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에 곰팡이” 신고 방치한 질병청…1420만회분 접종됐다
이물질 없는 백신보다 이상반응 높기도

2021년부터 진행된 코로나19 백신 접종 과정에서 질병청이 백신에 곰팡이나 머리카락, 이산화규소 등 위해성 물질이 섞여 있다는 신고를 받고도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그 결과 이물질이 발견된 백신과 제조번호가 같은 코로나19 백신 약 1420만회분이 국민에게 접종됐다.
감사원은 이런 내용이 담긴 ‘코로나19 대응실태 진단 및 분석’ 주요 감사결과를 23일 발표했다. 감사원은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가 확인된 2020년 1월부터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와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해산한 2024년 5월까지 코로나19 대응 체계와 방역·의료·사회 대응 및 백신 5개 분야를 점검했다.
코로나19 백신 도입 및 접종 과정에서 부처 간 불분명한 역할 분담과 허술한 대응 조치로 백신 도입이 늦어지거나 부실한 위험 상황 대응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질병청은 2021년 3월∼2024년 10월까지 백신에 위해 우려가 있는 이물질이 섞여 들어갔다는 신고 127건을 받았다. 그러나 접종 보류 등의 조처를 취하지 않고 제조사에 이를 알려주는 데 그쳤고, 해당 백신과 같은 제조번호가 붙은 백신 1420만회분이 계속 접종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예로, 2022년 3월 지역 병원이 특정 제조사 백신에 검은 이물질이 들어간 것을 발견해 신고했지만, 질병청은 별다른 조치 없이 한 달 뒤인 4월께 신고 내용을 제조사에 전달했고, 제조사는 2개월 뒤 해당 물질이 곰팡이로 확인된다고 회신했다. 질병청은 신고 내용을 식약처에도 통보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제조 공정상 오염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도 해당 백신과 같은 제조번호의 백신은 약 190만회 접종됐다고 밝혔다.

보통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해당 백신을 리콜하거나 제조사 행정처분 등을 내려야 하지만 질병청은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질병청과 식약처는 2021년 3월 ‘코로나19 백신 공동 매뉴얼’도 만들어 백신 품질 문제가 발생하면 질병청 통보를 받은 식약처가 제품을 분석하고, 결과에 따라 질병청이 조치 수준을 정하도록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다만 감사원은 전체 이물 신고 중 백신 제품의 고무마개가 떨어져 나온 파편이 835건(65%)으로 가장 많았고, 백신 성분(입자) 응집 264건(20.5%) 등으로 위해성은 낮았다고 밝혔다. 신고 이물엔 곰팡이(1건), 머리카락(2건), 이산화규소(106건) 등도 포함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코로나19 발생이 이례적인 상황이었고, 질병청은 파견 인력이 많은 상황에서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입장이었다”며 “(머리카락이 섞인 백신 등의) 안전성은 이미 몇 년 지난 상황이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위해 우려 이물질이 발견된 제조번호가 붙은 백신을 맞은 사람의 0.272~0.804%가 이상 반응을 겪었는데, 위해 우려 이물질이 발견되지 않은 백신의 평균 이상반응 보고율보다 0.006∼0.265%포인트 높았다고 밝혔다.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을 접종한 사례도 2703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질병청이 이런 오접종 사실을 알리지 않아 절반이 넘는 1504명(55.6%)이 재접종을 받지 않았다.
정부의 국외 개발 백신 도입 과정에서 발생한 지연 문제도 지적됐다. 당시 주요국은 2020년 7월부터 경쟁적으로 국외 제약사 백신의 선구매 계약을 체결했지만, 한국은 11월 말 선구매 계약을 맺기 시작해 늦장 계약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 결과, 질병청과 복지부는 국외 제약사와의 협상 업무를 서로 떠넘기면서 선구매 시한이 지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옛 질병관리본부가 2020년 9월 질병청으로 승격·독립하면서 제약사와의 협상·계약 업무 소관이 모호해졌고, 복지부와 질병청은 서로 소관 부처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추진이 멈춘 채 1달 넘게 협상이 지연됐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당시 정부가 중대본을 건너뛴 채 전문가 검토 없이 백신 도입 전략을 결정한 점도 지적했다. 애초 2020년 8월, 범정부위원회는 중대본 입장과 동일하게 ‘인구 70% 이상’의 백신을 ‘신속’ 확보한다는 기조로 백신 도입 계획을 중대본에서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후 열린 중대본 회의에서는 백신 도입 안건이 한 건도 상정되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같은 해 9월 비공식 회의기구인 관계 장관회의를 거쳐 국무회의에서 ‘인구 60%’의 백신을 ‘신중’ 도입하는 쪽으로 계획을 확정했다.
이런 과정에서 전문가 의견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국내 백신 개발 속도와 해외 제약사와의 협상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린 결론으로 보인다”며 “(앞선) 백신도입 자문회의에선 인구 100% 물량을 목표로 빨리 추진하자고 주장했는데, 이런 목소리가 위로 잘 전달되지 못하고,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에 흡수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국외에서 개발한 백신 도입이 시급함에도 백신 종류와 물량 등을 결정할 공식 전문가 기구가 부재하다가, 2020년 9월 도입 물량이 확정된 뒤 두 달이 지나서야 국외 백신 도입을 위한 전문가 기구가 설치됐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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