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광장] 침체한 구미와 군산을 살리는 처방전

올겨울 구미와 군산을 방문했다. 짧았지만 지역을 이해하고 미래를 타진하는 유용한 기회였다. 두 도시는 1990년대를 전후해 잘나가는 산업도시로 부상했지만 지금은 도시경쟁력이 약화되었다. 산업단지의 공동화 현상과 원도심의 빛바랜 풍광은 지역재창조의 당위성을 역설하는 장면이다.
군산과 구미는 주력 산업인 자동차와 조선, 전자와 기계의 재편과정에서 위기가 심화되었다. 금강 하구와 새만금 방조제 사이에 자리한 군산과 마찬가지로 낙동강과 경부고속도로가 지척인 구미도 용수와 전기가 풍부하고 교통도 준수하다. 전주나 대구에 인접해 인력 충원도 유리하다. 이러한 환경과 역량을 토대로 두 도시는 활력을 유도하는 중장기 비전과 발전목표를 수립했다.
군산은 한국GM과 HD현대중공업의 공백을 미래차와 재생에너지로 보완한다는 전략을 마련했다. 중앙정부의 규제완화와 지방자치단체의 세제혜택이 결합된 특구 전략도 여전히 유효하다. 새만금의 가능성을 증진하려면 반도체산업도 필요하다. 항만, 공항, 철도를 연계한 트라이포트 전략으로 물류경쟁력을 강화하면 반도체 기업의 유치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구미는 전자와 소부장 중심 산업구조를 탈피해 첨단산업의 메카로 변신해야 한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팹(Fab)을 반도체 특화단지로 유치하면 소재·부품·장비 기업과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대경선 전철 개통과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건설에 부응해 대구나 경산과 공조하는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수도권 반도체 도시들과 경쟁하려면 구미의 약점을 보완하는 연계 전략이 절실하다.
두 도시가 균형 잡힌 참발전을 구현하려면 지역의 활력에 부가해 사람들이 머물고 싶은 도시가 되어야 한다. 산업도시의 필수적 구비조건인 정주 여건과 인재 유치에 더해 시민의 행복을 증진하고 도시의 매력을 충전해야 한다. 사람을 모으는 교통망과 교류망은 물론 교육과 문화라는 공공서비스도 긴요하다.
군산 원도심 투어는 근대문화유산을 체험하기에 제격이다. 내항의 명소는 조수간만의 차이를 극복하는 뜬다리 시설인 부잔교와 내항에서 월명공원 방향으로 진입도로를 개설하며 설치한 터널인 해망굴이다. 내항을 정비하며 공원과 광장이 조성되었고 창고를 개조한 갤러리와 카페도 들어섰다.
대전 성심당에 필적하는 군산 이성당의 인기는 입구에 도열한 인파로 확인된다. 빵집에 들렸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이나 초원사진관을 방문해도 좋다. 발품을 팔면 월명공원과 신흥동일본식가옥도 가시권이다. 북쪽으로 동백대교를 건너면 서천군 장항에 도착한다. 남쪽으로 군산산업단지를 지나 새만금 방조제로 진입하면 고군산군도의 수려한 풍광을 만나게 된다.
구미는 박정희 대통령 생가 단장에 들이는 노력만큼 MZ세대가 선호하는 정주여건 조성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 대구에서 통근을 선택한 이들의 애로를 청취해야 한다. 구미의 생태를 담당하는 금오산의 재발견도 필요하다. 금오산은 큰바위 얼굴이라는 신화적 상징보다 금오지 산책로가 창출한 시민의 행복을 우선해야 한다.
구미가 대구와 상생하려면 깨끗한 원수를 원하는 대구상수도 취수장의 구미이전을 수용하는 포용력을 발휘해야 한다. 경상북도경제진흥원을 비롯해 경상북도 출자·출연기관과 공조한 맞춤형 기업지원도 필요하다. 다만 보조금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과는 확실히 단절해야 한다.
도시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공간의 확충보다 생활의 만족을 표방해야 한다. 시장은 시민의 불편을 해소하고 규제를 혁신하는 적극행정을 중시해야 한다. 군산시의 시민주도형 문화도시 전략과 구미시의 청년특화형 도시재생 전략이 창출한 성과는 고무적이다. 지방선거를 계기로 중견 산업도시가 분발하고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