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눈길 안 가는 부산시장 선거, 이래도 될까
민주당 경쟁자 사법리스크…최선 아닌 차악 뽑아야하나
6·3 지방선거가 100일도 안 남았다. 입법과 행정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싹쓸이하려는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이에 맞선 국민의힘 사이에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선거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공론화하기 시작한 행정통합이 선거 구도를 뒤흔들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서울과 함께 부산을 최대 승부처로 간주하며 자신의 정치적 운명이 걸렸다고 했다. 부산시장은 한 번을 빼고 보수 정당이 사실상 휩쓸었는데 그럼에도 쉽지 않다고 보는 건 부산 민심이 이전과 달라진 걸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지금쯤 부산은 ‘선거 열기로 후끈’ ‘벌써부터 과열 조짐’ 등 문구가 신문 지면을 장식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조용하다. 대구·경북만 해도 행정통합 트랙에 올라타 이번에야말로 환골탈태하겠다는 듯 들썩인다. 대구시장에는 국민의힘 후보만 현역 의원 5명을 포함해 8명이나 출사표를 냈고, 경북지사직엔 벌써 중량급 인사 3명이 후보로 등록했다. 민주당 간판으로 거론되는 인물도 두 지역 모두 적지 않다. 같은 보수 안방이라는 부산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부산은 3선 도전을 공식화 한 박형준 시장을 빼면 국민의힘에서 선뜻 나서겠다는 후보가 없다. 초선의 주진우 의원이 최근 출마 의사를 비치고 몸을 풀고 있을 뿐 원내나 원외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는다. 민주당에선 이재성 전 시당위원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전재수 의원이 지역위원장직을 사퇴하며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정도다. 자천이든 타천이든 시장 후보감 자체가 적은 것이다. 현재 나선 인물들이 대단한 서사나 희생 전력을 갖고 있어 다른 이가 선뜻 명함을 못 내미는 구도가 아닌데도 이렇다.
현직인 박 시장부터 밀리는 판국이다. 올 초부터 부산과 서울의 주요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일관되게 박 시장이 전 의원에게 상당히 뒤지는 것으로 나온다. 지리멸렬한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이나 정권 초기 부각되는 중앙 정치판 이슈가 일부 영향을 미쳤을 수는 있다. 그러나 현재 박 시장 지지도가 지난 5년 시정에 대한 총체적 평가가 아니라고 누가 단정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박완수 경남지사와 보조를 맞춰 행정통합을 2028년으로 미루는 박 시장을 보고 “시장 자신이 부산 미래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서 고개 돌리는 이들도 많다.
부산의 국민의힘 의원인들 다를까. 박 시장의 강력한 경쟁자라 주목받던 4선의 김도읍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고, 6선으로 최다선인 조경태 의원은 말을 아끼고 있다. 4선의 이헌승 의원이나 3선의 김희정 의원은 언급조차 안 된다. 국회의원이라는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게 아까울 수 있고 자신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사실은 두 가지 이유가 다 맞을 것이다. 선거판이 흥행하려면 무엇보다 경쟁이 치열해야 한다. 그런데도 잠재 후보군인 국회의원들이 자라목처럼 웅크리고 있다. 다음 총선에선 지역 일꾼을 자임하며 또 표를 달라 할 사람들이다.
지지율 강세에 고무돼 2018년의 오거돈 당선 리바이벌을 꿈꾸는 민주당이 공감받을 만한 상황도 아니다. 전 의원은 통일교 금품 수수 혐의라는 무거운 족쇄를 차고 있다. 의혹이 불거진 지 석 달 가까운데도 경찰 수사는 뚜렷한 성과가 없다. 성과는커녕 수사를 제대로 하는지부터 의문이다. 현역 여당 의원 신분인 그를 경찰이 노골적으로 봐주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람들이 품는 건 당연하다. 전 의원이 비리 혐의자 신분으로 부산시장 선거 출마를 강행하면 정권의 비호를 받으며 두 겹 세 겹 철갑을 두르려는 의도로 비칠 수 있음은 각오해야 한다. 김영삼과 노무현의 화끈하고 정정당당한 정치행로를 기억하는 부산 시민으로서는 참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부산이 인천에 추월당한다는 경고는 20년 전부터 나왔고 이미 가시화됐다. ‘노인과 바다의 도시’로 퇴행을 막기 위한 자구책의 하나로 여러 차례 행정통합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이제야 비로소 실질적인 통합과 통합단체장 선출을 눈앞에 뒀다. 대구경북, 광주전남, 대전충남 행정통합 입법이 완료되고 선거에서 통합단체장이 뽑히면 대한민국은 30년 이상 유지된 광역시·도 체계 대신 새로운 행정 단위로 재편된다. 불행히도 부산과 경남은 이런 움직임에서 한발 떨어져 있다. 국민의힘 후보가 되든 민주당 후보가 되든 마찬가지다. 이 조용한 선거가 끝나면 부산은 5, 6위 도시로 밀려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반전도 없고 감동도 없이 흘러갈 것 같은 이번 선거가 두렵다. 성취도 희생도 보여주지 못한 후보자와 현재 권력의 보호막을 두르고 있는 후보자가 차기 시장 유력자로 거론되는 선거, 차악의 선택을 강요당해야 할 그 시간이 오는 게 암담하기까지 하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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