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타임 투 쇼’ 월드컵 직전 벤투 감독 한마디 큰 힘” WC 16강 주역 권경원의 회상···“월드컵은 지금도 목표” [이근승의 믹스트존]

이근승 MK스포츠 기자(specialone2387@maekyung.com) 2026. 2. 2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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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원(34·FC 안양)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가 말했다.

“지금도 운동 시간만 기다린다. 팀 훈련이 항상 기다려지고 땀 흘릴 때가 가장 행복하다.”

안양 선수들은 “(권)경원이 형이 무언가를 얘기하면 무게감이 다르다”며 굳건한 신뢰를 보낸다.

FC 안양 중앙 수비수 권경원. 사진=이근승 기자
권경원은 전북 현대, 알 아흘리(UAE), 텐진 취안젠 톈하이(중국), 김천상무, 성남 FC, 감바 오사카(일본), 수원 FC, 코르 파칸(UAE) 등을 거쳤다.

권경원은 지난해 여름부터 안양 후방의 중심을 잡고 있다.

권경원은 안양 역사상 가장 화려한 경력의 수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권경원은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주역이다. 권경원은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최종전 포르투갈전에 선발 출전해 한국의 2-1 승리에 이바지했다. 당시 권경원은 김민재의 부상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권경원은 A매치 35경기에서 2골을 기록 중인 왼발잡이 센터백이다.

‘MK스포츠’가 안양의 2차 전지훈련지인 경상남도 남해에서 권경원과 나눴던 이야기다.

FC 안양 중앙 수비수 권경원.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동계 훈련은 잘 소화하고 있나.

지난해 7월 안양에 합류해서 정신없이 경기를 치렀다. 올해는 준비 기간부터 함께하다 보니 유병훈 감독께서 원하는 전술에 녹아들 시간이 충분한 것 같다. 지난해보다 팀에 적응할 시간적 여유가 있는 듯하다.

Q. 안양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권경원, 김보경 등이 무언가를 이야기하면 ‘무게감이 다르다’고 하더라.

나는 최대한 말을 아끼려고 한다(웃음). 그런 부분은 (김)보경이 형이 워낙 잘해주고 있다. (이)창용이 형, (주)현우 형, (김)다솔이 형도 팀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Q. 지난해 여름 안양에 합류해 후방의 중심을 잡았다. 지난 시즌 후반기를 돌아본다면.

결과적으론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위기도 있었고, 기회도 있었다. 위기는 잘 모면한 것 같다. 기회도 잘 잡아서 무패 행진을 이어가기도 했다. 그 결과 K리그1 잔류란 목표를 이룰 수 있지 않았나 싶다.

FC 안양 중앙 수비수 권경원(사진 오른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안양이 K리그1에서 한 시즌을 소화한 게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안양이 기대 이상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이면서 팬들의 기대치가 올라간 상태다.

선수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난 시즌 개막 전 안양이 강등 후보 1순위로 꼽혔다고 하더라. 선수들이 그 예측이 틀렸다는 걸 결과로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나는 뒤늦게 팀에 합류해서 동료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을 뿐이다. 팀을 K리그1으로 승격시키고, 잔류까지 이뤄낸 선수들이 박수받아야 한다. 우린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더 큰 목표와 동기부여를 가지고 2026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크게 표현은 안 하지만, 다들 K리그1 파이널 A 진입을 보고 있지 않나 싶다.

Q. 권경원의 가장 큰 동기부여는 무엇인가.

항상 똑같다. 배움엔 끝이 없다. 선수는 늘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다만, 20대 때와 30대 때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 20대 땐 실력 향상이 크게 이뤄질 수 있다. 30대 땐 경험이 있지 않나. 그 경험을 토대로 자기만의 스타일이 생긴 시기다. 그걸 가지고 팀이 더 좋은 축구를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지 않나 싶다.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를 좀 더 부드럽게 해낼 수 있는 역할도 맡을 수 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계속 성장하는 것 같다. 더 배우려고 한다. 배우지 않으면, 축구가 재미없을 거다. 항상 무언가를 배우려고 해야 축구가 재밌다. 나는 지금도 운동 시간이 아주 좋다. 팀 훈련이 항상 기다려지고 땀 흘릴 때가 가장 행복하다.

