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바짝 마른 울산, 산불 긴장의 끈 늦춰선 안 된다
어제 오후 울주군 청량읍 노방산 자락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다행히 두 시간 여 만에 불길이 잡혔지만, 산불 발생 지역이 지난 2020년 3월 '웅촌 산불' 피해(512ha) 지역과 가까운 곳이어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최근 울산의 산불 발생 양상은 매우 우려스럽다. 지난달 20일 울주군 봉화산 산불을 시작으로, 이달 18일 북구 천곡동과 울주군 두동면 산불, 성안동 야산, 울주 노방산 산불까지 그야말로 '사방이 화약고'나 다름없는 형국이다. 50일 넘게 이어진 역대 최장기 건조 특보와 설 연휴를 지난 뒤 계속되고 있는 강한 바람은 작은 불씨 하나도 대형 재난으로 키울 수 있는 최악의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울산을 포함한 남·동해안 지역에는 지난 22일부터 대형산불 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최근 연이은 울산 산불 발생 지점이 주민 거주지와 가깝다는 점도 위기감을 고조시킨다. 어제 산불이 발생한 노방산 인근에는 대단지 아파트가 인접해 있어 자칫 대형 인명 피해나 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곳이다. 성안동 야산 산불도 마찬가지다. 새벽이나 대낮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화마(火魔) 앞에 '설마' 하는 방심은 곧 재앙임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울산시가 '봄철 산불조심 기간'을 운영하며 AI 기반 ICT 플랫폼과 무인 감시카메라 등 첨단 장비를 동원해 24시간 감시 체계를 가동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행정당국의 감시망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대부분의 산불이 입산자의 부주의나 논·밭두렁 소각 등 인재(人災)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상기할 때, 결국 가장 강력한 방화벽은 시민들의 철저한 안전의식이다.
지금은 산림 인근에서 쓰레기를 태우거나 담배꽁초를 버리는 사소한 행위조차 지역 공동체 전체를 위협하는 행위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산림 당국은 초동 진화 체계를 더욱 공고히 점검하고, 입산금지 조치 확대도 검토해야 한다. 시민들은 '내 집 앞 산은 내가 지킨다'는 각오로 불씨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기후 변화로 인해 건조기는 더욱 길어지고 산불의 규모는 커지고 있다. 비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천수답식 대응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선제적 경계심이 필요하다. 바짝 마른 울산의 산림이 더 이상 검은 잿더미로 변하지 않도록, 행정과 시민 모두가 긴장의 끈을 팽팽히 조여야 할 때다.
강정원 논설실장 (mikangjw@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