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9억 체불…"딸 기저귀값도 없어" 노동자 눈물 젖은 '천원빵'
100여명 밀려…대표 등 檢 송치
“내달까지 절반 이상 청산” 약속
직원들, 알바·대출로 생계 이어

인천 서구 한 빵 제조 업체에서 근무하는 A씨는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째 임금 1500여만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통신비를 내지 못해 휴대전화가 정지됐고, 딸아이 기저귀를 살 돈이 없어 지인에게 빌렸다.
그럼에도 A씨는 이 업체에서 계속 일하고 있다. 업체가 재직자에게 임금을 우선 지급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생활비가 없어 가족끼리 매일 다툽니다. 애가 아파도 병원에 못 데려가고, 고지서는 계속 쌓이는데 불안해서 하루에 2~3시간밖에 못 잡니다. 경영진은 월급도 안 주면서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거 보면 속이 터집니다."
1000원대 저가 빵으로 유명한 프랜차이즈에 빵을 납품했던 인천 한 제조업체가 노동자 100여명에게 9억 원대 임금을 체불해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인천북부지청에 따르면 해당 제조업체의 임금체불 피해자는 100여명에 달하며 체불 규모는 9억원에 이른다.
이 업체는 '천원빵' 열풍이 한창이던 지난해 하루 15만개의 빵을 생산하며 전국 200여개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독점 납품하는 제조업체였다.
성수기에는 100명 이상의 노동자가 주·야간 2교대로 근무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프랜차이즈 본사가 다른 업체로 공급처를 바꾸면서 생산량이 5만개로 급감했고, 지난달 말 완전히 거래가 끊겼다. 업체 측은 이로 인해 임금 지급에 차질을 빚었다고 설명했다.
노동청에 따르면 피해자 중 절반 이상은 단기 계약직이고, 나머지는 재직자와 퇴직자다. 단기 계약 노동자들은 체불액이 상대적으로 적어 대부분 청산이 완료됐지만, 재직자와 퇴직자들은 여전히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설을 앞두고도 업체는 밀린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부터 월급 1200여만원이 밀린 B씨는 대출로 생활비를 충당하다가 결국 이달 중순 퇴사했다.
B씨는 "설 명절 전에 11월분 급여를 준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결국 한 푼도 안 나왔다"며 "지금은 일일 알바를 하며 대출 이자를 메우고 있는데, 이러다 신용불량자가 될 것 같아 눈앞이 캄캄하다"고 토로했다.
인천북부지청은 지난달 30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해당 업체 대표 C씨와 실질적 운영자 D씨 등 2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인천북부지청 관계자는 "진정 건수가 많아 지난달 말부터 차례로 검찰에 송치하고 있으며 일부 사건은 이미 기소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업장을 방문해 청산을 독려하는 등 노동자 권리 구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D씨는 "현재까지 약 3억원을 청산했다"며 "정부 운영자금 지원 신청과 신규 브랜드 출시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 내달 말까지 절반 이상 청산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이나라 기자 nar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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