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신화 잇자"… 새만금을 AI 거점으로

추동훈 기자(chu.donghun@mk.co.kr),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2026. 2. 2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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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10조 투입
현대건설 조성 새만금간척지에
미래모빌리티 벨트 조성 추진
태양광·풍력발전 등 적극 활용
AI·수소·로봇산업 집중 육성

현대차그룹이 전북 새만금에 10조원을 투자해 인공지능(AI), 수소, 로봇 산업 거점 확보를 추진한다.

23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전북 새만금 지역 투자를 추진 중인 현대차그룹이 산업통상부, 기후에너지환경부 등 관계 부처와 조만간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전망이다. 향후 5년간 단계적으로 자금을 집행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인허가·용지·재생에너지 인프라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새만금은 총 409㎢ 규모의 간척지다. 1991년 착공해 2010년 준공한 33.9㎞ 길이의 방조제를 기반으로 조성됐다. 당시 현대건설은 방조제 축조 공사에 참여해 해상 매립과 연약지반 처리 등 대형 토목사업을 수행했다. 현대가 국내 간척·중공업 프로젝트에서 축적한 시공 역량이 새만금 개발 과정에도 투입된 셈이다.

특히 새만금은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주도했던 1970~1980년대 서산 간척사업과 뿌리를 공유한다. 정 전 명예회장은 해당 간척사업을 추진하며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뒤집고 대규모 간척지 조성을 이끌었다. 농지와 산업 기반시설을 닦은 당시 간척사업은 중공업·건설 중심 성장 전략과 맞물려 있었다.

정 전 명예회장이 중동 건설 현장과 서산 간척지에서 '중공업 한국'을 열었다면 현대차그룹은 새만금에서 데이터와 수소, 로봇을 앞세워 '미래 모빌리티 한국'을 그려나갈 예정이다. 미래차와 에너지로 주력 산업이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새만금 투자 구상은 토목 중심 개발이 아니라 재생에너지와 첨단 제조·데이터 산업을 배치한다는 점에서 이전과 차별화를 꾀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새만금 일대에 10GW 규모 재생에너지 공급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태양광·풍력 발전과 연계한 전력 공급을 기반으로 RE100 산업단지 모델도 추진 중이다.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연구시설 유치에 유리한 조건이다.

이번 투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될 전망이다. 이는 단순한 전산 인프라 확충을 넘어,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 전반을 지탱하는 핵심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AI 데이터센터가 새만금에 들어설 경우 자율주행, 로보틱스, 스마트팩토리 등 그룹이 추진 중인 지능형 산업 전반의 개발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AI 데이터센터는 방대한 주행 데이터와 센서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저장·분석하는 역할을 맡는다. 자율주행 차량의 경우 카메라, 라이다, 레이더 등에서 생성되는 데이터 규모가 차량 당 하루 수 테라바이트(TB)에 달하는 만큼, 이를 처리할 대규모 연산 능력과 안정적인 저장 인프라가 필수다.

데이터센터가 구축되면 실제 도로 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학습과 시뮬레이션 반복 속도가 크게 향상되고, 알고리즘 고도화와 안전성 검증 기간도 단축될 수 있다.

로봇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산업용 및 서비스 로봇은 작업 환경 인식과 동작 판단을 위해 고성능 AI 학습이 필요하다. 새만금은 넓은 용지와 재생에너지 활용 여건을 갖추고 있어 전력 소모가 큰 AI 인프라 운영에 적합한 지역이란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에서 공급받기로 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 5만장을 활용해 자율주행·로봇 기술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새만금을 데이터센터 및 연구개발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수소 분야에서도 연계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대차는 전북도와 수전해 기반 청정수소 생산 기술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전주공장에는 세계 최초 수소상용차 양산 시스템과 상용차 수소충전소가 구축돼 있다. 새만금에 수소 생산·저장 인프라가 더해질 경우 생산과 실증, 차량 보급이 한 지역에서 연계되는 구조가 된다.

현대차는 2020년 전주공장에 세계 최초로 수소상용차 양산 시스템과 국내 첫 상용차 수소충전소를 구축한 바 있다. 또 전주시 시내버스 노선에 수소전기버스를 투입하는 등 전북지역과 협력을 이어왔다. 새만금이 수소 거점으로 자리 잡을 경우 상용차와 물류 부문에서 실증과 상용화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새만금개발청 업무보고에서 "30년 동안 전체 면적의 40%밖에 매립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상 태양광과 유휴용지를 활용한 10GW 재생에너지 확보 계획에 대해서도 실현 가능성을 점검하라고 주문했다. 정부는 투자진흥지구 세제 혜택 적용 기간을 2028년까지 연장했다. 입주 기업은 3년간 법인세 100%, 이후 2년간 50%를 감면받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

[추동훈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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