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목숨 앗아간 러우전쟁…‘한반도식 휴전’에 무게
민간 사망자만 최소 1만5000명
우크라 경제적 피해 1조달러 넘어
장기전 피로·북한군 파병 변수로
미러우 빈손 협상 뒤 ‘휴전’ 거론


■사상자 200만·잿더미 된 유럽의 곡창
지난 2022년 2월 24일 새벽, 러시아의 기습적인 공습 사이렌으로 시작된 참극은 4년째 멈추지 않고 있다. 전황의 모호함 뒤에 가려진 인명 피해는 참혹한 수준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를 비롯한 주요 서방 싱크탱크와 정보기관들은 지난 4년간 누적된 양측 군인 사상자가 2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유엔이 공식 파악한 민간인 사망자는 최소 1만5000명 이상이지만 미확인 희생자를 포함하면 실제 수치는 이를 아득히 뛰어넘는다.
경제적 타격은 국가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세계은행(WB)과 우크라이나 정부의 합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파괴된 도로와 주택, 산업 인프라 복구에 필요한 비용은 이미 1조달러를 훌쩍 넘겼다. 특히 러시아가 노골화한 에너지시설 타격 전략으로 우크라이나 전력망의 60% 이상이 파괴돼 수백만명의 국민이 혹독한 겨울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버텨내고 있다. 1500만명의 국내외 난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최대의 인구이동으로 기록됐다.
현재 동부와 남부를 가로지르는 약 1000㎞ 전선은 낡은 참호전과 인공지능(AI) 기반 자폭드론이 결합된 기형적인 형태로 고착화됐다. 러시아는 압도적인 포탄 생산량과 병력을 갈아 넣는 물량공세로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조금씩 전진을 시도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서방이 지원한 정밀타격 무기와 자체 개발한 장거리 드론으로 러시아 본토 후방 병참선과 정유시설을 교란하며 팽팽하고 위태로운 방어선을 유지하는 중이다.
■짙어지는 피로감, 휴전이 답인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우크라이나가 마주한 가장 치명적인 위협은 전선의 포탄이 아닌 서방 진영의 '우크라이나 피로감'이다. '승리할 때까지 무한 지원하겠다'던 대서양 동맹의 결속력은 눈에 띄게 약화됐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강하게 작용하면서 무조건적 무기 지원은 제동이 걸렸고, 우크라이나 지원동력은 급격히 상실되고 있다. 유럽연합(EU) 내부에서도 깊어지는 경제난과 우파 포퓰리즘의 득세로 "우크라이나가 영토 일부를 포기하더라도 현실적인 타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여기에 포탄 지원을 넘어선 북한군의 실전 파병은 우크라이나 국지전을 글로벌 진영 간 대리전으로 확전시킨 치명적 뇌관이 됐다. 전장에 투입된 북한군의 존재는 유럽을 넘어 한국 안보지형까지 뒤흔들고 있다.
국제사회의 평화시계는 '영토 회복'에서 '현실적 타협'으로 빠르게 기우는 분위기다. 이달 중순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러우 3자 물밑협상은 점령지 인정 여부를 둘러싼 이견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끝났다. 국제 외교가와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쟁 당사자 모두가 결정적 승리를 거두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재의 전선을 군사분계선으로 동결하는 1953년 '한반도식 잠정 휴전(Armistice)'이 유일한 출구전략으로 거론되고 있다.
마크 캔시언 CSIS 선임고문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유럽은 평화를 위한 공통의 기반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러시아는 양보할 의사가 전혀 없다"며 "현재로선 양측 모두 전쟁을 지속하는 것이 향후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길이라고 믿고 있어 소모전과 교착 상태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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