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계선 지능인’ 조기 발견과 사회 적응 ‘맞춤 지원’ 하라

2026. 2. 23.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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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학부모 반발에 검사 권유 못해
생애주기 복지 필요하나 입법 ‘낮잠’

‘경계선 지능인’은 다소 생소한 개념이다. 지능지수(IQ)가 지적장애(IQ 70점 이하)까지는 아니지만 평균(IQ 85점)에 미치지 못한다. 지적장애와 일반인의 경계에 서 있는 사람이다. 학창시절에는 이해력이 부족해 학습에 애로를 겪고 사회에 나와서도 업무 이해도와 속도가 느려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산연구원의 ‘부산시 경계선 지능인 지원 방안’(2025년 발간)에 따르면, 경계선 지능인 규모는 통상 지능의 정규 분포에 따라 IQ 71~84점 사이에 해당하는 비율인 전체의 13.59%로 추산된다. 올해 1월 기준 부산의 경계선 지능인은 약 44만 명으로 추산된다. 같은 시기 해운대구 인구 37만여 명보다 많은 수치다. 경계선 지능인 지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걸음마 단계다. 학교에서의 조기 발견과 사회 적응을 위한 맞춤형 지원이 절실하다.

지난 20일 부산 남구청에서 열린 경계선 지능인의 작품 전시회 ‘내 마음의 보물섬을 찾아서’.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경계선 지능 문제를 가장 빨리 파악할 수 있는 학교에서 이를 학부모에게 알리고 함께 대처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학부모의 반발 때문에 교사들은 경계선 지능 검사를 권유하기가 부담스럽다고 한다. 검사를 권유했다가 학생 차별, 명예훼손, 민원 등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 때 학교가 폐쇄되고 원격수업으로 대체되면서 경계선 지능인 조기 발견은 더 늦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경계선 지능은 보통 웩슬러 지능검사(언어 이해·지각 추론·작업 기억·처리 속도)로 진단하며, 사회성숙도 검사(자조·이동·작업·의사소통·자기 관리·사회화)나 그림 검사가 추가되기도 한다.

교권이 무너지고 학부모의 ‘지나친’ 권리의식 향상으로 교육 현장이 만만치 않은 현실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학교의 책무를 방기해서는 안된다. 의사가 보호자의 반발이나 실망이 두려워 환자의 병세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병을 키운다면 납득할 수 있겠는가. 경계선 지능인의 맞춤형 교육을 위해서는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조언이다. 특수교육은 빠를수록 유리하고 나이가 들수록 어렵다는 것이다. 뒤늦게 경계선 지능 진단을 받고 나서야 ‘왜 남들과 달랐는지’ 납득이 되지만 이미 자존감은 무너지고 사회와의 단절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경계선 지능이 단초가 된 학교 폭력이나 따돌림, 우울감 등의 문제로 병원을 찾았다가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

조기 발견만큼 중요한 것은 생애주기에 맞춘 지원이다. 학교 현장에서 맞춤형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명의 교사가 여러 학생을 함께 지도하는 현행 시스템 아래서는 개별지도가 쉽지 않다. 특수학급과 일반학급의 경계에 선 이들에게 맞는 교육 인프라와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학교 졸업 후 사회에 진출했을 때 생활 지원도 빼 놓을 수 없다. 장애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도적 지원을 받기 어려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국회에 경계선 지능인 지원에 관한 법안이 총 11개 발의돼 있으나 아직 한 건도 통과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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