고 논의하는 과정도 약 2년 걸린 점을 감안할 때 2050년까지의 감축 목표를 두 달안에 결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지난 신고리 5·6호기, 연금개혁 등 공론화 과정이 최소한 4개월 이상 진행됐다는 사례도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리인단의 윤세종 변호사(플랜1.5 정책활동가)는 “공론화는 제대로 하면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지만, 공론화가 부실하게 진행되면 국민에게 정책 결정의 책임을 떠넘기는 장치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충분한 기간을 가지고 세심하게 준비해 사회적 합의 도출의 기회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회가 두달 남짓 만에 공론화 절차를 완료하려는 이유에 대해, 국회 안팎에서는 상대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의지가 있는 우 의장의 임기가 오는 5월말에 끝나는데다 국회 기후특위 활동기간도 같은 시기에 만료돼, 그전에 법 개정을 완료하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소송단·대리인단은 또 이번주 26~28일에 결정될 공론화 의제가 이번 법 개정을 촉발한 헌재의 결정 틀 내에서 정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당시 헌재는 국회가 과학적 사실과 국제기준에 근거해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지 않도록 새로운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결정했는데, 헌재 결정 이후에 진행된 지난해 정부의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53~61% 감축) 결정 과정에서는 이 기준이 적용되지 않은 바 있다. 소송단·대리인단은 “이번 국회 공론화에서는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이번 공론화 과정에서의 기초자료와 제작된 자료집, 설문 조사 등 일련의 내용과 과정이 헌재의 결정 취지를 충실히 반영하고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밝혔다. 투명한 공개를 통해 편향·왜곡된 자료가 시민대표단에게 제공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위기의 피해가 지금 존재하는 젊은 세대뿐 아니라 태어나지 않은 앞으로의 모든 인류에게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 미래세대 대표성을 최소한 50%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 의장은 “이번 공론조사와 관련된 여러분들의 의견을 잘 듣고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국회 공론화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기후시민회의’에서 연속성 있게 논의될 수 있는 과정이어야 한다”며 “의제 선정, 학습자료 작성, 공론화 토론, 공론조사 결과 공개, 관련 내용 홈페이지 공개 등 공론화 추진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해 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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