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乙 한미반도체 '10조 클럽'…수율 높인 이오테크·리노공업 '뭉칫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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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시가총액이 급증한 배경엔 고도의 기술력이 자리하고 있다.
HBM 핵심 장비인 열압착(TC) 본더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한 한미반도체가 대표적이다.
한 반도체 장비업체 대표는 "반도체 경쟁 축이 단순 미세화가 아니라 3차원(3D) 패키징과 적층 구조로 이동하면서 공정이 훨씬 복잡해지고 곳곳에서 새로운 병목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런 기술적 난제를 풀어주는 소부장 기업들이 시장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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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기업들 몸값 재평가
기술 난제 해결사들 질주

국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시가총액이 급증한 배경엔 고도의 기술력이 자리하고 있다. 반도체 미세화 흐름에 빨리 올라타 고대역폭메모리(HBM) 발전을 가로막는 병목 현상을 해결하면서 시장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발돋움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계획에 따라 실적이 출렁이던 K공급망 기업이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의 핵심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주목받는 ‘기술 병목 해결사’
반도체 소부장 몸값 상승은 ‘한국형 슈퍼을 기업’이 이끌었다. HBM 핵심 장비인 열압착(TC) 본더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한 한미반도체가 대표적이다. HBM은 여러 장의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한 뒤 미세한 구멍(실리콘관통전극)을 통해 연결한 고성능 메모리다.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크게 끌어올려 AI 가속기와 데이터센터 서버 등에 쓰인다.
한미반도체는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TC본더 장비 계약을 대거 수주하며 지난해에도 4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초 8조원대이던 한미반도체 시총은 23일 기준 19조4436억원으로 131% 증가했다. 국내 소부장 기업 중 처음으로 시총 10조원을 넘어 20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대역폭을 3세대 HBM보다 2.7배 높인 4세대 HBM 양산에 최초로 성공하자 관련 기업도 주목받았다. 4세대 HBM용 웨이퍼에 얇은 박막을 씌우는 증착 장비를 공급하는 원익IPS의 시총은 1년 만에 1조847억원에서 5조5907억원으로 다섯 배로 뛰었다.
반도체 수율을 올리는 데 특화된 기업의 몸값도 가파르게 올랐다. 레이저를 활용해 웨이퍼 표면 손상을 복원하는 이오테크닉스(4조5336억원), 초고압 수소 환경에서 결함을 제거하는 HPSP(3조7800억원)의 시총도 3조원을 넘어섰다. 반도체 적층 난도가 올라가는 HBM에선 수율 상승이 곧 원가 절감으로 통한다.
테스트 부품 업체들도 호황을 누렸다. 칩 성능 검사에 사용하는 초정밀 접촉핀(테스트핀) 세계 1위 기업인 리노공업의 시총은 1년 만에 3조179억원에서 7조3240억원으로 140% 이상 늘었다. 테스트 부품 수요 증가로 관련 업체인 ISC와 샘씨엔에스의 주가도 크게 뛰었다.
◇ 증설 기대에 소재 기업 가치도 상승
시총 판도는 뚜렷하게 재편됐다.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인쇄회로기판(PCB) 기업인 이수페타시스의 부상이다. 지난해 초 반도체 소부장 업체 중 시총 5위였던 이수페타시스는 이날 기준 시총 7조8695억원을 기록하며 리노공업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AI 서버에 들어가는 고다층기판(MLB)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HBM 공급망과의 연결성이 부각된 영향이다. 고성능 서버엔 고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PCB를 최소 18층 이상 쌓아 미세한 회로를 입체적으로 배치한 MLB가 필수적으로 쓰인다.
반도체 장비 업체에 편중된 구조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반도체 소재 기업인 한솔케미칼과 솔브레인이 각각 시총 8위와 9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시총 구도가 소재 분야로 확장됐다. 솔브레인과 한솔케미칼은 웨이퍼 위에 회로를 만들고 이물질을 제거하는 식각·세정 공정에 투입되는 고순도 화학소재를 생산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올해부터 4세대 HBM 공장 증설에 본격 나서면서 관련 소재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한 반도체 장비업체 대표는 “반도체 경쟁 축이 단순 미세화가 아니라 3차원(3D) 패키징과 적층 구조로 이동하면서 공정이 훨씬 복잡해지고 곳곳에서 새로운 병목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런 기술적 난제를 풀어주는 소부장 기업들이 시장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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