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지사, 그 어떤 여론조사에도...
오는 지방선거를 100일 남짓 앞둔 시점에서 발표된 경기지사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는 거대 양당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본보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에서는 김동연 현 지사가, 국민의힘에서는 불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전 의원이 각각 오차범위 밖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천 400만의 '소통령'을 뽑는 경기도지사 선거가 차기 대권 가도의 전초전이자 지방선거 전체의 승패를 가르는 풍향계라는 점에서 이번 수치가 시사하는 바, 엄중하다. 먼저 민주당의 경우 김동연 지사의 독주 체제가 공고해지는 양상이다. 김 지사는 35%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2위인 추미애 의원(22%)을 13%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한 달 전보다 지지율이 4%포인트 상승했다는 점은 현직 지사로서의 프리미엄과 행정 능력이 도민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추미애 의원과 한준호 의원(9%) 등 당내 쟁쟁한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벌린 것은 향후 공천 과정에서 김 지사의 당내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없다'와 '모름·무응답'을 합친 부동층이 29%에 달한다는 점은 변수다. 민주당 지지층 결집 여부와 당내 비주류 세력의 움직임에 따라 경선 구도가 요동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국민의힘의 상황은 더욱 이례적이다. 정계 은퇴설과 함께 이미 불출마 의사를 밝힌 유승민 전 의원이 27%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탓이다. 유 전 의원의 이 같은 높은 지지율은 국민의힘 지지층 내에 마땅한 대안 부재에 대한 불안감과 더불어 중도 확장성을 갖춘 인물에 대한 갈증이 투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본인의 고사에도 불구하고 유승민이라는 카드를 포기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안철수, 김은혜 등 유력 주자들이 유 전 의원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은 국민의힘이 경기 탈환을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숙제다. 이번 조사는 단순히 인물 선호도를 넘어 유권자들이 '행정의 연속성'과 '중도 확장성'을 핵심 가치로 두고 있음을 방증한다. 김 지사의 상승세는 안정적인 도정 운영에 대한 기대감을, 유 전 의원의 1위 수성은 합리적 보수 모델에 대한 향수를 보여준다.
경기도는 서울과 달리 여야의 지지세가 팽팽하게 맞서는 지역이다. 어느 당이 부동층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이기는 카드를 내놓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정치권은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단순한 숫자의 나열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유권자들은 자극적인 정쟁보다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는 정책 역량과 합리적인 리더십을 원하고 있다. 민주당은 독주 체제에 안주하지 말고 도정 성과로 실력을 증명하고 국민의힘은 불출마 인사가 1위를 차지하는 기현상을 타개할 실질적인 인물 영입과 경쟁력 강화에 매진해야 한다. 3개월 뒤 경기지사 선거의 향방은 대한민국 정치 지형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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