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려고 7년을 막았나…美 반대로 전원공석인 WTO 상소기구, 슈퍼301조 발동시 제동장치 없어[디브리핑]
지난달 회의서도 회원국 요청 거부...이달 회의도 마찬가지 예상
상소기구 공석으로 ‘슈퍼301조’ 보복관세 항의해도 소용 없어
관세 위법 판결 이후 다시 꺼내든 무역법 301조...제동장치 없을 듯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세계무역기구(WTO) 본부. WTO는 무역 분쟁을 심사하는 분쟁해결기구(DSB)에서 상소기구가 위원 전원이 공석인 이유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게티이미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23/ned/20260223200128273mvdz.jpg)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무역관련 분쟁을 심사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분쟁해결기구(DSB)가 지난 상소기구(AB) 위원 공석으로 2019년 12월 이후 7년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가간 무역 분쟁이 해결되지 않았던 대표적인 사례가 도널드 트럼프 1기 집권기 당시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휘두른 보복관세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법원의 관세 위법 판결 이후 ‘우회로’로 무역법 301조를 다시 꺼내들면서, WTO 상소기구 공석의 의미가 더 커졌다. 미국이 교역국을 상대로 불공정한 무역 행위가 있었다며 보복관세를 때려도, 제동을 걸 장치가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대법원이 상호관세 정책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리자, 후속 조치로 글로벌 관세 15%를 선언한데 이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로 하여금 교역국들에 대한 불공정 무역행위 조사를 시작했다. 이는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보복관세 등의 조치를 위한 사전 작업이다.
무역법 301조는 ‘슈퍼301조’라고 불리기도 한다. 1988년 법을 개정하면서 그 범위와 위력이 더 강해졌다는 의미에서 붙은 별칭이다. 기존에는 미국 기업이 타국 기업의 불공정 무역행위로 피해를 봤다고 판단되면 개별 품목에 한해 제재가 가능하고, 보복 조치도 반드시 따라붙는게 아니었다. 그러나 법 개정 이후에는 개별 품목이 아닌 특정 국가 전체로 대상을 넓혔고, 협상이 결렬될 경우 보복 조치가 뒤따르도록 절차를 법제화 했다.
슈퍼301조는 트럼프 1기에서 관세 부과를 위한 주 무기였다. 2017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은 USTR에 중국의 기술이전, 지식재산권 관련 정책과 관행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고, 이후 2018년부터 2019년에 걸쳐 중국산 수입품 약 3700억달러 규모에 7.5~25%까지에 이르는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미국의 조치에 불복해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대중(對中) 관세를 WTO에 제소했다. WTO 분쟁해결기구 패널들은 2020년 9월 301조에 근거한 관세가 양국이 체결한 최혜국대우·양허관세 상한 등을 위반했다고 판정했다. 중국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WTO가 미국의 과실을 인정했지만, 이에 따른 조치는 미국에 대해 “조치를 WTO 규범에 합치하도록 수정하라”는 권고 수준의 결정밖에 나오지 않았다. WTO 판정은 국제법상 강제력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판정을 ‘최종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끌고 가는 전략까지 썼다. 미국은 WTO 판정이 나오자 곧바로 상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당시 상소기구는 심의를 담당할 위원이 없어 파행이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상소에 계류된 상태가 되면서, 미국은 WTO의 최종 판정이 나오지 않았다는 명목을 내세워 대중관세를 계속 유지했다. 트럼프 1기 이후 바이든 행정부까지도 대중 관세를 유지할 정도였다.
WTO의 상소기구가 제 역할을 못하는 이유 역시 미국이다. WTO 규범상 상소기구는 무역분쟁을 심의할 7명의 위원을 둬야 하지만, 2019년 12월 이후 미국이 위원들의 신규 임명이나 연임 인선을 계속 막으면서 현재 7석이 모두 비어있는 상태다.
지난달 27일 진행됐던 WTO 국제분쟁해결기구 회의에서도 콜롬비아가 130개국을 대표해 상소기구 공석을 신속하게 충원해달라고 촉구했지만, 미국은 이를 회의 안건으로 채택한 것마저 문제삼아 반발했다. 유럽과 중국, 인도 등은 DSB에 상소기구 공석 문제를 제기한 것이 벌써 94번째라며 미국의 ‘어깃장’에 우려를 표했다.
미국이 상소기구 위원 임명을 막는 이유는 상소기구가 협정문에는 없는 의무를 만들어내는 등 ‘사법적 월권(judicial overreach)’을 했다는 것이다. 회원국이 정한 임기(4년)를 넘어서도 기존 위원이 계속 사건을 심리하거나 상소기구가 보고서 발간 법정기한(90일)을 반복적으로 넘기고, 마치 판례인 것처럼 과거 판결에 과도한 구속력을 부여한다는 것도 미국이 상소기구 정상화에 반발하는 이유다.
그러나 실질적인 이유는 상소기구 판결의 상당수가 미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구제조치를 제약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상소기구 위원 임명 재개를 협상 지렛대로 삼아 자국의 통상 재량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속내가 있다는 것이다.
위원 공석으로 상소기구가 사실상 ‘식물기구’다 보니, 미국이 트럼프 1기때와 마찬가지로 무역법 301조 근거로 보복관세를 부과해도 해결할 절차가 없다. WTO는 오는 24일(현지시간) 제네바에서 DSB 회의를 열 예정이지만, 이번에도 미국은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비공식 장관급 회의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WTO의 관료들에 대해 “그들은 규칙을 너무 좁게 해석해 원래 의도했던 유연성을 상당 부분 잃었다”며 “협상 테이블에서 다른 결과를 기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종종 제네바(WTO)에서 결정된 사항에 맞춰 법을 변경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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