Q. 베테랑 선수가 공통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경험이 쌓일수록 ‘축구에 눈을 뜬다’는 거다. 공감하나.

나는 모르겠다. 아직 공감하진 못한다. 축구를 쉽게 생각하면 더 어려워진다. 내가 축구를 쉽다고 생각하면 독이 될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축구를 진지하게 대한다. 진심을 다한다.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머리도 아프다. 몸과 머리가 많이 힘들어야 더 발전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아직 축구에 눈을 뜰 단계는 아닌 것 같다(웃음).

FC 안양 중앙 수비수 권경원.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몸도 머리도 아픈 축구가 그렇게 재밌나.

진짜 재밌다. 나는 일과 중 운동 시간이 제일 많이 기다려진다. 운동할 때 여전히 설렌다랄까. 휴가 때도 운동한다. 빨리 팀 소집해서 운동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운동 끝날 땐 뭔가 아쉽고 허전하다. 안양이란 좋은 팀을 만나서 더 그런 듯하다. 유병훈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좋은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신다. 무작정 무식하게 뛴다거나 하는 식의 훈련이라면, 나도 하고 싶지 않을 거다. 그럴 땐 ‘빨리 끝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지금은 운동이 아주 재밌고 행복하다.

Q. 해외 생활도 풍부하지 않나. 해외에서 생활하며 배우고 느낀 것도 많을 듯한데. 국내와 해외의 가장 큰 차이를 꼽는다면.

문화다. 그 가운데서도 하나를 꼽으라면 표현이 아닐까. 한국에선 모든 선수가 자기 의사를 표현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어린 선수는 자기가 이야기하고 싶은 걸 감춰야 한다는 게 느껴진다. 어린 선수는 더 많이 뛰어야 하고, 드리블도 하면 안 되고, 도전적인 플레이를 하다가 실수하면 감독, 코치, 선배들 눈치도 봐야 하는 등의 문화도 남아 있는 것 같다. 해외에서 그런 걸 경험하거나 느낀 적은 한 번도 없다. 선·후배 관계가 없다 보니까 좀 더 자유롭게 축구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느꼈다. 그 문화에 적응하면서 실력이 더 빠르게 향상되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작년에 모따랑 다퉜던 적이 있지 않았나.

Q. 큰 이슈가 됐었지.

한국 정서상 보기 매우 안 좋은 장면인 것 같았다. 일어나선 안 될 일이었다랄까. 해외에선 그런 일이 흔하다. 해외는 그런 장면을 이렇게 해석한다.

FC 안양 중앙 수비수 권경원.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어찌 해석하나.

‘얼마나 승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면 동료끼리 언쟁을 벌일까’라고 생각한다. 해외에서 뛸 때 외국인 감독에게 “나는 이런 일이 생기는 게 아주 좋다”는 말도 들었다. 한국에선 ‘다신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얘길 들었다. 물론, 축구에 정답은 없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 할 수 없다. 선수는 내가 속한 팀과 감독님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따라야 하는 게 맞다. 다만, 물어보시니 한국과 해외의 차이를 얘기했다(웃음).

Q. 한국에선 지금도 어린 선수가 드리블하면 눈치 봐야 하나.

내가 어릴 때와 비교하면 많이 좋아졌다. 어린 선수들의 개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분위기다. 내가 어린 선수를 많이 알진 못한다. 지금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에서 뛰는 배준호 있지 않나. 그 친구의 장점이 드리블이다. 대전하나시티즌에 있을 때부터 자기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윤도영도 자기가 무얼 잘하는 선수인지 보여줘서 이른 나이에 유럽 진출에 성공한 것 아닌가. 내 신인 시절을 떠올려 보면, 그때 배준호나 윤도영 나이대 그런 스타일의 선수는 없지 않았나 싶다.

