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대에 오르지 못했지만 빛난 그들의 땀과 도전, 동계 스포츠의 미래가 된다

이정호 기자 2026. 2. 2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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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 출전한 이나현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2026.2.16 연합뉴스

올림픽이라는 화려한 축제가 끝나면 주인공인 메달리스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다. 그러나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의 도전과 노력도 주목받지 못할 뿐 의미가 있다. 23일 막을 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도 비록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으나 ‘처음’이라는 의미있는 역사를 쓴 선수들이 적지 않다.

1988년생으로 대한민국 선수단 최고령 선수인 알파인 스키의 정동현(하이원)은 2010년 밴쿠버 대회부터 이번 올림픽까지 5개 대회 연속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스키 남자 대회전에서 1·2차 시기 합계 2분 35초 41로 33위에 올랐다. 1998년 나가노 대회의 허승욱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한 역대 동계 올림픽 알파인 스키 남자 대회전의 한국 선수 최고 순위다. 정동현은 “한국 알파인 스키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레이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동현은 주 종목인 회전에서는 아쉽게 완주에 실패했다. 그는 지난 베이징 대회에서 이 종목 21위에 올라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에서 허승욱이 세운 한국 선수 알파인 스키 최고 순위와도 타이를 이룬 바 있다.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이채운이 3차시기를 마치고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2026.2.14 연합뉴스

이승훈(한국체대)은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동계 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종목 결선에 진출하고도 부상으로 결선에 나서지 못했다. 예선 10위로 결선에 오른 이승훈은 결선을 앞두고 치른 연습에서 파이프 벽에 오른쪽 무릎을 부딪혔는데 부상이 꽤 심각했다. 이승훈은 결선 1차 시기를 건너뛰고 2·3차 시기에 나설 수 있을지 지켜봤으나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결국 기권했다. 이승훈은 병원 검사 결과 ‘전방 십자인대 파열, 외측 연골 손상, 외측 뼈 타박’의 진단을 받았다.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의 이채운(경희대)은 이 종목에서 사상 첫 결선에 진출한 선수가 됐다. 결선 3차 시기에서 프런트사이드 트리플콕 1620도(4바퀴 반) 회전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성공시켰다. 또 더블콕 1440도(4바퀴)도 두 차례 해내는 등 수준 높은 연기를 소화했지만 점수가 기대보다 덜 나와 6위로 마쳤다. 이채운은 지난 베이징 대회에서 18위로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이번에 한국 남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결선에 오르며 역대 최고 성적을 남겼다.

피겨 스케이팅에선 3개 대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은 남자 싱글 차준환(서울시청)이 4위로 한국 남자 피겨 올림픽 역대 최고 순위를 다시 썼다. 3위 사토 슌(일본)과 불과 0.98점 차이로 아쉽게 첫 메달에는 이르지 못했다. 차준환은 2018년 평창 대회 이후 8년 만에 올림픽 피겨 갈라쇼에도 출전했다.

처음 올림픽 무대에 선 이나현(한국체대)은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단거리에서 자신이 왜 차세대 에이스로 기대를 받는지를 증명했다. 이나현은 여자 1000m에서 역대 한국 선수 최고 순위인 9위를 따내더니 자신의 주 종목인 여자 500m에서도 10위에 올랐다. 두 종목 모두 톱10에 진입한 이나현은 다음 올림픽을 기대케 했다.

한국 남자 스켈레톤 에이스 정승기(강원도청)는 큰 부상을 극복하며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에 출전해 두 대회 연속 10위에 올랐다. 허리를 크게 다치는 바람에 긴 재활을 거쳐야 했던 정승기는 복귀 후 지난해 말 열린 월드컵 3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재기를 알렸다. 포디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부활 가능성을 증명했다.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켈레톤 혼성단체전에서 레이스를 마친 정승기와 홍수정이 서로를 안아주고 있다. 정승기와 홍수정은 이날 11위로 경기를 마쳤다. 2026.2.16 연합뉴스

정승기는 스켈레톤 혼성 단체전에서는 홍수정(경기연맹)과 호흡을 맞췄다. 스켈레톤 혼성 단체전은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도입됐다. 남녀 선수가 1명씩 팀을 이뤄 출전, 한 차례씩 주행을 펼쳐 합산 기록으로 순위를 가리는 경기다. 정승기는 59초 61만에 레이스를 마쳐 남자 선수 중 11위, 홍수정은 여자 선수 중 13위에 오르면서 첫 도전을 전체 11위로 마쳤다.

루지 국가대표 정혜선(강원도청)은 2014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이후 ‘3수’ 끝에 서른한 살의 나이로 올림픽 출전의 기회를 잡았다. 역도 선수 출신인 정혜선은 이번 대회 루지 종목에 참가한 유일한 한국 선수다. 정혜선은 3차 시기까지 전체 25명 중 24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러 4차 주행에 나서지 못했지만, 그 도전만으로도 박수를 받기 충분했다.

이번 올림픽에 부단장으로 나선 김택수 진천 선수촌장은 “우리 선수들의 이런 모습 하나하나가 대한민국 동계스포츠 발전에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밀라노 |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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