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회생법원, 3월3일 개원…기업·개인 재기 위한 ‘심폐소생술’ 빨라진다
2027년 9월 리모델링 마친 달서구 이곡동 신청사로 이전

기업과 개인의 회생·파산 사건을 전담하는 '대구회생법원'이 마침내 다음달 3일 문을 연다. 지역 법조계와 경제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회생재판 '더 빠르고 전문적으로'
대구회생법원 신설은 2024년 국회에서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면서 본격화됐다. 대전과 광주도 올해 함께 문을 연다.
기존 대구지법의 부서 중 하나였던 도산 관련 부서들이 전담 전문법원으로 독립하게 된 배경에는 폭증하는 사건 수와 상대적으로 더딘 처리 속도가 자리 잡고 있다.
사법정보공개포털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지법에 접수된 개인회생 사건은 1만2천304건으로 전년(1만1천195건) 대비 약 10% 증가했다. 법인회생 사건도 2024년보다 19.3% 크게 늘어난 105건이 접수됐다. 파산 사건도 꾸준하다. 개인파산 사건은 4천167건으로 전년 대비 약 1.4%(4천109건) 증가했고, 법인파산 사건은 2024년 107건과 지난해 101건이었다. 개인면책 사건은 지난해 3천945건으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대구지법의 경우 지난해 개인회생 사건 접수 이후 인가 결정까지 소요일수는 464일이었다. 전국 회생법원 평균 소요일(298일)보다 1.5배나 오래 걸리는 수준이다. 이는 대구와 경북까지 사건은 한 곳에 몰리지만, 회생법원이 없어 전담인력 부족으로 처리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간 대구지법은 일반 재판과 도산 사건을 병행하면서 업무 과부하에 시달려 왔고, 이는 곧 지역민들의 불만으로 이어졌다.

◆더딘 진행으로 '수도권 원정 재판' 이제 그만
그간 상대적으로 느린 처리 속도와 엄격한 심사 기준은 지역 채무자들을 수도권으로 내모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하루가 급한 기업들이 재산 압류를 막기 위해 서울로 사무실을 옮기거나, 채무자에게 유리한 실무준칙을 적용받으려 위장전입까지 감수하는 '원정 회생' 사례가 빈번했다는 것이 지역 사정이다.
하지만 다음 달 대구회생법원이 독자적으로 개원하면, 상황은 반전될 것으로 보인다. 전담인력 충원을 통해 서울 수준의 신속한 업무처리가 가능해지고, 소상공인이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변제 모델'과 취약계층을 위한 '신속 면책 제도' 등이 본격 도입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대구를 포함해 대전과 광주까지 올해 전문법원이 생겨나며 영남·호남·충청권을 아우르는 전국적 '도산 사법망'이 완성된다.

◆범어동 임시청사서 출발… 2027년 이곡동 시대 개막
대구회생법원은 3월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법 4층 도서실 자리에 우선 둥지를 튼다. 임시청사는 면적 1천332㎡ 규모로, 법원장실 1개와 판사실 6개 등으로 조성된다. 이후 리모델링을 거쳐 2027년 9월 달서구 이곡동 신청사(옛 대구식약청)로 이전할 계획이다. 신청사는 면적 3천260㎡에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로 14개의 판사실과 2개의 법정을 갖추게 된다.
초대 법원장으로는 울산지법 수석부장판사를 역임한 심현욱 판사(사법연수원 29기)가 부임한다. 재판부는 김상우·사공민·이종길·이효제 부장판사를 필두로 육영아·이윤재·전승환·홍인 판사가 합류한다. 이 중 절반 가량이 대구지법에서 도산 사건을 맡아온 베테랑이어서 업무 연속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대구지법 관계자는 "기존 병행업무 체제에서 전담법원 체제로 전환되면 사건 처리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질 것"이라며 "대구회생법원이 벼랑 끝에 선 지역경제 주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든든한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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