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톡톡] 특성화고 진학률 높은 부산, 강요된 진로는 아닐까

부산일보 2026. 2. 2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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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 부산교사노조 위원장

고등학교 학생 수 대비 특성화고 학생 수 비율을 보면 전국 평균은 12.9% 수준이다. 서울은 11.9%, 대전은 11.4%로 비교적 낮은 반면, 부산은 19.5%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돈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부산 학생들이 특성화고 진학을 적극적으로 선택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 지역 교육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에 가깝다.

중학교 3학년 담임이던 시기, 우리 반 아이들 중 상당수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조차 분명히 말하지 못했다. 일반계 고등학교 진학은 성적과 정원이라는 벽 앞에서 쉽지 않았고, 결국 몇몇 아이들은 원하지 않았음에도 특성화고 진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누군가는 취업에 대한 두려움을, 누군가는 아직 더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을 숨긴 채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말로 스스로를 설득해야 했다.

영화 ‘3학년 2학기’ ‘다음 소희’, 드라마 ‘노무사 노무진’은 이러한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들은 아직 충분히 성장하지도,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준비도 되지 않은 학생들이 ‘학교 밖 직장’으로 내몰리는 과정을 날카롭게 그려낸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조차 분명하지 않은 나이의 학생들이 또래 친구들은 교실에 있을 시간에 작업복을 입고 현장으로 향하며 ‘학생’도 ‘노동자’도 아닌 경계에 놓이는 모습은, 실화를 기반으로 한 만큼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물론 기술직을 천시하는 사회적 인식은 극복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특성화고 진학 이후의 상황은 학생들이 기대하는 모습과 거리가 멀다. 반복되는 현장실습 안전사고, 불안정한 고용,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 환경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성적이 상대적으로 낮은 학생들이 특성화고 정원을 채우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으며, 부산은 이 비중이 유독 높다.

특성화고 진학 비율이 높다는 통계 이면에는 ‘선택된 진로’가 아니라 ‘구조에 의해 강요된 진로’가 존재한다. 이는 학생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교육 정책과 학교 체제가 만들어낸 결과다. 학생의 진로 선택이 학교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높은 특성화고 진학 비율을 단기간에 조정하기 어렵다면, 교육청은 특성화고 이후의 진로 경로를 명확히 제시하는 로드맵을 충실히 제공해야 한다. 또한 대학과 특목·자사고 입시 관리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특성화고 학생들의 진로 설계와 지원에도 동등한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