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曺 “80년 사법 근간 바꾸는 3법, 공론화 거쳐야”… 설득력 있다

2026. 2. 2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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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3대 사법개혁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예고하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례적으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조 대법원장은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출근길에서 "이번 법안들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생긴 이래 8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사법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헌법 개정 사항에 해당될 수도 있는 중대한 내용이고,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가 갈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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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3대 사법개혁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예고하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례적으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조 대법원장은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출근길에서 “이번 법안들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생긴 이래 8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사법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헌법 개정 사항에 해당될 수도 있는 중대한 내용이고,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가 갈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충분한 공론화와 토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각계각층의 전문가와 국민 의견을 폭넓게 듣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속도전보다 국민적 합의가 먼저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사법부 수장이 출근길에 서서까지 신중론을 밝힌 것은 그만큼 사안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는 방증이다. 사법은 헌법과 법률의 틀 안에서 권력 남용을 통제하는 장치다.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것이다. 그런 사법의 구조와 권한, 절차를 바꾸는 일은 단순한 법률 개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권력의 균형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 체계를 동시에 건드리는 문제로 차원이 다른 것이다. 물론 사법 개혁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재판 지연,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판결, 불투명한 인사·행정 구조 등에 대한 비판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그러나 ‘개혁’이라는 이름이 모든 변화를 정당화해 주는 면죄부는 아니다. 특히 제도의 뼈대를 건드리는 입법이라면 더욱 그렇다. 다수결로 밀어붙여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조 대법원장이 강조한 ‘공론화’는 중요하다. 전문가의 법리 검토, 학계와 법조계의 토론, 시민사회의 의견 수렴,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라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입법을 서두른다면 출발부터 정당성을 의심받게 된다. 사회적 갈등을 키우고 제도에 대한 불신만 남긴다. 더욱이 사법제도는 한 번 바꾸면 되돌리기 어렵다. 정치적 환경에 따라 수시로 흔들리는 구조가 된다면 법원의 독립성과 재판의 예측 가능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론화를 거쳐야 한다”는 그의 말은 민주주의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에 대한 환기이자 설득력 있는 지적이다. 더디더라도 신중해야 한다. 충분한 숙의와 합의를 통해 정당성을 다질 때에만 개혁은 뿌리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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