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로 소리치더니…"한국 관광지서 왜 이래?" 논란 폭발 [현장+]

박수빈 2026. 2. 23.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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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 앞 횡단보도 인도에서 수련
중국 음악, 중국어 구호에 맞춰 체조
DDP·중구청 모두 인지하지만 "방법 없어"
지난 20일 오후 4시경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 횡단보도 인근에서 중국에서 시작된 심신 수련법인 파룬궁(파룬따파) 수련 단체가 수련을 하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지난 20일 오후 4시경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 횡단보도 인근. 2명의 남성이 중국 음악과 중국어 구호에 맞춰 체조를 하고 있었다. 그들 앞에 놓인 가로수에는 한문과 함께 '파룬따파: 파룬궁'이라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동대문 대표 상가인 밀리오레와 DDP 사이를 건너는 시민들은 이들을 한참 동안 바라보거나 발걸음을 재촉하는 등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20대 중반 여성 박모씨는 "왜 여기서 이러는지 모르겠다. DDP는 관광지이기도 한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20대 초반 한모씨는 "중국에서 문제 많은 문화 아니냐"며 "잘 모르지만 꺼림칙하다"라고 말했다.

"관광지 DDP서 왜 이러나"… 중국 수련단체·종교 포교에 시민들 '눈살'

지난 20일 오후 4시경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 횡단보도 인근에서 중국에서 시작된 심신 수련법인 파룬궁(파룬따파) 수련 단체가 수련을 하고 있다. /영상=박수빈 기자

DDP 근처에서 중국어 구호에 맞춰 체조를 하는 이들은 파룬궁(파룬따파) 수련 단체였다. 이들 단체는 지난 10일 경남 거제시의 관광명소인 매미성에서도 중국어 구호와 음악을 크게 틀고 단체 행동을 해 논란된 바 있다.

파룬궁은 1992년 중국 지린성 창춘에서 시작된 명상과 도덕 수양을 결합한 심신수련법으로 알려져 있으나 1999년 중국 당국으로부터 불법 단체로 규정됐다. 중국 공산당 이념 반대 단체라는 이유에서다.

노래를 틀고 체조를 하던 60대 A씨는 종교단체냐는 기자의 질문에 처음에는 말을 하지 않고 턱짓으로 현수막을 가리켰다. 재차 질문하자 A씨는 유창한 한국어로 "우리는 종교단체가 아니고 수련단체"라며 "원래 더 많이 오는데 오늘은 일이 있어서 2명만 나와서 수련하고 있다. 여기가 중심이라 매일 나와서 2시간 동안 수련하고 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국 곳곳에서 (수련을) 하는데 장소는 정해진 건 없고 원하는 곳에서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출처=온라인커뮤니티 '보배드림'

"종교 활동 막을 방법 없어"… 관리 어려운 DDP 앞

개관 11년을 맞은 DDP는 지난해까지 누적 방문객 1억2600만명을 돌파했다. 자체 누적 수입 또한 1683억원을 기록해 재정자립도 100%를 넘었다. 서울디자인재단의 한국관광 데이터랩 분석에 따르면 DDP 인근 중구 광희동 상권의 외국인 관광객 지출은 신한카드 기준 2022년 149억원에서 2024년 976억원으로 약 6.6배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DDP 앞은 종교·특정 단체들의 '성지'가 됐다. 한 60대 여성은 23일 오전 10시경 파룬궁 단체가 점거했던 자리에서 스피커와 마이크를 들고 자신들의 신을 "믿으라"라고 말했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찬양 노래가 횡단보도 건너편까지 들릴 정도였다. 분홍색 모자와 롱패딩을 입고 빨간색 가슴띠를 맨 여성은 지나는 사람들을 향해 포교 활동을 했다.

파룬궁 관계자는 중국에서 출발한 수련법을 한국에서 홍보하기 위해 DDP를 찾는다고 짚었다. 파룬궁 관계자는 "자기 건강을 갱신하고 인류와 도덕을 바르게 세우기 위한 수련이라 국가에도 더 좋은 일"이라며 "중국에서만 하는 수련이 아닌 지금 전세계 143국가에서 하고 있다. 축구 종주국이 브라질이지만 축구를 브라질만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 비슷하게 명상 수련을 알리기 위해 유동인구가 많은 DDP를 매일 간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금 DDP 앞에서 수련하시는 분들은 한국인"이라며 "(파룬궁을) 배우고 싶다는 분들께 접할 기회가 없어 보여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공산당 등 이념에 대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파룬궁 관련 현수막과 팜플렛에서는 '중국 공산당의 파룬궁 탄압' 등 이념 색채가 강하게 드러난다. 파룬궁은 한국에서 이념을 드러낸 집회를 열기도 한다. 파룬궁 단체는 지난 2023년 서울시청 광장에서 파룬궁 탄압 규탄 집회를 열었다. 지난해에는 제주도에서 파룬궁 탄압 반대 거리행진 진행해 "중국 공산당의 실체를 알리고, 인권 탄압의 실상을 한국 사회에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23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 횡단보도 인근에서 한 60대 여성이 스피커와 마이크를 가져와 포교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문제는 이들을 제지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DDP 측은 해당 단체의 행동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도는 DDP 관할 구역이 아니라 제지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DDP 관계자는 "DDP 앞은 구청 소속이라 저희가 직접 대응할 수 없다. 만약에 한다면 민원 등록을 해야 한다"며 "같은 공공기관이라 민원을 계속 넣는 것도 서로 부담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토로했다.

중구청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라 이들을 제지하기 어렵다고 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일반적인 경우 도로법을 적용해서 계도하거나 단속하지만 종교 관련 활동은 집시법상 법 적용이 배제돼, 경찰 신고를 하지 않고 개인이 활동할 수 있다"고 전했다. 집시법 제15조(적용의 배제)에 따르면 '학문, 예술, 체육, 종교, 의식, 친목 등에 관한 집회'는 제6조(시위 신고)부터 제12조(교통 소통을 위한 제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집시법은 시민의 기본권 보장과 직결돼 있어 법리 싸움이 일어날 시 다른 법보다 집시법이 우선 적용된다.

중구청 관계자는 "파룬궁의 경우 수련단체라고 말했어도 단속 시 종교단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어 단순하게 도로법으로 과태료를 매기거나 하는 부분이 많이 제한된다"며 "해당 구역은 예전부터 다른 종교 같은 경우도 종교 행위를 하는 걸로 알고 있다. 다만 해당 행위와 관련해 특별히 민원이 접수되지 않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2025년 서울디자인위크 당시 관람객들이 DDP 디자인 페어 입장을 위해 줄 서 있다. /사진=서울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외국인들도 많이 모이는 관광지에서 시끄럽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잘못된 행위"라며 "종교 활동은 인정하지만, 자국민과 외국인에게 안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불편함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피해를 주는 부분은 잘못됐다고 반드시 지적을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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