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사람들을 생각하며 꽃비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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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에 꽃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작가는 지난 2년 사이 겪은 두가지 사건들의 기억이 이전에 전혀 그리지 않았던 꽃비를 화폭에 등장시킨 계기가 되었노라고 털어놓는다.
죽죽 내리는 꽃비 너머로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비롯한 현실의 풍경과 숲, 냇가 등이 어른거리는 이 연작들은 지난 세기 한국 근현대사의 질곡과 모순을 전쟁 폐허와 무기, 대도시 풍경 등의 이질적인 이미지 병치로 풀어냈던 기존 그림풍과는 확연한 차별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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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에 꽃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몽글몽글한 꽃송이들이 허연 빗줄기에 스며들어 내려온다. 빨강, 노랑, 분홍 등의 색깔 머금은 그 꽃들이 어둔 숲과 냇물 위로 젖어든다. 그 순간 순간들이 풍경이 되어 화폭을 메웠다. 촉촉하게, 촘촘하게….
이 땅 전통회화의 형식과 기법을 바탕으로 현실비판적인 리얼리즘 회화를 그리는 데 진력해온 중견 화가 성태훈(59)씨가 이달 초부터 서울 동교동 미진플로어에 차린 개인전 ‘꽃비’의 전시장은 제목처럼 꽃비 내리는 아련한 풍경들을 담은 근작들로 대부분 채워져 있다.
그저 낭만적인 서정을 담아 그린 것들은 아니다. 작가는 지난 2년 사이 겪은 두가지 사건들의 기억이 이전에 전혀 그리지 않았던 꽃비를 화폭에 등장시킨 계기가 되었노라고 털어놓는다. 수십년 서로 기대며 살던 부인과 사별했고, 계엄령 발표 뉴스를 보고 곧장 서울 여의도 국회 앞으로 딸과 함께 달려가 군과 대치하며 현장 영상을 찍어 에스엔에스(SNS)에 퍼날랐던 경험이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고 했다. “배우자와 영영 이별한 개인적인 상실감과 계엄령의 충격과 공포, 국회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감 등을 화폭 앞에서 다시 떠올려보니 다채로우면서도 무상한 꽃비의 이미지가 눈앞에 확 나타났어요.”
떠난 사람들을 기억하고 남은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꽃비’ 연작들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 신작 ‘꽃비’ 연작 12점을 내걸었다. 죽죽 내리는 꽃비 너머로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비롯한 현실의 풍경과 숲, 냇가 등이 어른거리는 이 연작들은 지난 세기 한국 근현대사의 질곡과 모순을 전쟁 폐허와 무기, 대도시 풍경 등의 이질적인 이미지 병치로 풀어냈던 기존 그림풍과는 확연한 차별점을 보여준다. 대작 ‘선유도왈츠’, ‘날아라 닭’ 연작 등의 기존 화풍 작품들이 전시장 안쪽에 함께 내걸려, 화풍의 변화를 비교하면서 볼 수 있다. 28일까지.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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