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매화를 보내다

김태봉 서원대학교 중국언어문화전공 교수 2026. 2. 2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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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봉 교수의 한시이야기

사계절 지역에서는 계절이 바뀌는 시점 곧 간절기가 네 번 있게 마련이다. 가는 계절을 아쉬워 하는 것이 봄과 여름 사이 간절기라면 오는 계절을 반기는 것은 겨울과 봄 사이 간절기일 것이다. 빨리 오기를 고대하고 보내기 아쉬운 것이 봄이라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봄을 고대하는 마음이 가들할 때 피는 꽃이 바로 매화이다. 생존 시기가 알려지지 않은 시인 청악(靑岳)은 매화 가지를 꺾어 친구에게 보냄으로써 봄을 맞는 기쁨을 나누고자 하였다.

매화를 보내다(折梅寄君)

折取寒梅一枝春(절취한매일지춘) 겨울 매화를 꺾으니 가지에 봄이 깃들어 있어서

爲簪君鬢寄芳芬(위잠군빈기방분)

그대 귀밑머리에 꽂아 주며 향기를 부쳐 보내네

花作春前第一信(화작춘전제일신)

꽃은 봄에 앞서 오는 첫 소식이 되고

暗香欲滿天地間(암향욕만천지간)

그윽한 향기는 천지 사이에 가득 차려 하네

縱使殘冬猶在此(종사잔동유재차)

비록 남은 겨울이 여전히 여기 있지만

春來道路尚漫漫(춘래도로상만만)

봄이 오는 길은 아직 멀게 느껴지네

但看君上梅花色(단간군상매화색)

다만 그대에게 보낸 매화 빛이

先向人間唱早春(선향인간창조춘)

세상에 먼저 와서 이른 봄을 노래하는 것을 보려 하네

봄을 고대하는 시인의 눈에 추위에 떠는 매화 나무 한 그루가 들어 왔다. 그런데 그 차가운 매화나무 가지에 봄이 앉아 있는 것 아닌가? 겨울과 봄 사이에 피는 매화 꽃을 보고 이렇게 표현한 것이리라. 시인은 겨울에 봄을 만난 설렘을 아끼는 사람과 나누고 싶어졌다. 그래서 꽃이 달린 매화 한 가지를 꺾어 보내며, 귀밑머리에 꽂고 다니면서 향기를 맡아 보라고 권하였다. 매화 꽃은 봄보다 먼저 세상에 와서 봄이 오는 것을 알리는 첫 뉴스 역할을 하고, 그윽한 향기는 곧 온세상 곳곳에 가득해 질 것이다. 친구에게 매화 가지를 보내고 봄이 이미 온 것 같은 상념에 빠져 있던 시인에게 곧 현실 인식이 돌아 왔다. 겨울이 여전히 남아 있고, 봄이 오는 길은 아득히 멀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절망하지 않는다. 아끼는 사람에게 보낸 매화 꽃이 환하게 피어 이른 봄을 노래하는 것을 바라 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봄보다 먼저 와 봄이 오는 것을 알리는 꽃이 바로 매화이다, 까맣게 메마른 가지에 꽃이 달려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춥고 긴 겨울에 시달린 사람들에게 큰 위안이 아닐 수 없다. 아직 가시지 않은 추위가 매섭더라도 여린 매화 꽃 앞에서 꼬리를 내리고 마는 것이 자연의 섭리 아니던가?

/서원대학교 중국언어문화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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