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이 나라 바꾼다] 산업기술 유출, ‘솜방망이 처벌’ 안돼

2026. 2. 23. 17:4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목포)

산업기술 유출방지 2법


글로벌 첨단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반도체, 바이오, 이차전지, 인공지능(AI)은 우리 산업의 전략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산업기술이 유출되는 것은 국가 경제 전반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게 된다. 핵심기술 하나가 유출될 경우 수십 년의 연구 성과와 막대한 투자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그럼에도 산업기술 유출 사건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으며, 제도적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최근 6년 간(2018~2023년) 산업기술 유출사례는 총 104건이다. 그 중 국가핵심기술은 36건이었으며, 반도체 관련 기술 유출이 가장 많았다. 유출된 산업기술의 65%가 중국으로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기술 유출은 결국 경쟁국의 기술 추격을 가능하게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전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한국과 외국 간 기술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기술유출이 적발돼도 큰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만연하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전략기술 유출 사건은 꾸준히 증가해 왔고, 실형 선고 사례도 늘고 있다. 그러나 평균 형량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기술 유출이 ‘저위험·고수익 범죄’라는 인식이 고착화되어 있다.

해외 주요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러한 문제의식은 더욱 분명해진다.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은 산업기술 유출을 단순한 경제 범죄가 아닌, 국가안보 범죄로 다룬다. 중형 선고는 물론, 고액의 벌금과 범죄수익 환수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제재 체계를 통해 기술 보호에 나서고 있다. 기술 보호는 곧 국가 안보라는 명확한 원칙 아래, 법과 제도가 엄정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기술 유출에 대한 제재가 존재하지만, 실질적 억지력으로 작동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산업기술 유출방지 2법’을 대표발의했다. 첨단산업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방어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하나는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이며, 다른 하나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이들 법안은 반복되는 기술유출 범죄에 실질적인 억지력을 부여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다.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은 전략기술 유출에 대한 처벌 수위를 상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존 ‘5년 이상 징역과 20억원 이하 벌금’이었던 법정형을 ‘7년 이상 징역, 100억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했다. 또한 예비·음모 단계에서도 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보완하고, 범죄 수익에 대한 몰수·추징 근거를 명확히 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였다. 문제의식을 제도적으로 보완함으로써, 기술 보호에 대한 국가의 의지를 명확히 하고자 했다.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 역시 국가핵심기술과 산업기술 유출·침해 범죄 전반에 대한 징역형과 벌금형을 상향 조정했다. 기술 유출이 결코 ‘감수할 만한 위험’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취지다. 현장에서 제기돼 온 “실형은 늘었지만 형량은 여전히 낮다”는 지적을 입법적으로 보완했다.

첨단기술은 개별 기업의 자산을 넘어, 국가의 장기적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다. 기술이 유출되면 산업이 흔들리고, 산업이 흔들리면 일자리와 지역경제, 나아가 국가의 미래까지 위태로워진다. 기술 보호는 선택이 아닌 시대가 당면한 필수적 과제인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로 세우고,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첨단기술을 지키는 일은 곧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지키는 일이다. 이번 개정안은 반복되는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처벌의 실효성을 한층 높이고, 우리 산업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될 것이다. 보다 실효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반복되는 기술 유출의 고리를 끊고, 우리 산업 생태계가 더욱 건강하게 성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