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절연 논의 막은 ‘입틀막 의총’, 반발 퇴장…선거 D-100 길 잃은 국민의힘

이보라·이예슬·김병관 기자 2026. 2. 2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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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명 개정·행정통합만 일방적 진행
일부 의원 “발언 기회 없다” 반발에
장 대표 “당원 지지 75%” 비판 반박
국회에서 23일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장동혁 대표와 배현진 의원이 참석해 있다. 한수빈 기자

장동혁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거부한 것을 놓고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23일 국민의힘 의원총회는 정작 핵심을 비켜간 채 당명 개정·행정통합을 논의하는 데 그쳤다. 당내에선 장 대표의 윤 어게인 노선에 대한 비판을 차단한 ‘입틀막’ 의총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6·3 지방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민의힘은 쇄신 동력을 찾지 못하고 난맥상만 노출하는 형국이다.

이날 의총은 당명 개정 중단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더불어민주당의 사법개혁 법안 강행 처리 등에 대한 당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됐다. 장 대표가 지난 20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혐의 1심 무기징역 선고를 두고 “계엄이 곧 내란이 아니다”라며 절연을 거부하면서 의총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날 의총은 주로 당 지도부가 당명 개정 추진 과정과 여권이 추진 중인 행정통합 상황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이 할애됐다고 한다. 일부 의원들은 다른 의견을 말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고 반발하며 의총장을 떠났다.

당내 소장파 모임 ‘대안과 미래’ 소속 조은희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오늘 의총에서 부정선거 음모론과 윤석열 수호 노선으로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이 맞는지 국회의원 비밀투표와 전 당원 투표를 제안하고자 했다”며 “그런데 의총은 의원들의 문제제기와 의사진행발언에도 불구하고 당명 개정 얘기로만 점철됐다”고 밝혔다.

조경태 의원도 의총장을 떠나며 기자들과 만나 의총을 두고 “김빼기 작전”이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수괴범인 윤 전 대통령의 순장조인가”라고 절연을 촉구하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장 대표가 당을 제대로 끌고 갈 자신이 없다면 스스로 내려오는 것이 맞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친한동훈(친한)계 한지아 의원도 “오늘 의총 진행 순서에 유감을 표한다”며 “민심이 가는 방향으로 우리 당의 목소리가 나아가야 하는데, 당대표가 본인 생각만 고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한계 배현진 의원도 “오늘도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대폭락한 것으로 아는데 이렇게 한가한 시기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의총 참석자들에 따르면 장 대표는 의총에서 의원들에게 ‘국민의힘 당원 약 75%가 장 대표를 지지한다’, ‘국민의힘 지지층 약 70%가 당 운영 과정에 윤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을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등의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자신을 향한 비판에 반박했다고 한다. 자신이 여론조사 결과에 근거해 입장 발표 등 의사결정을 해왔다는 취지다.

장 대표의 강경 노선을 두고 당 내홍이 깊어지면서 쇄신도 흐지부지되는 상황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달 중 당명 개정 절차를 마무리한 뒤 3·1절부터 새 당명을 사용할 방침이었다. 브랜드전략 태스크포스(TF)는 새 당명 후보를 ‘미래연대’, ‘미래를여는공화당’ 등 2개로 압축해 지도부에 보고했다. 그러나 지도부는 전날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당명 개정 중단을 잠정 결정했고 이날 의총에서 이를 확정하려 했다. 이날 의총이 결론없이 끝나면서 당명 개정 중단도 확정되지 못했다.

당 지지율도 추락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19~20일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32.6%로 장 대표 취임(지난해 8월 4주차)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48.6%로 양당 격차는 지난 주 직전 조사의 8.7%포인트에서 16%포인트로 크게 벌어졌다. 이번 조사는 무선전화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4.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당권파는 그동안 비교적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게 집계돼온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근거로 장 대표 체제를 방어해왔지만, 이 같은 논리 역시 힘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김병관 기자 bg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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