Q. 어린 선수들의 공통된 고민이 있다. 실수를 두려워하는 거다. 실수를 두려워하는 후배들에게 조언해 줄 수 있는 게 있을까.

그 팀의 감독, 코치, 선배들이 그 친구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것 같다. 실수 한 선수를 꾸짖으면, 실수한 선수는 움츠려들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 팀의 모두가 도전적인 선수를 꾸짖진 않을 수도 있다. 어떤 코치, 선배는 그 선수의 도전 정신을 칭찬하고 격려할 수 있다. 정답은 있다. 축구는 실수를 통해서 더 많은 걸 배운다. 어린 선수일수록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간단하게 말해서 프로에서 살아남고 경쟁력을 갖추려면 깡이 있어야 한다. 깡 있게 그냥 부딪혀라.

Q. 권경원만의 멘털 관리 비법도 있지 않나.

내가 수비수 아닌가. 어릴 땐 경기 결과에 따라서 멘털이 흔들리곤 했다. 계속 고민하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좋은 멘털을 가질 수 있을까. 어디서 그런 글귀를 봤다. ‘내가 나를 가장 격려하고 응원해 줘야 한다’는 글이었다. 그걸 봤을 때 크게 공감했다. 내가 실수하거나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일 때 내가 나를 믿고 격려하지 않으면 좋은 흐름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내가 나에게 메시지를 계속 보내는 것 같다.

권경원. 사진=대한축구협회
Q. 월드컵의 해다.

월드컵은 항상 목표로 하고 있다.

Q.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주역 아닌가. 권경원의 축구 인생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어떤 의미로 남아 있나.

예상하지 못한 대회였다. 나란 선수가 월드컵으로 향할 수 있겠느냐란 생각을 많이 했다. 좋은 감독, 코치, 동료들을 만나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내가 가진 것에 비해서 과분한 경험을 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이후 축구를 보는 시야가 확 넓어졌다.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이다.

Q. 월드컵은 세계 모든 선수의 꿈 아닌가. 그 무대를 밟았을 땐 어떤 감정이었나.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다른 대회와 크게 다를 것 없는 대회’라고 생각했다. 국가대표팀 경기 중 하나라고 계속 되뇌었다. 월드컵 아닌가. 세계인의 축제라고 불리는 대회다. 여기서 나로 인해 너무 많은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하면 진짜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았다. ‘그냥 수많은 경기 중 하나 일뿐’이라고 계속 생각했다.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파울루 벤투 전 국가대표팀 감독께서 해주신 말씀도 긴장을 푸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권경원. 사진=대한축구협회
Q. 그때 어떤 얘길 했었나.

월드컵 직전이었다. 벤투 감독께서 “너희가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팀을 월드컵 본선으로 올려놓은 건 너희다. 이젠 ‘타임 투 쇼’인 자리다. 부담, 긴장 다 떨치고 마음껏 즐기라”고 했다. 벤투 감독님의 말씀 덕분인지 좀 더 편하고 재밌게 월드컵에 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 과정만 보면, 벤투호는 불신, 비판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그런데 선수들은 벤투 감독에 대한 신뢰, 믿음이 대단히 확고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전 선수단 내 자신감은 어느 정도였나.

선수들이 벤투 감독님의 축구를 재밌어했다. 벤투 감독님의 축구에 대한 신뢰가 확실했다. 당시 대표팀은 강팀을 상대하든 약팀을 상대하든 우리가 훈련장에서 준비한 축구를 했다. 선수들이 경기장에 나서면 무얼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구성원 변화도 크지 않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력도 좋아졌던 것 같다. 서로의 성향을 아주 잘 아는 까닭에 편안한 마음으로 대회를 치르지 않았나 싶다. 결과적으로 16강 진출이란 목표를 달성했지만, 16강에 오르지 못했어도 후회 없는 대회이지 않았을까 싶다.

Q. 태극마크는 어떤 의미인가.

유소년부터 성인 선수까지 모두의 꿈이다. 대표팀이란 목표와 꿈을 가지고 더 땀 흘린다. 대표팀의 부름을 받으면 매번 영광스럽다. 내가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을 땐 팬이 되어 열렬히 응원하고 잘 되길 바라야 하는 그런 존재다.

권경원. 사진=대한축구협회
Q. 권경원은 축구계에서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묵묵히 안정감 있게 최선을 다했던 선수. 그렇게 기억됐으면 좋겠다(웃음).

[남해=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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